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블라인드] 저축은행 'A급 인재' 영입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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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2-08-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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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몇 달 전, 지방은행의 리스크 담당 임원을 영입하려다 실패했습니다. 연봉을 크게 올려주고 직급도 올려주겠다고 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습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대형저축은행 대표의 하소연이다. 금융당국의 리스크 시스템 고도화 요청에, 관련 인력을 영입하려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적극적인 회유를 위해 연봉을 3000만원가량 올려주고, 직급도 기존 부장에서 본부장으로 올려주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전혀 받아들여지질 않았다.
 
이유는 '과도한 연대책임'에 대한 부담감이다. 이는 저축은행 업권에만 유일하게 적용되는 일종의 패널티(불이익)다. 은행·증권·보험·상호금융 등 다른 업권의 경우, 임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을 때만 연대책임을 진다. 반면 저축은행은 ‘고의나 과실’ 기준이 적용된다. 즉 임원의 잘못 정도가 작아도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임원 입장에선 이러한 조항 때문에 저축은행으로의 이직을 꺼릴 수밖에 없다. 같은 과실이더라도 책임의 화살이 본인에게 돌아올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만약 징계를 강하게 받으면, 문책성 중징계로 이어져 3년간 금융회사로의 취업이 금지된다. 이 경우, 앞으로의 커리어(경력)가 망가지게 될 건 사실상 자명하다. 기존 임원들 역시 이를 의식해 운신의 폭을 좁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저축은행 업권의 불만은 상당하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높은 예금보험요율에 버금갈 정도다. 돈으로도 인력을 영입할 수 없을 정도니, 업권의 장기적 발전에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산이 큰 대형업체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는 이미 오랜 기간 방치돼 온 묵은 논제다. 즉 저축은행 업권은 이로 인한 불이익을 이미 상당 기간 감수해왔다는 뜻이다. 이 문제 해결에 나선 건 박재식 전 저축은행중앙회장이다. 본인의 다양한 역량을 동원해 관련 규제 완화에 앞장섰다고 한다. 이에 ‘고의 및 중과실’로 완화된 개정안이 국무회의 문턱을 넘기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국회에 상정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깜깜무소식이다. 최근까지 파행을 이어왔던 국회는 어렵사리 원 구성을 마쳤지만, 여야는 여전히 대치 상태다. 국회 통과까지 앞으로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 업체 대표가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과실이 상대적으로 적을 때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중과실과 과실을 나누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직업과 목적에 비춰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때에 중과실로 간주된다. 따라서 조직에 문제가 생겼을 때, 부장 또는 임원에게 확실히 위임이 되지 않았다면 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즉 웬만한 건은 모두 과실로 엮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업권에서는 불가능하단 점을 감안하면 명백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저축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요구사항이 세분화되는 만큼, 업권을 대하는 태도도 성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적어도 명색의 대표가 아주 사소한 과실로도 징계를 받게 되는 일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외 예보료 규제 개선, 영업구역별 의무여신(대출)비율 규제 완화 등의 현안도 있지만, 이는 차차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 등 다양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일단은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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