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아주경제 편집부]


온·오프라인상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 문제가 어제오늘 문제는 아니지만 최근 학폭을 가장한 ‘무고’ 사례가 교육계에 또 다른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가 좋지 않은 다른 학생에게 폭력을 당했다는 등 허위로 진정서를 내는 것이다. 문제는 나중에 사실관계가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 기간에 학생이 받는 정신적인 피해 등은 회복하기 어려워 방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폭은 행정사건···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려도 묘수 부재
3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소재 한 중학교에 다니는 A군은 같은 반 친구를 폭행했다는 이유로 학폭위에 넘겨졌다. 하지만 학교 CCTV를 비롯해 학교폭력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는 없었다. 폭행을 당했다는 학생은 “CCTV가 없는 곳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A군은 그런 일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해 학생은 자신에게 난 여러 상처들이 A군의 폭행으로 인해 생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 사이에서는 A군이 폭행을 하지 않았다는 말들이 돌았다. 교육청까지 넘어간 사건은 결국 A학생과 피해 학생 양쪽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억울한 A군은 자신이 누명을 썼다고 생각해 항의했지만 교육청에서 돌아온 말은 “억울하면 진성서를 내라”는 말뿐이었다.

과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학생 아들이 성추행범으로 몰렸다는 글이 올라왔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한다고 밝힌 A씨는 아들이 중학교 1학년일 때 겪은 일을 공유했다. 청원에 따르면 B씨는 당시 담임교사에게 아들이 성추행범이라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연락받았다.

피해 여학생 5명은 B씨 아들이 강제로 포옹하고 팔목을 끌어당기고 등을 쓰다듬는 등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 구분 없이 수시로 성추행했다고 주장하며 소문을 냈다. 교육청 학교폭력 회의록에도 아들이 여학생 가슴을 움켜쥐고 몸을 강제로 앞으로 돌렸다고 적혀 있었다.

특히 피해자들은 “(B씨 아들이) 영어 수업 시간에 자리를 옮기며 몸을 만졌다”면서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B씨 아들은 억울함과 큰 충격에 두 달 동안 등교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B씨는 여학생들을 명예훼손 혐의와 무고죄로 고소했다. 관련 증거들이 부족했지만 여학생들 진술이 일관적이라는 이유로 사건은 무혐의 처리됐다.

2004년 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이를 접수해 조사하고, 교육지원청에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개최해 피해 학생 보호 조치와 가해 학생 교육·선도 조치를 내리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을 선도·교육해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실제 학교폭력이 있지도 않았는데도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사건들이 학폭위에 접수되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교육청과 학교 등은 별다른 방안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해자로 의심을 받은 한 피해 학생 부모는 “교육청과 학교에 억울하다는 말을 했지만 억울하다면 똑같이 진정서를 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성적 우수자 압박용 허위 학폭 신고도
교육 관련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시기해 같은 반 아이들이 정신적 괴롭힘을 당했다며 우수 학생을 허위로 신고한 일도 있다. 신종 '왕따'인 셈이다. 이럴 때 학교 측은 대개 부담을 느껴 제대로 된 사실관계 확인 없이 교육청으로 사안을 넘긴다"며 "신고를 당한 학생에게는 마치 형사재판처럼 느껴질 수 있어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오고 학업에도 상당한 차질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허위 신고 학생들도 이점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장 검증을 통해 사실관계가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조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을 바탕으로 무고죄로 신고를 한다 해도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형법 제156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 처분 또는 징계 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해 허위인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법인 등이 내린 징계 처분은 형법상 징계 처분에 포함되지 않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학교폭력 신고와 함께 형사 고소 등으로 진행되면 무고를 따져볼 수 있지만 학교폭력 신고 절차로만 간 케이스는 무고를 따져 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학교폭력 사건은 행정사건이기 때문에 형사 처분을 받게 할 목적이 아니다”며 “학생들이 수사기관에 폭행을 당했다며 고소를 했다면 무고가 되겠지만 학폭 사건이기 때문에 무고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에 공백이 있어 허위로 신고를 당한 학생이 어떤 피해를 입어도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국회에서도 학교폭력 관련 문제는 다루고 있지만 허위로 신고하는 것은 마땅히 다루지는 않고 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피해 학생 또는 그 보호자는 학폭위 심의 결과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이나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 조치에 이의가 있으면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2019년까지는 학폭위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재심,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2020년부터는 행정심판으로 방법이 일원화됐다.

그러나 ‘학교폭력 재심 및 행정심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피해 학생의 학교폭력 재심 및 행정심판 인용률은 29.2%에 불과하다.

박옥식 한국청소년폭력연구소 소장은 "피해자로서는 너무 억울하고 고통이 오래 갈 수 있지만 가끔 피해자가 가해자를 지목했는데 가해자가 피해자일 때가 있다"며 "가해자 중심으로만 해법을 가져가다 보니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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