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피고인 '비약적 상고'도 '항소' 효력 있다"…판례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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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기자
입력 2022-05-1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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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 [사진=대법원]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를 한 상황에서 검사가 항소해 2심이 진행됐다면 항소로서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비약적 상고는 1심 판결에 불복해 2심을 거치지 않고 대법원 판단을 구하는 상소다.

이로써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할 경우 비약적 상고는 항소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기존 판례는 모두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9일 강도·폭행·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0년 9월 술집에서 60대 여성을 폭행하고 소란을 피워 영업을 방해한 혐의, 지난해 2월 길에서 다른 60대 여성을 때리고 현금 1만7000원이 든 가방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10년 부착 명령을 내렸다. A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비약적 상고를 제기했다. 검사는 A씨가 비약적 상고를 하자 이튿날 항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A씨가 항소장을 내지 않아 검찰의 항소만 존재한다고 판단하고 A씨에 대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형사소송법은 1심 판결이 인정한 사실에 대해 ‘법령을 적용하지 않았거나 법령의 적용에 착오가 있는 때’ 또는 1심 판결 이후 ‘형의 폐지나 변경 또는 사면이 있는 때’에만 비약적 상고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또 항소가 제기된 때에는 비약적 상고의 효력을 잃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A씨 상고에 항소 효력이 있다고 봤다. 다수의견 대법관들은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를 제기했다면 검사의 항소 제기로 대법원에 가지 못해도 1심 판결 효력을 다투려는 의사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들 대법관은 “비약적 상고의 효력이 상실될 때 항소 효력까지도 부정된다면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이 지나치게 침해된다”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 효력을 인정하더라도 형사소송 절차의 명확성과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안철상·노태악·민유숙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형사절차 규정에 대한 문언해석의 중요성과 소송절차상 안정을 이유로 들었다. 또 비약적 상고와 항소에서 피고인 의사가 서로 구분돼야 한다며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이 종래의 판례를 변경함으로써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의 상소심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고, 하급심 판결의 위법 사유를 시정할 수 있는 소송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가 보다 확대됐다”고 판결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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