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빚투] 증시 반짝하자 ​고개 드는 빚투…대박 쫓다 쪽박 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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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22-08-0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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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용융자 잔고 이달 들어 1조 가까이 증가

  • 담보비율 낮아졌지만 고금리 부담 더 늘어

 

[그래픽=아주경제]

최근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바닥을 찍었던 빚투(빚을 내서 투자한다는 뜻의 줄임말)의 주요 지표인 신용융자 잔고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초 코스피 지수가 2300포인트가 무너진 뒤 반등에 나서면서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입었던 투자자들이 최근 주가가 상승하자 레버리지에 나서면서 이익 극대화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금리가 크게 상승해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부담이 더 늘어나는 상황이다. 여기에 시장이 하락 반전할 경우 대규모 반대매매 가능성 역시 높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빚내 투자하는 투자자들 재차 증가세
 
주식시장 반등이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도 증가세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 잔액은 18조8390억원으로 7월 1일 17조9891억원 대비 8498억원이 증가했다.
 
6월 중반까지 20조원 수준을 이어오던 신용융자 잔고 규모는 7월 7일 17조4945억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뒤 7월 19일 18조5억원으로 18조원을 회복한 뒤 12거래일 연속 증가세를 나타내며 19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상황이다. 또 주식을 담보로 현금을 빌리는 예탁증권 담보융자 잔액도 4일 기준 19조6315억원을 기록하면서 저점인 지난 7월 11일 19조2649억원 대비 3666억원이 늘어난 상태다.
 
이는 금리인상 패닉이 정점을 지나 안도랠리가 전망되면서 빚투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 시장이 미국 등에 비해 크게 하락하면서 그간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도 상대적으로 컸다”면서 “주가가 반등하면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면서 신용융자 규모도 함께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빚투의 증가를 투자심리 개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지나치면 분명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는 입장이다.

빚투의 가장 큰 문제는 일종의 연쇄반응으로 투자자가 더 큰 손실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주가가 급락할 경우 담보로 잡은 주식의 반대매매가 이뤄져 주가의 추가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담보비율은 통상 140% 정도다. 금융당국이 최근 시장 급락에 따라 지난 1일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를 면제하면서 현재 증권사들은 비율을 130%까지 낮춘 상황이다. 반대매매도 하루 유예한 상태다. 그래도 주가가 떨어져 담보비율이 낮아질 경우 증권사에서는 추가로 주식을 매수해 담보비율을 맞출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투자자가 자금이 부족할 경우 증권사는 자산을 회수하기 위해 임의로 주식을 매도한다. 전날 종가 대비 20~30% 낮은 금액으로 주문돼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주가하락’ → ‘증권사 매도’ → ‘주가 추가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6월 말 코스피의 차별적인 급락세를 야기했던 개인투자자들의 반대매매 충격은 정점을 통과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6월 마지막 2주 동안 반대매매, 개인투자자들의 디레버리징의 시장 영향력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강했던 한편, 정점 수준을 통과함에 따라 코스피 수급 부담도 크게 덜어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단기적으로는 다시 급증한 신용잔고 물량 부담은 덜어내야 할 숙제”라고 우려했다.
 
◆빚투 투자자 높은 이자율도 부담
 
높은 이자율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50bp 인상)을 단행했고, 앞으로도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도 최대 10%를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개인투자자 비중이 가장 높은 키움증권의 경우 7일 이내에 갚는 조건으로 돈을 빌릴 경우 부담해야 하는 이자율은 7.5%며 8~15일 구간은 8.5%에 달한다. 특히 16~90일은 9.0%며 91일 이상 구간은 9.5%에 달한다. 가장 최근 금리를 조정한 NH투자증권의 경우 1~7일 구간은 4.9%, 8~15일(6.5%), 16~30일(7.5%), 31~60일(7.5%), 61~90일(8.5%) 수준이다. 90일 이후부터는 8.7%로 높아진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 금리를 기본금리로 하고 가산금리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정한다. 기준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은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맞서 빅스텝을 단행한 바 있다. 기준금리는 앞으로 두세 차례 더 올라 연말에는 연 2.50%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도 10%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장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역실적장세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 경착륙 과정에서 제조업 경기 약화, 실적 전망 레벨다운으로 인한 코스피의 2차 하락이 예상되며 저점은 2050포인트”라고 우려했다.
 
금투업계는 현재 신용융자 잔액 규모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한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 기업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잔고 비율은 과거 대비 아직 높은 수준인데, 2007년 이후 평균 수준은 0.52%”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피와 코스닥의 합계 시가총액은 2335조3655억원으로 그중 신용융자 비중은 0.80%다. 평균 대비 0.28%포인트 더 높은 수준이다. 12조1439억원 수준까지 내려가야 한다. 약 7조원 이상 줄어야 한다는 얘기다. 강 연구원은 “시총 대비 신용융자 잔고 비율이 전년 대비 0.15%포인트 정도 낮아졌을 때 1년 뒤 코스피 상승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빚을 내 투자하는 것은 레버리지라기보다 위험한 도박에 가깝다”면서 “현재 개별장세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어 낙관적인 전망만 믿고 투자에 나섰다간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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