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영 前뉴시스 도쿄특파원·日와세다대 국제관계학 박사]


 
일본은 오는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중의원과 참의원의 국회 양원제인 일본은 6년 임기의 참의원 의석(248석)을 3년마다 절반씩 뽑는다. 올해는 결원 1석을 더해 총 125석을 놓고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다.

참의원은 해산이 없다. 3년마다 꼬박꼬박 선거를 치른다. 또 선거 결과가 정권의 향배를 가르지도 않는다. 설사 집권 여당이 참패해도 정권을 내놓지는 않는 것이다. 대신 참의원 선거는 민심의 향방을 보여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미국의 중간선거와 같은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중의원을 해산한 뒤 치러진 선거에서 단독 과반수 확보로 압승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승리한다면 탄탄한 기반 위에 강력한 정책 추진력을 확보할 것임은 당연하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어느 때보다도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민당을 비롯한 개헌 추진세력이 과연 개헌 발의가 가능한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일본 국회에서 개헌안이 발의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의원 정수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일본 중의원은 의석 465석 중 자민당 261석, 연립여당인 공명당 32석을 비롯해 개헌 추진세력이 이미 3분의 2(310석) 이상을 확보한 상황이다. 3년 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때 실시된 2019년 참의원 선거에서는 개헌 발의에 필요한 의석수 확보에 실패했다.

개헌 문제는 이미 이번 참의원 선거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그동안 자민당과 연립 관계이면서도 헌법개정에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 왔던 공명당이 이번에는 개헌에 대한 긍정적 검토를 선거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일찌감치 불을 질렀다. 자민당,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4개 정당이 개헌 추진세력으로 간주되는데, 이들 정당이 이번 선거에서 125개 의석 중 82석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참의원의 3분의 2를 확보하게 된다. 선거를 1주일 정도 앞둔 현재의 판세로는 ‘가능하다’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일본의 소위 평화헌법 개정 문제는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주도해 왔지만 사실 국회 내 논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 헌법은 1946년 11월에 공포된 이후 한 번도 개정된 적이 없다. 2012년 12월 다시 정권을 잡은 아베 전 총리는 전쟁 포기와 전력(戰力)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헌법 9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자위대의 지위를 헌법에 명기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시했다. 이후 2019년 참의원 선거 전까지 개헌안을 발의하고 국민투표를 진행해 2020년에는 새 헌법을 시행한다는 야심 찬 의욕을 과시했지만, 국회 발의에도 이르지 못했다. 평화헌법을 고수해야 한다는 일본 국민의 확고한 의지를 돌파해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6년 4월에 실시된 일본 공영방송 NHK의 여론 조사에서 ‘개헌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은 27%에 불과했고, ‘개헌이 필요 없다’라는 의견은 31%였다. 아무리 개헌을 오매불망 원했던 아베로서도 이 정도 지지 여론으로는 개헌의 발걸음조차 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 여론의 지형은 급변하고 있는 형국이다. 교도(共同)통신이 지난 3~4월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헌법개정 찬성은 68%(반대 30%)에 달했다. 자민당이 내놓은 개헌안에 대해서도 67%(반대 30%)가 찬성했다.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 동의로 발의되는 개헌안은 국민투표에서 50% 이상의 찬성을 받으면 확정된다. 일본 정치권에선 자민당과 개헌 추진세력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할 경우 2024년에 개헌안을 발의해 2025년에는 국민투표를 실현한다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의 변화는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신냉전 구도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의 강도도 높아지면서 일본 국민의 안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은 2010년 이후 중국의 급부상,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진전 등 주변의 안보 환경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보고 독자적인 안보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2013년 ‘국가안보전략’(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이다. 일본에서 이때 처음으로 작성된 ‘NSS’는 일본의 국가안보에 관한 외교 및 방위 정책의 기본방침으로, 일본 방위 정책에 있어 최상위 전략문서라고 할 수 있다. 아베 내각은 재집권하자마자 주변 국제정세의 변화에 대비해 장기적인 안보전략을 세우고 방위 정책을 정비한 것이다. 이는 평화헌법과 전수방위(專守防衛: 적의 공격을 받고 난 뒤 일본 영토 내에서 방위력을 동원한다는 원칙) 등 기존의 소극적이고 억제적인 방위 정책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일본의 안보전략 핵심은 탄탄한 미·일 동맹을 바탕으로 동북아 지역의 안정적 질서 확보를 위한 방위력 강화다. 이를 위해 일본은 2015년 안보법제 정비를 통해 미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일본이 공동 방어에 나선다는 ‘집단적 자위권’ 개념을 도입해 군사력을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실질적인 군사력 강화에도 나섰다. 수륙기동단을 만들어 수직이착륙기(MV-22)와 신형 수륙양용장갑차(AAV7)의 운용 능력을 갖춰 원거리 동시 전력투사 능력을 향상했다. 이즈모급 호위함에 F35-B를 탑재하는 경항모도 2023년부터 운용하며, 사정권 밖의 타격 수단인 ‘스탠드 오프 미사일’도 추진했다. 더불어 우주전과 사이버전, 전자전 등 새로운 군사 환경에 맞춘 능력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방위비 증강 움직임도 빠뜨릴 수 없다. 그동안 일본의 방위비는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집권 자민당의 안전보장조사회는 지난 4월 적의 미사일 발사 기지 등을 파괴하는 ‘반격 능력’을 보유할 것과 함께 방위비를 향후 5년 내 GDP의 2% 수준으로 올릴 것을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말 외교 및 방위 정책에 대한 3대 전략문서(국가안보전략, 방위계획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를 개정할 계획이다.

집권당이 정부에 대고 전수방위 논란을 불러올 것이 뻔한 ‘반격 능력’ 보유를 새로운 국가안보 전략문서에 담으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일본이 보유할 수 있는 방위력의 범위를 확대해 군사력 증강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밖에 볼 수 없다.

반격 능력 보유 문제는 아베 내각 때인 2014년 안보법제 개정 과정에서 처음 논의됐는데, 올해 들어 일본 방위 정책의 지침으로 명문화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선제공격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반격 능력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공격 대상 범위에 적의 미사일 기지뿐만 아니라 지휘 통제 기능도 포함했다. 방위력 사용의 범위를 ‘공격을 받았을 때 일본 영토 내’로 한정시키는 전수방위 원칙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자민당은 방위비 증액을 제안하면서 나토(NATO)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나토의 국방비 GDP 비율 목표(2% 이상)를 염두에 두고 일본도 5년 이내에 필요 예산 수준의 달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토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 국방비의 GDP 대비 2% 목표를 세웠다. 2014년 평균 1.19%에서 2019년 1.53%로 올랐다. 일본의 2022년도 방위비는 5조4005억엔으로 GDP의 0.96% 수준이다. 만약 자민당의 제안대로 2% 이상으로 증액된다면 일본의 국가안보 전략은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자민당은 이번 참의원 선거 공약으로 헌법개정과 함께 방위비 증액을 내세우고 있다.
일본 국민도 방위력 확대에 힘을 실어주는 양상이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3~4월에 실시한 조사에서 일본의 방위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64%였으며, 반대 의견은 10%에 불과했다. 2003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방위력 강화에 찬성하는 여론이 6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59%에 달했던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최근 하락하는 추세지만 참의원 선거 승리에는 무리가 없는 것으로 전망된다. 승리한 기시다 내각은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로 방위력 증강과 헌법개정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다. 다만 엔저와 고물가에다 경기 침체 등 일본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그 추진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속도 조절은 불가피할지 모르지만, 일본의 안보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나아갈 방향은 이미 정해졌고,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굳어지고 있는 형세다. 국제정치와 군사 분야에서 눈에 띄게 힘을 키워가는 일본을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미니박스]
 
日 방위력 증강에 美는 쌍수 들어 환영
 
미국은 일본의 방위력 확대를 지지한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다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시되면서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 분담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방위력 강화에서 미국의 지지는 절대 불가결의 요소이다. 미국이 반대한다면 일본의 군사역량 확대는 사실상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5월 23일 도쿄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방위비 증액에 대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강한 지지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위력 강화를 위해 “적 기지 반격 능력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이 장면을 보고 있던 바이든 대통령도 “일본이 방위력을 강화하는 것을 높게 평가한다”라면서 “강한 일본과 강한 미·일 동맹은 지역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라고 했다. 손발이 척척 맞는 모습이었다.
군사력이란 보유 역량이 늘어나면 사용하고 싶은 욕구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이 한반도에 미치기 시작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팽창 속에서 한·일 간 군사협력의 적정선은 어디까지일까. 이 문제도 결국은 한·미·일 공조 체제 아래서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조윤영 필자 주요 이력

△이화여대 북한학 석사 △일본 와세다대 국제관계학 석·박사 △뉴시스 도쿄특파원 △<北朝鮮のリアル(북한의 현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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