[신세돈 칼럼] 불안한 트리오 : 기준금리, 환율, 외환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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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입력 2022-07-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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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인상 딜레마? 그래도 미국과 금리역전은 안된다

[사진=신세돈 교수 제공]

요즈음같이 불안한 적이 없다. 첫째로 인플레다. 천원 하던 상추가격이 삼천오백원으로 오르고 리터 당 천오백원 하던 휘발유 가격이 이천이백원으로 올랐다. 만원에서 만이천원으로 오른 이발요금은 오른 축에 들지도 않는다. 둘째로 금리다. 지난해 초만 해도 4.06%이던 가계 소액 대출금리는 올해 5월 현재 5.61%를 기록하고 있다. 셋째로 주가다. 작년 7월 3200을 뚫었던 코스피지수는 2300대까지 주저앉았다. 넷째로 아파트가격이다. 지난 몇 해 줄기차게 오르던 아파트가격이 2021년 10월 꼭짓점을 찍고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울아파트 KB가격지수가 180.0에서 177.1로 떨어졌고 수도권도 168.2에서 165.0로 추락했다.
 
그러나 이런 국내변수가 가져다주는 불안보다 훨씬 더 불안한 것은 환율이다. 작년 초만 해도 달러 당 1100원에 불과하던 것이 지금은 1300원을 넘기고 있다. 7개월 사이에 11%나 올랐다. 너무 빠르다. 가파른 환율상승이 특별히 불안을 주는 이유는 혹시 외환위기가 올지 모르는 걱정 때문이다. 원화환율이 급격히 오르면 외국인 국내투자가가 환차손을 우려해 팔고 나가는 것은 물론 국내투자가들도 환차익을 노리고 자본을 해외로 돌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달러가 부족하면 곧바로 외환위기가 닥치게 된다. 달러가 부족하게 되는 이유는 수출이나 차관도입이나 외국인투자로 들어오는 달러공급보다 수입대금 지급이나 외국인투자회수 때문에 발생하는 달러수요가 더 많아서 발생한다. 올해에는 스리랑카가 외환위기에 빠졌다. 우리나라도 1997년과 2008년 두 번이나 외환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과거 두 번의 외환위기는 근본적으로 아르헨티나나 스리랑카 위기와는 다르다. 아르헨티나나 스리랑카는 기본적으로 외환보유액 자체가 적고 또 달러를 벌어들일 경제적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쉽게 외환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1997년이나 2008년에 수출산업도 튼튼했고 또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었다. 예컨대 외환보유액만 해도 1997년에 204억 달러였고 2008년에도 2012억 달러나 되었다. 충분한 달러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에 빠졌던 이유는 외환위기 발생 이전에 외환보유액이 급속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996년의 경우 외환보유액은 332억 달러였는데 일년 사이에 204억 달러로 128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2007년도에도 외환보유액은 2662억 달러였는데 2008년 2012억 달러로 650억 달러가 새어 나갔다. 이 두 사실은 외환보유액이 완전 고갈이 되기 이전에 외환위기가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 왜 급격히 외환보유액이 줄어들었는가 하는 점과 왜 ‘충분히 외환보유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가 나타났는가 하는 점이다. IMF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모두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경상수지 악화였다. 1996년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는 245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게다가 김영삼 정부의 무모한 세계화 전략에 따라 해외투자 유출이 크게 늘었다. 외국에서 500억 달러 이상 빌려오는 바람에 1996년에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차입이 막힌 1997년에 위기가 발생했다. 2008년도 비슷하다. 2007년 104억 달러이던 경상수지 흑자가 2008년 17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해외투자였다. 2008년 국내기관의 해외투자(유출)는 235억 달러였다. 그 위에 미국 금융위기로 해외투자자금이 빠져나간 것이 259억 달러였다. 합하면 494억 달러가 유출된 셈이다. 위 두 경우 모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고 할 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액의 유동성, 즉 만일의 비상사태에 현금으로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1997년의 외환보유액은 대부분 대외 민간대출 채권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비상시에 환수할 수 없었으며 2008년에도 현금성 자산이 아닌 국공채 혹은 회사채와 같은 채권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막상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자산가치가 현저히 떨어지기도 했고 또 매각할 형편이 못 되기도 했다. 지금 상황도 다르지 않다. 80% 가까이 외국 국공채로 되어있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즉시 동원할 능력이 취약하다. 원화 환율이 안정되지 못하면 불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환부족을 막는 방법은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충분히 올리는 일이다. 국내금리가 높아서 자금이 외국으로 빠져 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금리를 충분히 올리면 가계부채의 금리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생계가 어려워진다. 게다가 주가나 부동산 가격마저 폭락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미국금리가 우리나라 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역전이 일어나게 된다. 바른 길은 금리역전을 막는 길이다. 금리를 조금 더 올려서 받는 고통은 그래도 참을 방법이 있지만 안 올려서 터지는 금융위기는 막을 방법이 없을 것 같다.

 
[표] 외환위기 전후의 상황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금융계정수지(*2) 원화환율(%)(*3)
IMF위기 1996 332 -245 235 4.4
1997 204 -108 177 18.2
금융위기 2007 2622 105 -171 -2.8
2008 2012 18 65 18.7
현재 2021 4631 883 -814 -3.0
2022.상 4383 191.7(*1) -768 10.3

(*1) 2022년 5월까지
(*2) (-)는 해외유출 (+)는 해외유입
(*3) 평균환율(전년동기비)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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