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LP들②] 140조 굴리는 우정사업본부...보수적 운용 속 대체·VC 투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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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2-05-2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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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현 우정사업본부장이 지난 2월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커진 가운데 한국 투자업계의 성장도 눈부시다. 기업공개(IPO), 기업인수합병(M&A), 사모펀드 등 투자 관련 용어들이 이제는 낯설지 않은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은 국경을 가리지 않고 예전보다 훨씬 더 활발한 투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자연스럽게 투자업계를 이끄는 주요 플레이어들의 행보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막대한 자금을 굴리면서 투자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이 중 많게는 수백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면서 투자금을 출자하는 주체들을 업계에서는 LP(Limited Partner)라고 지칭한다.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 및 공제회, 우정사업본부 같은 기관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국내외 투자자산들에게 직접 투자하기도 하지만 운용 보수를 지급하고 다른 투자기관에 자금을 위탁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처럼 LP들로부터 투자금을 출자받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나 사모펀드들은 GP(General Partner)라고 부른다. 

아주경제신문은 이 중 투자업계의 큰손들인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등 주요 LP들을 10회에 걸쳐 소개하는 연재 기획을 마련했다. 이들에 대한 주요 정보 및 최근 투자활동, 그리고 투자부문을 진두지휘하는 최고투자책임자(CIO)들과 관련된 콘텐츠가 제공된다. <편집자 주>

우정사업본부는 우편·금융 사업 경쟁력과 효율성 향상을 위해 2000년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별도 조직으로 출범했다. 우편사업 공공성을 고려하면서도 독립적 경영을 통해 자율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였다. 우체국예금·보험 사업은 적자 누적과 비효율 등을 이유로 농협에서 위탁 운용해 왔으나 1982년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우정사업본부에서 업무를 재개헸다. 현재 우정사업본부는 예금과 보험상품 판매를 통해 모은 고객 자금을 예금사업단과 보험사업단 등 양대 체제를 통해 운용하고 있다. 그 규모는 140조원에 이른다.

◇예금·보험 양대 체제로 자금 운용··· 채권 위주의 안정적 자산배분

우정사업본부 내 예금사업단은 ​△금융총괄과 ​△금융기술기획과 ​△예금위험관리과 ​△예금사업과 ​△예금증권운용과 ​△예금대체투자과로 조직되어 있다. 보험사업단 내부에도 별도의 △보험기획과 △보험위험관리과 △보험개발심사과 △보험사업과 △보험증권운용과 △보험대체투자과가 존재한다. 자금 성격과 조달금리가 다른 만큼 운용과 투자심의 등이 별도로 이뤄지는 체계다. 운용을 총괄하는 사업단장도 따로 임명된다.

우정사업본부의 운용자금 규모는 국민연금에 이어 국내 2위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 기준 예금사업단(83조3880억원)과 보험사업단(58조4493억원)을 합친 총 자산규모는 약 141조8373억원이다. 일반 고객들의 자금을 유치해 운용하고, '반관반민(半官半民)' 형태의 조직인 만큼 타 기관보다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다. 두 사업단 모두 시가로 평가하는 자산(국내외 주식·채권·대체투자 등)에 투자하는 비중은 전체 자산의 3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자산 중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이 가장 높다. 

예금사업단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채권 자산의 비중이 약 54%(45조712억원)에 달한다. 금융상품과 단기자금 비중은 30%(25조3187억원) 수준이다. 주식 운용자산은 국내주식이 5%(4조1366억원), 해외주식이 3.4%(2조8702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보험사업단은 채권 자산에 71.4%(41조7038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국내 주식은 5.4%(3조292억원), 해외주식은 3.4%(1조9628억원) 수준이다. 대체투자는 예금사업단이 7.2%(5조9912억원), 보험사업단이 10.5%(6조1461억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예금사업단이 최근 5년간 5~7%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비해 보험사업단은 5%에서 10%까지 비중을 끌어올렸다.  
 

[그래픽=아주경제]

◇대체투자, VC 투자 확대··· '카뱅' 등 성공사례도 

목표수익률 역시 사업단의 특성에 따라 다른 편이다. 조달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예금사업단은 안정성을 중시하는 편이다. 반면 보험사업단은 보다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도 투자를 한다. 예금사업단은 지난 2019년(4.0%), 2020년(4.6%)에 이어 지난해 4.9%의 수익률 거뒀고, 같은 기간 보험사업단은 5.3%, 5.9%, 5.9%로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우정사업본부 투자 기조가 다른 LP들에 비해 확실히 '보수적'인 가운데다 대체투자, 벤처캐피털(VC) 분야의 투자는 꾸준히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뱅크 지분 투자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5년 카뱅 설립 당시 우정사업본부는 공동 발기인으로 참여해 약 920억원을 참여했다. 이후 수 차례 유상증자를 거쳐 카뱅 상장 직후 보유 지분을 3.2%까지 늘렸다. 이 중 약 90%인 1368만383주를 지난해 9월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로 처분했다. 블록딜 결과 최종 수익률은 약 1095%로, 초기 투자 금액의 10배를 뛰어넘는 1조1000억원을 회수했다. 이에 따라 예금사업단의 대체투자 수익률도 30.1%로 모든 자산군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년(9.8%) 대비 3배 이상의 규모다. 

지난해 취임한 손승현 우정사업본부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예외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나 해외 연기금 연계 등을 통해 몇 가지 직접 투자하는 대체투자 사업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로 벤처캐피털(VC)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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