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나이' 추진..."친구에서 형 누나로 바뀌나" 시민들 혼란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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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2-04-1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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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는 나이' 기반 기념일· 띠 구분 등 기존 문화에 쉽지 않을 전망

이용호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 통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인수위가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 기준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 혼란이 일고 있다. 인수위는 인식 전환 캠페인까지 하겠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관습은 쉽게 바꾸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인수위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 기준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나이는 3가지다. 흔히 나이를 물을 때 통용되는 '세는 나이'와  0살로 시작해 해가 바뀌면 한 살씩 추가되는 '연 나이', 태어났을 때 0살로 시작해 생일을 기준으로 세는 '만 나이'가 있다. 입영 기준이 되는 병역법과 술 담배 음란물을 제한하는 청소년보호법은 '연 나이'를 적용하는 반면 형법과 선거 등에서는 '만 나이'를 적용한다. 

인수위의 만 나이 일상화 추진 발표를 보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혼란이 일고 있다. 같은 동갑내기 친구 사이에서도 생일이 지난 사람은 한 살 어려지고 생일이 지나지 않으면 두 살 어려지기 때문이다. 50대 A씨는 "한두 살 어려지는 것은 좋지만 소개할 때마다 되묻거나 설명해야 할 것 같다"며 "친구들 사이에서도 나이가 달라져 누구는 형, 누구는 누나가 돼 웃긴 상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만 나이 추진에 찬성하는 사람도 적잖다. 특히 과거 '빠른 연생'으로 학교를 조기 입학한 사람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2월생으로 조기 입학한 30대 B씨는 "빠른 연생은 '족보 브레이커'라고 놀림을 받았는데 모두의 나이가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아 찬성한다"고 말했다. '1·2월 빠른 연생'을 만든 조기 입학제는 2009년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조기 입학이 이뤄진 마지막 세대는 2002년 1~2월생이다. 

하지만 기존 관습이나 문화가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어 만 나이를 일상에 정착시키는 일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표적인 것이 기념일이다. 70세를 기념하는 칠순과 80세를 기념하는 팔순 모두 세는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 태어난 해를 대표하는 동물인 '띠'도 세는 나이가 기준이다. 

만 나이가 혼란을 끝내고 일상화되려면 100년이 걸릴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일상에서 만 나이를 정착 시키려고 해도 음력 표기 현상처럼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도 50대부터는 생일과 제사를 여전히 음력으로 기억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경제의식은 1~2년이면 바뀐다고 보는 반면 사회의식은 바뀌는 데 100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혼란을 끝내고 정착하려면 100년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문화를 고려할 때 만 나이 일상화 정착 추진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박준규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만 나이 변환을 얼마나 따를지 조사를 하고 요구가 클 때 캠페인을 진행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며 "'글로컬라이제이션이 강조되는 오늘날, 국가가 나서 지역 특수 문화보다 국제 표준에 따르려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만 나이 전환으로 기존 동갑내기에서 관계가 재정의되는 부분은 혼란이 비교적 적을 것으로 봤다. 박 교수는 "한국도 재수 삼수 등이 많아지며 전처럼 나이를 따지는 문화가 예전보다는 줄어들고 있다"며 "상황에 맞게 어울리는 문화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 교수는 "생일이 지나지 않은 사람이 두 살 어려지면 잠시 나이가 다를 수 있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니 혼란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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