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빅테크 앞지른 韓스타트업, '개인정보 걱정 없는 AI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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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2-03-1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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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형암호 기업 크립토랩, IBM과 라이선스 계약

  • AI 데이터보안 난제 해결한 'HElayers' 공동배포

  • 데이터분석·AI개발 시 동형암호 문턱 낮출 전망

  • 성능 면에서 MS·IBM·인텔 자체 개발 기술 앞서

  • 글로벌 협력으로 시장 선도, 2024년 국제표준화

천정희 서울대학교 산업수학센터장 겸 크립토랩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인 '크립토랩'이 독자 개발한 암호기술이 세계 각국의 인공지능(AI) 개발자와 데이터 분석가들에게 보급된다. 업계 선도적 원천기술을 보유한 크립토랩과 175개국에서 약 3000개의 정부·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인 IBM과의 협력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없는 차세대 인공지능(AI) 시대를 앞당길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시작된 수학적 원천기술 연구 성과가 상용화 기술로 개발돼 세계시장에 보급된 선도적인 사례여서 주목된다.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연구진이 설립한 암호기술 스타트업인 크립토랩은 지난 2월 28일 IBM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IBM의 머신러닝 SW인 '에이치이레이어(HElayers)'를 통해 혜안(HEaaN)을 공동 배포한다고 13일 밝혔다. 혜안은 데이터를 암호화한 채로 연산을 할 수 있는 신개념 암호기술인 '동형암호'를 구현한 SW로, 동형암호를 쓰려는 SW개발자를 위해 만들어졌다.

에이치이레이어는 크립토랩에서 개발된 혜안을 탑재함으로써 정보 유출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세계 최초의 '프라이버시 보호(privacy preserving) AI SW'다. IBM은 지난 2009년 세계 최초의 동형암호를 개발하고 다양한 컴퓨터 환경에서 일반 데이터처럼 빠르게 암호화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만드는 연구를 거듭해 왔는데, 혜안을 만든 크립토랩이 이 과제를 해결한 셈이다.

전통적인 암호기술은 데이터를 암호화해 저장했다가 원래대로 되돌리는 '복호화' 과정을 거쳐야만 컴퓨터에서 연산 처리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암호를 해제할 때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커진다. 이 제약은 민감한 개인정보와 기업의 기밀정보를 비롯한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가공해야 하는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로, 현대 빅데이터·머신러닝 시스템 보안의 난제였다.

혜안과 같은 동형암호 기술을 쓰는 컴퓨터 시스템은 암호를 풀지 않아도 데이터를 처리하고 결과를 얻을 수 있어, 기존 암호기술처럼 데이터가 처리되는 과정에 해킹이나 내부자에 의해 유출돼도 민감정보·프라이버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에이치이레이어는 이런 동형암호 기술을 AI 산업계의 데이터 분석가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가 잘 몰라도 더 쉽게 활용하도록 해 주는 도구다.
 

IBM의 에이치이레이어(HElayers) 소개 다이어그램 [사진=IBM]


에이치이레이어는 AI 분야에 널리 쓰이는 파이토치(PyTorch), 케라스(KERAS), 텐서플로(TensorFlow) 등의 프레임워크와 높은 호환성을 갖췄다. 또, 데이터 분석 업무를 위한 선형회귀(Linear Regression), 로지스틱 회귀(Logistic Regression), 의사결정나무(Decision Trees), 엑스지부스트(XGBoost), 인공신경망(Neural Networks) 등 다양한 분석 기법을 지원한다.

혜안은 지난 2016년 천정희 대표가 자신의 서울대 수리과학부 연구실에서 개발한 원천기술 'CKKS'를 구현한 것이다. CKKS는 임의의 실수 연산을 무한 번 처리할 수 있는 '4세대 완전동형암호'다. 크립토랩은 이런 원천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회사로서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해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와 함께 오는 2024년까지 동형암호 국제 표준화 작업도 진행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IBM, 인텔이 자체적으로 CKKS를 구현한 라이브러리를 써 왔지만, 크립토랩은 성능이 더 뛰어난 분석기술과 고속 라이브러리를 개발하면서 동형암호가 접목된 머신러닝 작업의 실용화를 주도하고 있다. 크립토랩의 혜안은 비교적 널리 사용되는 MS의 동형암호 라이브러리 'SEAL' 대비 90배 빠른 속도를 낸다.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머신러닝 분야에 더욱 적합하다.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는 IBM과의 협력에 대해 "실수 연산이 가능한 CKKS 기반 AI SW 배포는 에이치이레이어가 최초"라며 "세계 동형암호 시장을 선도하는 두 기업이 개인정보 유출 걱정 없이 자유롭게 AI를 학습하는 '프라이빗AI'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로넨 레비 IBM 하이파(Haifa)연구소 보안연구책임자는 "양사가 개발한 에이치이레이어를 사용 시 데이터를 암호화 상태로 유지해 완벽한 데이터 보안을 구축할 수 있다"면서 "퍼블릭클라우드를 포함한 신뢰할 수 없는 도메인에서도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준범 크립토랩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혜안을 포함한 에이치이레이어는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우수한 성능을 제공한다"며 "향후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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