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아제한 잔혹史 "당신 아기는 30년 전 사회적 재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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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2-07-0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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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전 초과출산 자녀 빼앗은 공무원

  • '인신매매범'으로 고발한 노부부

  • 현지 정부 "인신매매 아닌, 사회적 재배치"

  • 30여년 산아제한 인권유린 폐해 재조명

중국 산아제한 정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당신의 자녀는 ‘사회조제(社會调剂, 사회적 재배치)’된 것이다. 아동 인신매매 혐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30여년 전 초과출산한 자녀를 정부 관료로부터 빼앗긴 한 중국인 부부가 현지 당국에 아동 인신매매 의혹을 제기하며 청원을 넣자 돌아온 정부의 답변이다. 특히 ‘사회조제’라는 단어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자녀' 정책에 따라 계획생육(산아제한) 정책이 엄격하게 시행됐던 1990년대, 초과출산된 아동들이 마치 상품처럼 사회 곳곳에 재배치됐다는 뜻이다.

당시 중국 지방 공무원들은 강제로 빼앗은 초과출산된 아동들은 사회복지원이나 자녀가 없는 가정에 돈을 받고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아이를 빼앗은 공무원은 인신매매범입니다"
지난달 말 중국 광시(廣西)좡족자치구 구이린(桂林)시 취안저우(全州)현에 사는 덩전성(鄧振生), 탕웨잉(唐月英) 부부가 현지 신방국(信訪局·서신과 방문을 통한 청원 처리기관)에 아동 인신매매 청원을 넣은 게 사건의 발단이 됐다. 

30여년 전 한 살배기 아들을 빼앗긴 부부의 사연은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망 등 현지 언론에 소개됐다.

보도에 따르면 1989년 9월 8일, 이들 부부에게 일곱 번째 아이가 태어났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4남 3녀를 뒀다는 이유로 현급 정부로부터 ‘사회부양비’라는 명목으로 초과출산 벌금 6000위안을 내라는 독촉에 시달려야만 했다. 집에 있던 온갖 가구와 텔레비전, 키우던 돼지까지 모두 압류당했지만 결국 벌금액을 채우지 못했다.

1990년 8월, 취안저우현 계획생육 책임자 가오씨는 부부에게서 태어난 지 1년도 채 안되는 아들을 강제로 빼앗았다. 부부는 경찰에 신고해 아이를 수소문했지만, 3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행방불명이다. 엄마 탕씨는 “가오씨는 당시 인신매매할 만한 똑똑하고 영리한 아기들을 물색했다”고 고발했다. 

부부는 지난달 28일 아이를 빼앗은 가오씨를 신방국에 인신매매 혐의로 고발하며 공안기관에서 사건을 맡아 달라고 호소했다. 
 
"당신의 자녀는 '사회적 재배치'됐습니다"

중국 광시자치구 구이린시 취안저우현 위생건강국의 청원 접수처리를 거부한다는 고지서. [사진=웨이보]

하지만 사흘 후인 7월 1일, 취안저우현 위생건강국으로부터 청원 신청을 거부한다는 고지서가 날아왔다.

그 이유는 "1990년대 중국 광시좡족자치구의 산아제한 정책은 '인구 수량을 통제해 인구 소양을 높이자'는 명목 아래 실시된 것”으로 “현급 정부의 결정에 따라 자녀는 일률적으로 사회적 재배치됐고, 아동 인신매매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고지서는 사회적 재배치된 초과출산 자녀의 행방 기록도 없다고 했다. 

이 고지서가 온라인에 폭로돼 아동의 ‘사회적 재배치’를 둘러싼 도덕성 논란과 함께 현지 정부의 무관심한 태도에 대한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중국 베이징 유력일간지 신경보는 4일자 평론에서 "아이는 상품이 아니다. 그 누구도 자원으로 배분할 수 없다. '조제'라는 단어는 인류의 상식에 대한 도전으로, 사회의 도덕적 마지노선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평론은 “이는 과거 산아제한 정책으로 빚어진 문제로, 아이가 공중으로 증발할 리 없는 만큼, 분명 행방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최근 전국적으로 ‘인신매매와의 전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부모가 잃어버린 아이를 적극 찾아나선 선례가 될 것”이라고 이들 부부를 지지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전 편집인 후시진(胡錫進)도 “인구 재배치는 매우 생소한 표현으로, 그 폭력성이 가져온 피해는 분명하다”며 취안저우현의 초과출생 자녀의 ‘통일적 사회 재배치’는 잘못된 것이고, 비인도적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법조계 인사들도 “당시 산아제한 정책이 시행됐지만, 초과출산 자녀에 대해서 정부는 벌금 등 행정처분을 내릴 뿐, '사회적 재배치'할 권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현재 광시자치구 당국은 청원인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할 것임을 강조하며, 현지에 실무팀을 파견해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에 돌입하고, 취안저우현 현지 위생건강국 국장 등 관련된 인사들에 정직 처분을 내렸다. 
 
노벨문학 수상자 모옌도 고발 "계획생육의 피눈물"
중국은 인구 급증을 막기 위해 1978년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30여년간 시행했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자 2015년에야 비로소 두 자녀 정책을 시행했고, 지난해부터는 세 자녀까지도 허용하기로 했다. 

산아제한이 실시됐던 지난 30여년간 중국은 인구 증가를 4억명가량 억제해 무분별한 인구 증가를 막고 인민의 삶의 수준을 높였다고 자평해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강제 낙태, 여아 살해 등 인권 유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당시 만삭 임신부를 강제 낙태시키는 등의 잔혹한 행위도 벌어졌다. 

중국 봉황망 보도에 따르면 1991년 산둥성에서는 ‘100일간 출산금지’라는 이름의 해괴한 운동도 시행했다. 상부로부터 산아제한 정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경고를 받은 산둥성 관현에서 당시 100일간 임신부의 출산을 엄격히 제한했다고 한다. 이 기간 임신부들은 한 자녀임에도 불구하고 낙태를 종용받았다.

중국 소설가 모옌도 당시 산둥성의 심각했던 산아제한 운동의 참담함을 고발한 소설 ‘개구리(蛙)’를 써서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소설은 아기를 받는 산부인과 의사가 동네 여자들에게 낙태시술을 해야만 했던 이야기다. 실제 산부인과 의사였던 그의 고모가 모티브가 됐다. 죄책감에 시달렸던 고모는 훗날 자기 손으로 죽인 2800명의 아이를 닮은 점토 인형을 빚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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