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노동절 특수 '실종'···여행은커녕 핵산검사 '출첵'
  • 식당 내 취식 금지에…삼시세끼 밥 차리기 '특노동'
  • 여객량 60% 이상 감소···소비부양 효과 '글쎄'
"노동절에 뭐했니?"

과거 2003년 5월,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의 물음에 순간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때 당시 학생 신분이라 5월 1일 노동절은 별 의미 없는 날이었다. 게다가 당시 한국에선 ‘근로자의 날’로 불렸으니 노동절이란 단어 자체가 낯설었다. 나중에 중국인은 노동절에 일주일 황금연휴를 보낸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그 친구의 질문이 비로소 이해가 갔다. 

이후 중국 베이징에 교환학생으로 왔을 때 장장 일주일의 노동절 황금연휴를 마음껏 즐겼다. 친구와 함께 열차의 잉워(硬臥, 딱딱한 침대) 칸을 타고 베이징에서 상하이, 황산, 항저우, 쑤저우 등 강남 지역 일대를 일주일간 신나게 돌아다녔다. 상하이 와이탄, 항저우 시후 등 가는 명소마다 수십만명의 인파에 휩쓸리다 보니 경치를 즐기러 온 건지, 사람 뒤통수를 보러 온 건지 헷갈리긴 했지만. 연휴를 마치고 베이징행 열차표를 구하지 못해 결국 덜컹거리는 야간 침대칸 버스를 타고 올라오면서 고생했던 추억도 있다. 그만큼 노동절 황금연휴 중국인의 소비 열기는 뜨거웠다. 
 

과거 노동절 연휴 항저우 시후에 관광객 인파가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노동절 특수 '실종'···여행은커녕 핵산검사 '출첵'
지난달 특파원으로 중국 베이징에 파견돼 첫 노동절 연휴(4월 30일~5월 4일)를 맞이했다. 하지만 노동절 연휴 특수는 ‘실종’됐다. 코로나19 확산세로 방역이 한층 강화돼 과거 만끽했던 여행의 즐거움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대신 기자는 연휴 기간 내내 매일같이 아파트 단지 내 핵산검사소로 ‘출석체크’를 했다. 베이징시가 코로나19 감염자를 조기에 찾아내 지역사회 전파 감염을 막고자 지난 3일부터 사흘간 12개구의 약 2000만명에 달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절 연휴기간인 3일 베이징시 주민들이 핵산검사를 받기 위해 줄서 있는 모습. [사진=신화통신]

48시간 이내 받은 핵산검사 음성 증명이 있어야 빌딩 사무실은 물론 가게나 마트 출입이 가능하다. 연휴가 끝나는 5일부터는 대중교통도 7일 이내 핵산검사 증명이 있어야 탈 수 있다. 핵산검사 음성 증명 없이는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연휴기간 베이징 시내 식당 내 취식이 금지됐고, 체육시설, 공연장, 영화관, PC방, 박물관 등 실내 시설이 모두 문을 닫았다. 

자금성, 이화원, 톈탄공원, 동물원 등 관광명소도 방문객 수를 엄격히 제한했다. 최소 하루 전날까지 실명제로 시간대를 골라 예약하고, 48시간 이내 핵산검사 음성 증명이 있어야 입장이 가능하다. 물론 이곳의 실내 전시는 모두 폐쇄돼 구경할 수도 없다.

연휴만 되면 온갖 먹거리 문화 행사로 시끌벅적했던 시내 중심의 왕푸징·첸먼 거리도 고요하다. 대형 테마파크인 베이징 유니버설스튜디오는 1일부터 임시휴업 상태다. 
 

중국 누리꾼들이 노동절 연휴 왕푸징(위), 첸먼다제(아래)를 방문해 촬영한 기념사진. 평소 연휴만 되면 인산인해를 이루던 거리지만 올해 연휴에는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웨이보]

쇼핑몰은 '한산'···거리에 넘쳐나는 배달기사

2일 오후(현지시간)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한 식당가 부근에서 배달 기사들이 일감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중국 수도 베이징시가 노동절 연휴기간인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시내 모든 식당 매장 내 식사를 금지하고 배달과 테이크아웃만 가능하게 했다. [사진=연합뉴스]

베이징 시내 대형 쇼핑몰에도 손님이 거의 없어 한산하다. 확진자와 동선이 조금이라도 겹쳤다가는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쇼핑할 기분이 좀처럼 나질 않는다.  지난 3일엔 베이징 최대 번화가 중 한곳인 궈마오에 확진자 방문 이력이 확인돼 1,2,3기 빌딩이 모두 봉쇄되고 오피스·호텔·쇼핑몰 영업이 일제히 중단됐다. 

대신 거리엔 오토바이를 탄 배달기사만 분주하다. 연휴기간에 식당에서 식사도 할 수 없으니, 집집마다 음식 배달 주문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배달 앱 메이퇀와이마이의 경우, 1일 첫날 베이징시 음식배달 주문이 전년 동비 30% 늘었다. 급증하는 배달 수요를 맞추기 위해 메이퇀은 배달기사 수를 연휴기간 30% 이상 늘렸다. 

온라인에는 노동절에도 집에서 삼시세끼 밥을 차려야 먹는 ‘대노동특노동(大勞動特勞動)’을 하고 있어 피곤하다는 한탄 글도 올라온다. 

연휴가 끝나도 이러한 상황이 호전될지는 불확실하다. 4일 0시 기준 전날 베이징 신규 확진자 수는 51명(무증상 감염자 5명 포함)이다. 전날 62명보단 줄었지만 여전히 50명 안팎을 이어가고 있다. 

확진자 증가세 속 베이징 시내 봉쇄구역도 늘었다. 중국 알리바바의 UC웹이 제공하는 '코로나 지도'를 보면 4일 정오 현재 시내 426곳 건물이 봉쇄 혹은 관리통제구역으로 묶여 있다. 이곳 주민들은 집 밖 혹은 단지 밖 출입이 엄격히 금지돼 사실상 옴짝달싹 못한다. 해당 구역 내  지하철역 60여곳이 폐쇄됐고, 버스나 택시도 최대한 이곳을 피해가도록 무정차 통과하거나 노선을 조정하도록 했다.
 

베이징시 코로나 봉쇄·관리통제 구역 현황. [자료=UC웹 '코로나 지도' 화면 캡처]

베이징 시내 초중고교, 유치원, 중등 직업학교는 노동절 연휴가 끝난 이후 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간 등교 수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감염자가 집중된 차오양구는 5일부터 모두 재택근무로 전환된다. 

2022년 5월 현재, 중국 베이징의 노동절 연휴 풍경이다. 
 
여객량 60% 이상 감소···소비부양 효과 '글쎄'
사실 중국 정부는 노동절 연휴를 계기로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를 살리기 위해 소비 쿠폰을 발급하는 등 소비 동원령을 내렸다. 하지만 워낙 방역 수위가 높아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오길 꺼리니 효과는 반감됐다. 

이미 중국 교통운수부는 올해 노동절 연휴 여객량이 하루 평균 2000만명으로, 전년 동비 62%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민항국도 올해 노동절 연휴 여객기 탑승객 수가 전년 동비 77% 감소할 것으로 예고했다. 

코로나19 봉쇄령 충격에 중국 소비는 이미 감소세로 돌아섰다. 3월 소매판매는 3.5% 하락해 2020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스타벅스, 코카콜라 등 글로벌 소매기업들의 1분기 중국 시장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4월 소비 수치도 낙관적이지 않다. 이미 4월 중국 서비스 업종 경기지수는 2년 래 최저점으로 떨어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4월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월 41.9로, 3월 48.4에서 대폭 하락했다. 2020년 2월 코로나 발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중국은 14억 인구의 소비대국이다. 지난해 소비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65.4%에 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5.3%포인트 견인했다. 소비가 침체되면 중국 경제성장률 5.5% 목표 달성도 어려워질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8%에서 4.3%로 낮췄다. 보고서는 중국이 올해 5.5% 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아마도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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