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 블루칩 식용곤충] "벌레를 왜 먹나요..." 투자보다 인식변화 먼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정석준 기자
입력 2022-07-23 07: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국내 식용곤충, 전체 곤충산업에서 51.6% 차지

  • 민관 적극 투자...생산구조는 여전히 개인 위주

  • "혐오제품 인식 여전...가격 경쟁력도 챙겨야"

6월 12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제6회 대한민국 애완곤충경진대회'에서 한 어린이가 장수풍뎅이를 만져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가 식량안보 확보에 혈안인 가운데 식용곤충이 블루칩으로 주목받고 있다. 식용곤충 산업은 정부와 식품 업계에서 투자가 몰리면서 시장 규모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농가들 사이에서는 아직 식용곤충에 대한 거리낌 등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호소가 나온다. 식용곤충에 대한 연구·개발(R&D)뿐 아니라 인식 개선을 위한 투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식용곤충 시장 231억원...'블루오션'으로 주목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식용곤충 산업 규모는 231억원으로 전체 곤충산업 규모(446억원) 중 51.6%를 차지했다.

곤충 산업 규모는 빠르게 성장 중이다. 전체 곤충 산업 규모는 전년보다 7.7% 증가하고, 2017년(345억원)보다는 약 30% 커졌다. 식용곤충만 보면 지난해 산업 규모는 1년 전보다 9% 늘어났다.

해외에서도 식용곤충의 시장 전망은 ‘맑음’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2020년 세계 곤충 단백질 시장 규모를 2억5000만 달러로 추산했다. 특히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27.4%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기아 퇴치, 영양 보충, 환경오염 저감 등을 위한 방법으로 식용곤충을 제안했다. FAO에 따르면 전 세계 20억명가량이 단백질 보충을 위해 곤충을 먹는 것으로 추산된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곤충은 단백질·지방·비타민이 풍부하고 아미노산 조성도 곡물이나 콩류에 비해 우수하고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며 “세계 100여 개국 이상에서 곤충 약 1900종이 식용 가능한 것으로 보고된다”고 말했다.

탄소배출량이 적어 생산과정이 친환경적이라는 점도 곤충산업 강점으로 꼽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고기 200kcal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24㎏인 반면 식용곤충은 0.7㎏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도 식용곤충 산업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투자 중이다. 농식품부는 ‘제3차 곤충·양잠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곤충 산업 규모를 1400억원까지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식용·사료용 곤충 거점단지를 경북 예천과 충북 괴산 등에 마련했다.

식약처가 인정한 식용곤충은 2016년 3종에서 현재 10종으로 늘어났다. 10종은 △벼메뚜기 △식용누에 유충·번데기 △백강잠 △갈색거저리 유충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쌍별귀뚜라미 △장수풍뎅이 유충 △아메리카왕거저리 유충 탈지분말 △수벌번데기 △풀무치다.

민간 기업들도 식용곤충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한미양행은 곤충사업팀을 운영해 직접 식용곤충을 이용한 제품 30여개를 개발해 판매 중이다. 에쓰푸드·퓨처푸드랩·케일 등 스타트업이나 중소·중견기업들도 식용곤충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 3월 캐나다 식용곤충 제조기업인 아스파이어푸드그룹에 약 100억원을 투자해 대체 단백질 시장 개척에 나섰다. 아스파이어는 귀뚜라미를 이용한 단백질 분말, 밀가루 원료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정부와 기업들이 가공기술 R&D에 박차를 가해도 정작 원료인 식용곤충을 직접 기르는 산업 생태계는 여전히 자본력·기술력을 갖추지 못하는 영세한 개인 위주로 남아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곤충 사업 농가는 1820개로, 곤충 산업을 진행하는 주체 중 60.5%로 가장 많았다. 업체형은 874개(29.1%), 법인형 314개(10.4%) 등으로 아직 안정적이지 않은 시장에서 개인이 자립해야 하는 구조다.

[그래픽=아주경제]

소비자 인식 변화는 여전히 과제
소비자 인식 변화도 식용곤충 업계가 넘어야 할 과제다. 식약처에 따르면 독일 소비자센터연방연합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식용곤충 제품 내용물과 제조 과정을 명확히 확인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식료품-푸드도 테크시대, 대체식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식용곤충 제품이 냉동·건조·분말 형태로 나오지만 아직까지는 곤충이 혐오제품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외형적 특성에서 오는 부정적 인식을 없애고 영양성분을 유지하는 방향의 가공기술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원재료·단백질·오일류 가공기술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재료 가공기술은 건조 또는 분말 형태의 곤충 섭식을 위해 필요한 기술이다. 오일류 가공기술은 식용곤충 주요 영양분인 단백질과 유지를 추출하는 것이다.

농진청도 식용곤충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농진청은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시식회나 학회를 열고 각 지역 축제와 연계하는 등 식용곤충 관련 이벤트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전국 곤충 관련 축제 17개가 열렸다”며 “일부 축제가 코로나19로 비대면으로 운영되거나 취소됐음에도 총관광객 121만명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식용곤충 애칭 공모전을 열어 곤충에 대한 친근감 상승을 꾀했다. 갈색거저리-고소애(고소한 맛을 내는 애벌레), 흰점박이꽃무지-꽃벵이(꽃과 굼벵이 합성어), 장수풍뎅이 유충-장수애(장수하도록 도와주는 애벌레), 쌍별귀뚜라미-쌍별이(본 명칭에서 유래) 등이 그 예다.

가격 경쟁력 확보와 소비자 요구에 맞는 제품의 다양화도 식용곤충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독일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식약처는 “곤충은 현재 시장에서 구매하기 어렵기 때문에 높은 가격은 용인되나 일상적으로 소비되려면 가격이 크게 하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원도 식용곤충과 관련해 ”가격이 비싸다”고 지적했다. 

농진청은 이를 위해 식용곤충의 표준먹이원 개발, 자동화와 규모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 기술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식·의약 기능성 연구를 강화해 식용 곤충분말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 메뉴와 기능성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곤충 관련 산업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곤충 산업을 차세대 바이오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거점단지 조성과 계열화 지원, 유통사업단 지원, 관련 제도·규제 개선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