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폭 리포트上] '사이버 학폭' 증가…부모가 허위신고 종용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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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윤혜원 기자
입력 2022-08-0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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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오프라인 학교폭력이 정상 등교가 시작되면서 다시 늘고 있다. 비대면 수업으로 등교일수가 줄어든 사이 사이버 학교폭력 건수는 크게 늘었다.

2일 서울경찰청 2017∼2021년 서울 청소년 범죄 통계 분석에 따르면 2019년 1만1832건이었던 학교폭력 신고는 2020년 절반 수준인 5555건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6823건으로 증가했다.

학교폭력 유형도 변했다. 폭행·상해, 금품 갈취 등 물리적인 폭력은 줄어든 대신 모욕·명예훼손 등 정서적 폭력과 성폭력이 크게 늘었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여러 사람이 한 사람에 대해 욕설을 하는 등 정서적 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법원은 단체 대화방에 피해 당사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비방이나 욕설이 있다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범죄유형별 검거 인원을 2017년 통계와 비교해 보면 폭행·상해는 47.3%, 금품 갈취는 11.6% 각각 감소한 반면 모욕과 명예훼손은 72.3%나 증가했다. 성폭력은 28.5% 증가했다.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장소를 보면 교내(32.7%)보다 학교 밖(56.4%)이 더 많았다. 특히 전체 범죄 가운데 19.8%는 온라인 등 사이버상에서 발생했다. 학교폭력 5건 중 1건꼴로 사이버상에서 일어나는 셈이다. 학교폭력 신고자는 초등학생이 56.0%로 절반을 넘었다. 이어 중학생 24.3%, 고등학생 15.3% 순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이 되고,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이 되는 일도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학교폭력 관리의 빈틈을 노리고 허위로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모가 학폭 무고 종용···법원 "재범 위험성 극도로 높아"
실제로 올해 어린 자녀를 학교폭력 피해자로 둔갑시켜 상습적으로 보험금을 수령한 40대 부부가 징역형을 선고를 받은 사례도 있다.

제주지법은 최근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 무고,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7)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5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부부는 초등학생인 두 자녀 명의로 보험에 가입한 후 2018년 9월 27일부터 2019년 6월 4일까지 총 35차례에 걸친 허위 보험금 청구로 손해보험사에서 총 3300만원을 수령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자녀들을 학교폭력 피해자로 둔갑시키고 의사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손해보험사에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상생활 폭력 상해보험금'이 한번에 100만원씩 지급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부는 두 자녀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말해라" "선생님들이 가해자를 용서하라고 강요했다고 말해라"고 지시하며 두 자녀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는 정서적 학대행위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 경제력 싸움된 '학폭' 
모든 학교폭력 사건이 경찰 신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찰 신고 전에 학교 내부나 교육청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되기도 한다. 문제는 학교폭력 발생 이후와 경찰로 사건이 넘어가기 이전까지 단계에서 학부모가 사건에 자체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특히 사건을 교육청이 다룰 때는 청문 절차와 같은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학부모들은 교육청으로 넘어간 학교폭력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절차에 능통한 전문가를 찾기에 이르렀고, 변호사 사무실까지 다다르게 됐다. 로스쿨 출신 저연차 변호사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임료를 받으며 관련 시장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규모 있는 로펌들도 이에 뛰어들면서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경찰 단계까지 가지 않아도 학교폭력 사건에 대처하려고 변호사를 찾는 사례가 늘다 보니 학부모들 간 물밑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가해·피해 학생을 가리지 않고 각자 입장을 변호해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로서는 상대방 주장과 근거를 반박하기 위해 한층 유능한 변호사를 물색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 경제력에 따라 대형로펌 파트너급 변호사를 선임하는 일도 적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전언이다. 경제력 있는 부모일수록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법무법인이나 법률사무소에 사건을 맡기려는 흐름이 두드러지면서 학교폭력을 둘러싼 법률 시장이 ‘부모 경쟁의 장’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학교 반 학우를 '왕따'시켰다는 이유로 학폭 신고를 당해 교육청 출석을 앞두고 있는 학부모 A씨(45)는 "신고자 측에서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말을 듣고 수백만 원을 내고 5년 차 안팎인 변호사를 선임했다. 처음엔 '별거 아니니까 잘 소명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자칫 상대 변호사 논리에 휘말려 우리 아이가 억울한 일을 당하겠다 싶어 생전 처음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들은 교육청과 연관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을 맡고 이에 앞서 진행되는 청문 절차 등도 담당한다”며 “교육청으로 넘어간 학교폭력 사건에서도 청문과 같이 유사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변호사들이 처리 가능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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