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FC 정찬성, 마스터스 임성재
  • 미국 남동부서 '한국인 최초' 도전
  • 두 선수 모두 우승 및 승리 실패해

라운드 종료 후 모자를 벗고 하늘을 바라보는 임성재. [사진=마스터스]

"벽을 느꼈습니다." "아쉽습니다."

'한국인 최초'에 도전했던 두 선수가 실패 후 뱉은 말이다.

4월 둘째 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와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는 두 선수가 '한국인 최초'에 도전했다. 바로, 정찬성(35)과 임성재(24)다. 

정찬성은 9일(현지시간) 잭슨빌의 비스타 베테런스 메모리얼 아레나에서 한국인 최초 UFC 챔피언을 노렸다.

UFC에 진출한 첫 한국 선수는 김동현(41)이다. 2008년 5월 웰터급으로 데뷔했다. 

이후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날짜로는 5000일이 훌쩍 넘는다. 그사이 김동현의 뒤를 따라 17명이 UFC에 입성했다. 긴 시간 동안 18명이 UFC 챔피언 벨트를 위해 혈투를 벌였으나 허리춤은 항상 비어 있었다.

김동현은 결국 벨트를 차보지 못한 채 2017년 UFC를 떠났다. 이후 다양한 이유로 UFC를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제 계약 중인 사람은 18명 중 단 7명. '코리안 좀비'라고 불리는 정찬성은 이들 중 벨트에 가장 가까웠고, 오랜 기간 케이지에 오른 베테랑이었다.

9년 전 타이틀 매치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상대는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호주). 철옹성 같은 외모에서 단단함이 느껴졌다.

5라운드 5분. 총 25분 안에 챔피언 벨트의 향방이 결정된다. 정찬성은 입장부터 케이지에 오를 때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반면 볼카노프스키는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정찬성을 바라봤다. '웃지 말라'는 듯 말이다.

메인 이벤트 답게 베테랑 주심(허브 딘)이 직접 케이지에 올랐다. 경기 시작. 탐색전으로 시작했다. 서로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다 틈이 발견됐다. 볼카노프스키는 놓치지 않고 주먹을 뻗었다. 5분이 지났다. 정찬성의 얼굴은 벌겋고, 볼카노프스키의 얼굴은 하얗다. 타격 성공률이 크게 차이 났다.

정찬성의 얼굴에 폈던 웃음꽃이 지기 시작했다. 2라운드도, 3라운드도 간신히 버텼다. 라운드 종료 공이 울리면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라운드 시작 버저가 울리면 천장을 한 번 바라보고, 고개를 떨구며 한숨을 뱉었다. '후.'

4라운드, 의사가 괜찮냐고 물어봤다. 어물쩍 넘겼다. 볼카노프스키는 어물쩍 넘기지 않았다. 주먹을 퍼부었다. 허브 딘이 다급하게 볼카노프스키의 몸통을 끌어 안았다. 4라운드 45초.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정찬성이 서 있는 상황에서다. UFC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정찬성은 TKO 패배를 당한 뒤 케이지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위로하러 뛰어간 동료들도 함께다. 달려온 아내가 그를 일으켜 안아줬다. 아내의 눈에도 눈물이 흘렀다.

볼카노프스키가 의기양양하게 인터뷰를 마치자 정찬성에게 마이크가 넘어갔다. 의기소침한 표정을 지었다. "벽을 느꼈다. 이종 격투기(MMA)를 계속해야 할지 모르겠다."
 

주저앉은 정찬성, 다가가는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 [사진=AP·연합뉴스]

다음 날(10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510야드)에서는 임성재가 한국인 최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500만 달러·약 185억원) 우승에 도전했다.

나흘간 진행되는 이 대회 첫날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은 임성재였다. 5언더파로 순위표 맨 위에 이름을 올리면서다. 마스터스 선두도, 프레스 빌딩 인터뷰도 한국인 최초로 기록됐다. 이제 한국인 최초 마스터스 우승이 남아 있는 상황.

둘째 날과 셋째 날 성적이 좋지 않았다. 퍼트 실수가 이어졌다. 선두에서 2위로 내려오더니 3위까지 밀려났다.

마지막 날. 스콧 셰플러(미국·9언더파 207타)와는 5타 차였다. 좁히기 쉽지 않아 보였다. 임성재가 티잉 그라운드에 올랐다. 그린에서는 공이 홀을 외면했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풀릴 때 나오는 특유의 행동이다. 아니나 다를까. 점수를 잃고 말았다. 임성재의 마지막 성적표는 버디 3개, 보기 6개로 3오버파 72타. 최종 합계 1언더파 287타 공동 8위.

대회 종료 후 임성재는 "마스터스에서 상위 10위도 좋은 성적이지만, 아쉽다. 퍼트 실수가 잦았다. 내년에도 또 나올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임성재는 2020년 가을(11월)에 열린 첫 마스터스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그린 재킷(마스터스 부상) 주인공은 더스틴 존슨(미국)이다. 임성재는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이어 임성재는 "11월에 이어 4월 마스터스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컨디션이 좋으면 우승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두 남자는 한국인 최초 타이틀 획득에 실패하고 말았다. 한 선수는 벽에 걸렸고, 다른 한 선수는 퍼트에 발목을 잡혔다.

관중과 패트론(마스터스 갤러리)은 두 선수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탄식했다. 그러면서도 박수를 보냈다.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다음에 다시 도전해 달라는 의미에서다. 두 선수가 아니라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다른 누군가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정복하지 못한 '한국인 최초'가 바로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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