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억대의 연봉을 받고 있는데, 반도체 전문가들이 굳이 훨씬 적은 연봉을 받으면서까지 학계로 자리를 옮길 이유가 없다. 반도체 인력이 부족한 결정적인 이유 중의 하나다. 학생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심각한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그런데 인력 부족 문제가 ‘연봉의 차이’에서 시작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반도체 업계의 숙원 중 하나인 인력 부족에 있어 무엇보다 현실적인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반도체 전문가는 기업에서 수억원대의 연봉을 받지만, 대학교수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연봉을 받는다. 국내 반도체 인력 육성을 위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적은 연구비도 교수를 찾기 어렵게 하는 이유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19일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방안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한계가 많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양성 방안을 발표하며 “연봉을 더 배려해 줄 수 있는 일종의 인센티브 장치를 넣을 생각이다. 연봉의 상한을 더 파격적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혀 사실상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빠졌음을 시사했다.
 
정부 정책의 핵심은 업계 주도의 ‘반도체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일종의 반도체 연구 컨소시엄인 ‘한국형 SRC’를 운영하는 등의 방안이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15만명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결국 근본적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솔루션은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업계는 “이제 ‘원팀(One Team)’으로 나설 때”라고 말한다. 마치 최근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지원 활동에 나선 것처럼 말이다. 실제 기업들은 부산을 세계박람회의 개최지로 만들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삼성, LG, SK, 현대차 등으로 이뤄진 유치지원 민간위원회는 담당 국가를 나눠 교섭 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또한 원팀으로서 보다 구체적이고 전폭적인 정부의 지원을 기반으로 국가 전략 산업으로 본격 육성하고 나설 때다.
 
현재 K-반도체가 대내외적인 위기 상황에 놓였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특히 경쟁력을 나타내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단 3%의 점유율만 차지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는 뒷심 발휘가 절실하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공장의 증설 계획을 전격 보류하기로 결정한 것도 반도체의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줘 업계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각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대해 대규모 지원에 나선 것도 이미 자국 기업과 정부가 원팀이 되어 글로벌 반도체 패권 수성을 위해 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 미국은 반도체 및 제조 장비 투자 관련 25% 세금 공제 등을 지원하는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에 대해 이르면 이번주 중 본투표를 진행한다.
 
지난 21일 우리 정부가 반도체 초강대국을 만들겠다며 전략을 내놓은 것은 이러한 원팀 행보에 긍정적인 신호다. 업계도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추가적인 정책 보완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국가 대비 낮은 세액공제율을 높이고, 향후 확보해야 하는 예산, 계획만 세운 세부 정책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김수지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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