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시대] 6개월 새 금리 올린 국가 45개국... "금리 인상만으론 한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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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06-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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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요국, 하반기에도 기준금리 인상 전망

  • 2008년 이후 계속된 '뉴노멀' 시대 저물어

  • "공급 문제가 원인... 지정학적 불안 해소 시급"

전 세계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6개월간 기준금리를 올린 국가는 45개국에 달한다. 기준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수단이다. 자금 조달 비용을 높여 기업의 사업 확장과 가계의 소비에 부담을 주면, 경제 성장세가 꺾이고 고용이 둔화된다. 이는 가계의 임금 상승률을 낮추고 기업의 가격 결정력을 약화해 물가는 하락하게 된다.
 
그러나 물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만큼, 정책 입안자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현재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원인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같은 지정학적 요인이라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물가 잡자”... 주요국 일제히 기준금리 인상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자료를 인용해 올해 최소 45개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안을 확정했다. 이는 1994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인상이다. 연준이 움직인 지 몇 시간 만에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스위스 등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2.75%에서 13.25%로 0.50%포인트 올렸다. 2021년 3월에 2.0%였던 브라질 기준금리는 11차례 연속 올라 2017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오는 8월에도 추가로 금리를 올릴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등 중동 국가들도 기준금리를 올렸다. 사우디는 0.50%포인트, UAE와 카타르, 바레인은 각각 0.75%포인트 인상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유럽 국가들도 기준금리 인상에 동참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전날 통화정책위원회(MPC)에서 기준금리를 1.00%에서 1.25%로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 1월에 1.5%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란은행은 향후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영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정부는 올해 말까지 물가상승률이 11%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위스 중앙은행도 이날 15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음 달 기준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ECB가 기준금리를 올리는 건 11년 만이다. 2주 전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캐나다는 다음달에도 대폭 인상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국 또한 같은 수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환율 급등, 물가 상승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다음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뉴노멀’ 시대, 이대로 끝나나
주요국의 금리 인상 랠리는 낯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저물가·저금리라는 ‘뉴노멀’이 새로운 경제 질서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2019년 8월에 사상 처음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선 마이너스 금리로 국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후 각국 정부가 재정·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면서 수요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 노동력 부족, 물류 마비 등으로 공급 병목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수요는 커진 데 비해 공급은 줄어들면서 물가가 올랐다. 올해 2월 말에 촉발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원자재, 곡물 가격 인상에 불을 붙였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원유 수입을 금지하면서 국제 유가가 폭등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러시아산 원유뿐만 아니라 천연가스, 석탄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지난해 미국은 전체 원유, 정제품의 8%를 러시아에서 사들인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농업 수확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종자유 수출국이며, 밀 수출 규모도 세계 5위다. 농업은 제조업과 달리 생산이 한 번 중단되면 원상복구되기까지 시간이 걸려 우크라이나 사태가 끝나도 한동안 세계 식량 공급 문제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말 “곡물 가격은 한 번 올라가면 상당히 오래간다”며 “경작하고 공급이 늘어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약 60Km 떨어져 있는 마카리우 내 파괴된 집터. [사진=연합뉴스]

“물가 상승, 기준금리 인상으로 해결 어렵다” 지적도
최근 물가 상승은 코로나19 여파, 중국 도시 봉쇄, 우크라이나 사태같이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들이 원인이어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에너지, 식품 가격 상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영향이 크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기준금리를 올려도 물가 상승세를 잡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이달 말에 연이어 개최되는 EU 정상회의, G7 정상회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변곡점이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또한 어느 선까지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지 결정하는 것도 난제다. 연준은 ‘중립금리’ 수준까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중립금리는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의 금리를 말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매월 물가가 폭등하는 상황에선 중립금리 수준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일부 전문가는 중립금리의 적정 수준은 “사후에나 알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언급한) 중립금리가 어느 정도인지 매우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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