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가격, 올 하반기에도 고공행진 이어질 것"…무역수지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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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2-05-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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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올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특히 현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요인에 기인한 만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면서 물가 상승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1일 BNK금융그룹 산하 BNK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원자재 시장 동향과 지역경제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원자재 가격은 전년 대비 50% 이상 급등하며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45%가량 오르며 상승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주요 원인으로 코로나 팬데믹 회복 과정의 수급불균형 심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공급망 차질 등이 지목됐다. 실제 공급망 혼란 수준을 보여주는 글로벌 공급망 압력지수(GSCPI)의 경우 2021년말 기준 4.5포인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수가 개발된 1997년 이후 최대치인 것으로 조사됐다.

원자재 가운데서는 에너지 부문이 가장 높은 가격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 2021년 66.6% 상승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62.7%의 상승률을 기록해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 중에서는 원유와 천연가스가 세계 2위 생산국 러시아의 공급 불안 여파로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다. 석탄 역시 인도네시아의 일시적 석탄 수출 중단조치 등 여파로 올해 1분기 들어 가격이 200% 이상 급등하는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연구원 측은 "코로나 영향과 글로벌 친환경 정책 강화로 기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와 생산이 감소한 상황에서 전 세계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 급증으로 수급불균형이 심화되며 가격 상승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금속 부문과 농산물 부문도 금년 1분기 각각 28.7%, 24.4% 오르며 상승흐름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속의 경우 철광석 가격이 작년 상반기 정점을 찍고 상승세가 둔화된 반면 알루미늄과 니켈 등 비철금속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금속 가격 상승세를 견인했고 농산물 가격의 경우 옥수수와 대두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올랐다.

이 같은 원자재 가격 급등은 생산원가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들의 수익 개선 지연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동남권 산업구조의 경우 원자재 가격 등락이 생산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높은 업종인 만큼 동남권 경제성장의 하방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연구원 측은 "동남권의 경우 총수입에서 원자재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71.9%에 달한다"며 "이는 전국 평균치인 49.2% 대비 두드러지게 높아 타 지역보다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할 때 제조업 생산원가는 평균 0.4% 상승하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동남권 주력업종인 철강(1.8%), 석유화학(1.5%), 금속(1.1%), 선박(0.9%), 자동차(0.8%) 등의 상승폭은 제조업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원자재 가격 등락이 생산원가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동남권의 올해 1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13.0% 증가했으나 원자재 수입액이 증가하면서 무역수지 흑자폭이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무역수지의 악화도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도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급불균형, 탄소중립 기조 강화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주요국의 전략비축유 방출 등 공급불안 완화,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 등으로 상반기에 비해서는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원자재 가격 급등은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소지도 높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원자재가격 변동요인별 물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요인에 의해 유발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상품그룹 요인에 의해 유발된 경우에 비해 보다 큰 폭으로 장기간에 걸쳐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요인으로 유발된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추가적인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완화되더라도 원자재가격 전반의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될 경우 최근의 높은 물가 상승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처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고물가 상황 지속으로 금리 상승세 역시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미 연준이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하는 등 글로벌 통화긴축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국내 기준금리 역시 올해 상당폭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연구원은 이 같은 금리 상승압력 확대가 지역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고환율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 주요국 원자재 수출 중단 등 경영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자비용 증가는 기업 부담을 크게 높일 것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대출시장 의존도가 높은 만큼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 클 가능성이 있다. 실제 중소기업의 경우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간접금융 비중이 지난해 기준 99.4%로 대기업(71.7%)보다 크게 높아 금융 긴축으로 인한 이자부담이 대기업보다 큰 것으로 파악됐다.

정영두 BNK경제연구원장은 "지난 2020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한 동남권 자동차와 조선기업이 각각 30%, 35%에 달하는 등 동남권 기업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활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라며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지역 기업이 한계기업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지역 산업 생태계 보존을 위한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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