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균 칼럼]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너지 패권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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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명예교수
입력 2022-03-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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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명예교수 ]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에 대한 미국 등 서방세계의 강력한 무역 제재와 금융 제재를 거쳐 러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 규제로 절정에 이른 모습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포위와 경제적 봉쇄를 강화하는 사이에 형선된 ‘신냉전’이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 경제 제재로 더욱 증폭되고 있다. 미·중 ‘신냉전’이 반도체를 매개로 진행되는 데 비해 미·러 ‘신냉전’은 에너지 패권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양상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시장 퇴출로 생긴 공백을 신생 천연가스 수출국 미국이 차지할지 주목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된 씨앗은 1990년 독일 통일과 소련의 해체와 함께 뿌려졌다고 말할 수 있다.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해체에도 불구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건재한 것은 서구가 러시아를 잠재적 적국으로 상정한다는 선언이었다. 나토는 독일 통일의 조건으로 당시 소련에 약속했던 ‘나토의 동진 포기’를 뒤집으면서 1999년부터 2020년까지 8차례에 걸쳐 과거 바르샤바조약기구 가맹국이던 14개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이제 남은 나라는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뿐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본다면 우크라이나가 희망대로 나토에 가입하면 완충지대가 사라지고 나토와 국경이 직접 맞닿게 되므로 안보 위험이 커지게 된다.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가 논의되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천연가스시장의 대대적인 재편을 초래할 것이다. 유럽의 수입처 다변화 노력은 금년에 세계 천연가스시장에서 수요를 10%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시장 공급의 65%는 이미 장기계약으로 묶여 있다. 이로 인해 이미 가격은 급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에너지시장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일시적인 공급 부족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LNG 운송로 역시 재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특히 독일에 외교·군사적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크라이나에서 독일까지 최단거리가 70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새삼 ‘위험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신냉전’ 시대에 독일은 러시아를 분명히 적국으로 간주하기 시작했고 그에 맞추어 안보와 군사 전략을 180도 전환하고 있다. 나토의 연합방위 체제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하에 독일 스스로 군사력을 키우기 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를 밑돌던 군사비를 2%(약 130조원)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최대 소비국이자 경유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독일이 야심 차게 추진해오던 ‘에너지 전환’이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전쟁 발발 후 독일 천연가스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배증시킬 노르트스트림2 해저파이프라인의 가동 승인을 거부했다. 그 보완으로 2038년까지로 예정되었던 석탄화력발전소 가동계획을 수정할 예정이다. 또한 북부 해안에 LNG터미널을 3년 예정으로 건설하여 천연가스를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터미널은 독일 천연가스 수입 중 10분의 1(80억㎥)가량을 처리하면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중 3분의 2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운반선과 터미널을 이용한 천연가스 수입은 해저 파이프라인을 이용하는 것보다 운송비가 6배 높지만 에너지 안보를 고려한 고육지책이다.

독일이 전쟁 전에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육상 파이프라인에서 해저 파이프라인으로 전환한 이유 역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고려 때문이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은 전체 천연가스 수요 중 약 4분의 1을 러시아산으로 충족하는데 이 중 80%가 우크라이나를 경유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대금을 지불하지 않거나 과도한 통과세 인상을 요구함은 물론 우크라이나 정부에 의한 천연가스 탈취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러시아는 물론 유럽연합도 천연가스 공급망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우크라이나의 ‘갑질’에 대한 대응이 바로 북해를 경유해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 해저 파이프라인 건설이었다. 노르트스트림1은 이미 2011년 개통되어 사용 중이지만 노르트스트림2는 가동 직전 전쟁으로 취소되었다. 노르트스트림2를 운용할 ‘유럽가스유한회사’는 전쟁 발발과 함께 직원을 모두 해고했고 파산신청을 냈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독일이 러시아 침공에 강경 대응으로 돌아선 배경에는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안전이 직접 위협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독일 자동차산업은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을 시작으로 전기차로의 전환이 지연되는 데 이어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 중국산 배터리 채택마저 안전 문제로 앞길이 막혀 있었다. 이 위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구축되어 있는 독일 자동차 공급망마저 전쟁으로 훼손되면서 독일 국내에서는 3월 초부터 폭스바겐, BMW, 벤츠의 조업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국은 미국이 될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를 매개로 중국의 공급망 내재화에 결정적인 흠집을 낸 데 이어 이번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가 에너지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막으면서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중 유럽에 대한 LNG 지원은 미국이 유럽의 겨울철 에너지 부족을 해소해 주는 데 앞장섬으로써 전후 LNG시장 재편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명분이 되었다. 탄소중립 시대에 세계 에너지시장의 중심이 석유에서 천연가스로 넘어가는 상황이 러시아의 에너지 패권 강화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이 “친러파”(독일 ‘디 벨트’지) 독일마저 다시 서방세계로 끌어당김으로써 러시아의 에너지 패권국 야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로써 미국이 기후변화 대응에서는 가장 늦었음에도 천연가스 수출에서 러시아에 크게 열세인 상황(230Bcm(Billion cubic meter) 대 77Bcm)을 극복하고 일거에 에너지 패권까지 거머쥘지 주목된다. 경제 안보에 이어 에너지 안보가 부상하고 있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박사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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