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6만명 운집 민노총 집회...'금연구역 흡연'·'쓰레기 무단투기' 눈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태원 기자
입력 2022-07-02 19:2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2016년 민중총궐기 집회 이후 최대 규모 추산

  • 성숙한 집회 문화 결여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7·2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최태원 기자]

섭씨 33도를 넘는 폭염 속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7·2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노조원들과 경찰 간 충돌은 없었지만 무차별적인 흡연과 쓰레기 무단투기로 성숙한 집회 문화 결여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민주노총 산하 조직인 공공운수노조, 건설노조, 서비스연맹 등은 이날 낮 12시께부터 을지로 일대에서 사전집회를 진행했다. 본집회는 오후 3시 30분께 전국 각지에서 집결한 주최 측 추산 노조원 약 6만명이 세종대로 일대에 집결하며 시작됐다. 경찰은 이날 집회가 노동계 집회로는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민중총궐기 집회 후 최대 규모라고 보고 있다.
 
본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임금·노동시간 후퇴 중단 △비정규직 철폐 △차별 없는 노동권 쟁취 △민영화 저지 등을 요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윤석열 정부는 우리에게 노예로 살라고 한다. 더 많이 일하고 주는 대로 받으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는 못 살겠다. 오늘 우리는 당당한 주인으로 살겠노라 모였다”며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배달 오토바이 위에서 목숨을 건다. 임대료는 두 배, 세 배 뛰고 가맹 수수료는 재벌의 최대 이익을 보장하는데, 460원 오른 최저임금이 고통의 원인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정규직이 1000만명인데 아무런 대책도 없다. 민영화로, 민간 위탁으로 아예 비정규직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에 엄중히 경고한다.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공공성을, 일하는 사람에게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단상에 선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내년 최저임금이 5% 인상됐다. 부총리(추경호 경제부총리) 말대로라면 올 하반기 물가가 6%씩 오른다는데 따져보면 내년 최저임금은 삭감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집회가 열린 오후 3시께 서울 중구 체감온도는 33.5도까지 치솟았다.
 
폭염 속에 집회에 참가한 노조원들은 저마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주최 측이 나눠준 수건으로 얼굴과 목을 감싼 채 연신 얼음물을 들이켰다. 더위를 참지 못한 이들은 인근 그늘을 찾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폭염에 연신 땀을 훔치면서도 피켓을 들고 “물가 폭등 못살겠다. 윤석열 정부가 책임져라” “노동자는 죽어난다” “노동개혁 저지하라” 등 구호를 연신 목청껏 외쳤다.
 
이날 집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첫 대규모 집회인 만큼 경찰도 충돌에 대비하기 위해 서울광장, 숭례문, 서울역, 삼각지 일대 경비를 강화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경찰 부대는 총 120개, 1만명에 육박하는 경력이 동원됐다.
 
앞서 경찰청은 법원이 허용한 조건을 벗어난 불법 집회와 행진은 가용 경찰과 장비를 총동원해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본집회가 끝난 후엔 노조원 약 2만6000명이 삼각지까지 이동했다. 당초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집회에 대해 금지 통고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민주노총이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 금지 통고 집행정지를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집회에 4만5000명, 행진에 3만명으로 참가 인원을 제한하고, 행진 종료 후 즉시 해산하라는 조건으로 집회와 행진을 허용했다.
 
이들은 △숭례문∼서울역∼삼각지 △대한문∼서울역∼삼각지 △서울광장∼서울역∼삼각지 등으로 경로를 나눠 3개 차로를 이용해 오후 4시 30분부터 오후 5시 40분께까지 행진을 한 후 집회를 마무리했다.
 

지난 2일 오후 5시 30분께 서울시청 정문 앞. 그늘에서 쉬던 집회 참가자들이 마시던 음료병과 피켓 등 쓰레기를 무단투기한 후 자리를 떴다. [사진=최태원 기자]

한편 2016년 민중총궐기 이후 최대 규모 집회였지만 노조원들의 시민의식엔 아쉬움이 남았다.
 
본집회 인근 서울시청 주변은 노조원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와 무분별한 흡연으로 아수라장을 연상케 했다.
 
더위에 지친 노조원들은 삼삼오오 서울시청 주변 그늘을 찾아 휴식을 취한 후 피켓과 빈 음료병을 그대로 두고 자리를 떴다.
 

집회 참가자들이 지난 2일 오후 3시께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서울광장에서 흡연을 하고 있다. [사진=최태원 기자]

노조원들의 무분별한 흡연도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들은 따로 흡연장을 찾지 않고 집회를 지켜보며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서울광장에서 버젓이 흡연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 여파로 일대에는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0분 기준 도심 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9.5㎞, 서울시 전체 평균도 시속 19.5㎞에 그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