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권 기다리는 한전 주주들…탈원전 폐기로 실적 개선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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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입력 2022-03-3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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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전력공사]

국내 유틸리티(수도·전기·가스) 주식의 대장주 한국전력을 둘러싼 투자환경이 급변을 예고하고 있다. 차기 정부가 그동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원자력 발전에 대한 정책 변화를 예고하면서다. 현재 상태로는 수십조원의 적자가 예고된 한전의 주주들은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중이다.

3월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전에 대한 투자의견을 내놓은 증권사 14곳의 평균 목표주가는 2만6000원이다. 현재 한전의 주가는 2만3000원 수준으로 괴리율은 약 11% 수준이다.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괴리율 평균이 50%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한전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이 상당히 부정적이다. 실제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한 증권사는 3곳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보유' 이하의 투자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 보내는 한전…이대로라면 연간 19조 손실 예상
한전이 이런 주가 흐름과 전망을 기록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일반적으로 유틸리티 업종은 생활과 산업의 필수재로 국가가 독과점 형태로 운영한다. 하락장이 와도 크게 떨어지지 않고 안정적인 배당을 실시하는 특징이 있다. 

국제유가와 연동해 실적이 좌우되지만 원가 변화를 소비자에게 반영해 투자 안정성에서 신뢰도가 높다는 게 유틸리티 섹터 투자에 대한 상식이다. ​하지만 최근 한전의 주가 흐름과 전망은 이런 상식을 크게 벗어나는 상황이다. 

한전의 주가는 지난 2016년 사상 최고 수준인 6만원대를 기록한 뒤 현재 2만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주가를 짓눌렀다는 분석이 많다.

이유는 실적이다. 지난해 한전은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그리고 올해는 상황이 더 나쁘다.

한전은 지난해 5조86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악의 수치다. 전기요금이 잇따라 동결되는 상황에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가 급등한 결과다. 여기에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투자증가 부담도 한전이 지고 있어 지출규모는 더 커졌다. 

올해 실적에 대한 전망은 더 안 좋다. 금융투자업계의 올해 1분기 한전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평균 5억224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이다. 지난해 1년 동안 기록한 손실규모를 한 분기 만에 뛰어넘을 것이란 얘기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무려 평균 14조2590억원이다. 최대 19조원의 손실을 입으리라고 전망한 증권사도 있다. 

한전 실적이 사상최악의 시기를 겪는 이유는 원가를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매출원가가 높아진다면 제품 가격을 올려 방어하거나 최악의 경우 적자사업을 접거나 멈춘다.

하지만 한전은 둘 다 하지 못하고 있다. 한전의 운영주체인 정부 입장에서 수익이 안 난다고 전기 생산을 멈추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전기요금을 올려줘야 하지만 정치권의 반발 등에 막혀 적자가 뻔하지만 요금을 올리지는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탈원전 정책 폐기 기대…인수위 '원전 옹호'에 한전 숨통 트일까
최근 이런 한전의 상황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선 결과 한전에 대한 적극적인 변화를 예고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서다. 윤 당선인은 한전의 수익원을 제한하던 탈원전 정책 폐기를 약속했다. 

벌써 검찰은 그동안 지속한 탈원전 정책에 대한 수사까지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동부지검이 산업통상자원부가 탈원전 정책과 맞지 않는 일부 산하 기관장을 압박해 사표를 제출받은 정황을 들여다보며 한전 자회사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벌이는 중이다.

산업부의 '탈원전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 2019년 제기됐다.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산업부 고위 공무원이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4곳 기관장과 한국전력 자회사 4곳 사장을 압박해 일괄적으로 사표를 받아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탈원전 정책과 '코드'가 맞지 않은 일부 인사들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이끌던 윤순진 대통령 소속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은 사의를 표명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는 탈원전 정책에 쓴소리를 해왔던 카이스트 정용훈 교수가 합류했다. 새 정부의 원전 정책이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원전에 좌우되는 한전의 수익구조…원전 없으면 '이중고'
탈원전에 한전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한전의 사업구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역할 때문이다. 

한전이 발전자회사 등으로부터의 사들인 전기 중 지난해 평균 단가가 가장 저렴한 것은 원전으로 1㎞h당 56.27원이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106.88원으로 원전의 두 배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과 화석연료 비중을 줄여나가겠다는 정부의 에너지믹스 정책 추진이 한전의 실적에 큰 부담이었다.

정부는 오는 2050년까지 석탄과 LNG 발전은 모두 없애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94.0%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나머지 6.0%만 원전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원전을 탄소중립 에너지원으로 인정하지 않은 결과다. 이를 위한 비용 대부분은 한전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2020년 기준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에서 원전은 29.0%를 차지해 석탄(35.6%) 다음으로 높았다.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6.6%에 불과하다. 저렴한 29.0%를 6.0%로 줄이고 비싼 6.6%를 94.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실적에 큰 부담이 됐다. 

특히 한전은 화력발전 위주의 '적자' 발전자회사가 입는 손실을 보전해주는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흑자' 자회사 한수원을 마음껏 가동하지 못하는 경영환경은 '이중고'였다.

하지만 최근 유럽 등 세계 발전시장에서 원전을 탄소중립 에너지원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임기 내내 원전에 대해 냉정한 발언을 이어온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에는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한전에 대한 투자 환경 급변이 기대되는 것이다.
 
'전기요금 동결' 공약 이행 미지수…증권가 "요금 인상은 불가피"
한편 탈원전과 함께 공조를 기대하는 정책인 전기요금 인상은 여전히 미지수다. 윤 당선인은 전기요금 인상을 백지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현재 발전시장 상황에서 전기요금 동결은 탈원전 정책 폐기 분위기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 정책이다.

한전은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했다. 당초 지난 21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관계부처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일정을 미뤘다. 

연료비 조정 단가는 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를 반영 직전 분기 대비 ㎾h(킬로와트시)당 최대 ±3원 범위에서 움직인다. 최대 폭인 3원 조정시 월평균 350㎾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전분기 대비 매달 1000원가량 줄어들거나 늘어난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한전의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여파로 연료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최대 폭인 3원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앞다퉈 냈다. 한전의 이번 연료비 조정 단가 동결 결정은 인상 요인이 없다는 게 아니라 반영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 내세운 전기요금 동결 공약을 이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많다.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만약 연료비 조정단가가 동결된다면 한국전력 적자폭이 확대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향후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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