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1300원대를 넘보고 있다. 주요국의 통화 긴축 움직임 등에 따른 강(强)달러 기조로 인해 우리 실물경제 등에 미치는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291원을 기록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290원을 넘어선 것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09년 7월 14일(1293원대) 이후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1290원 선을 저항선으로 종가 기준 1284.2원 선에서 마감했다.

이번 환율 하락세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가 반등한 데다 당국의 구두개입성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주요국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 등으로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적기시행 조치 등을 재점검하라"고 지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은 ‘숨고르기’에 나선 분위기지만 최근 이어진 환율 급등세를 고려하면 언제든 1300원 선을 넘어서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시각이 높다. 실제 지난 3월 말 1210원대에 머물렀던 원·달러 환율은 불과 한 달 만에 40원 이상 오른 1256원(4월 말 기준)을 기록했다. 5월 들어 급등세는 한층 더 가팔라져 보름여 만에 다시 40원 이상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달러화가 이처럼 역대급 강세를 보인 주 요인으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에 예상보다 가파른 미 연준(Fed)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연준이 연속적인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본격화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향후 한·미 금리역전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 또 세계 주요국의 긴축 움직임과 달리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는 주변국들의 통화(엔화·위안화) 약세 역시 환율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이 밖에도 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경상수지 흑자규모 축소 전망 역시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는 실정이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경상수지가 아직 적자로 돌아선 것은 아니지만 기름값이 상승하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올해는 상당폭 줄어들 걸로 예상되는 점도 원·달러 환율에 마이너스가 된다”고 설명했다.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대내외 상황 속 원·달러 환율 급등은 곧 원화가치 하락을 의미하는 만큼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적정 수준의 원화 약세는 해외 수출 시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져 수출기업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현재는 수출 경쟁국인 일본이나 중국의 통화 가치도 함께 하락하고 있어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대신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물가 상승만 더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최재영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전날 열린 대통령 주재 거시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슬로플레이션(실물경제 성장 둔화 및 물가 상승)과 더불어 달러화 강세, 주가 하락 등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위기의 직접적 원인인지, 혹은 위기 발생에 따른 결과로 환율이 상승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일반적으로 위기상황에서 환율이 상승한다는 측면을 감안하면 현 상황 역시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박성욱 실장은 "상승 요인이 어디에 있든 원·달러 환율이 1300원까지 가는 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그만큼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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