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똥 작가 "산후조리원서도 태블릿 통해 작업"…카카오 이모티콘, 7천억 시장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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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정 기자
입력 2022-03-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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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똥 작가[사진=카카오]


"저 역시 이모티콘 작가를 막연하게 꿈꿨던 사람 중 한 명인데,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더라고요. 일단 머릿속에 있는 걸 끄집어 내 그려보세요."

지난 7일 카카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파트너스위드카카오 매거진은 이모티콘 인기 순위 10위권에 속한 '와다다다 흥겹다곰' 제작자인 띵똥 작가를 인터뷰했다.

카카오 이모티콘은 스토어를 오픈한지 10년을 맞은 작년 기준 창작수익 규모가 7000억원을 넘어섰다. 매출액별 이모티콘 개수는 1억원 이상이 1392개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10억원 이상(92개), 50억원 이상(43개), 100억원 이상(5개) 순을 기록했다. 10년간 이모티콘 누적 발신량은 2200억건이나 된다.
 

[자료=카카오]


카카오는 지난해 1월 여러 종류의 이모티콘을 제한없이 사용하는 정기구독 서비스 '이모티콘 플러스'를 새로 선보였다. 띵똥 작가의 와다다다 흥겹다곰은 이 서비스 도입 후 인기 순위가 역주행해 '사랑받는 이모티콘 시리즈' 10개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30대 이용자로부터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카카오는 이번 매거진에서 "이모티콘은 이용자들의 모바일 채팅을 더욱 유쾌하고 생생하게 만들었다"면서 "누구나 작가로 데뷔하고 콘텐츠 제작자로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이모티콘 작가'라는 새로운 직업을 탄생시켰다. 지난 10년간 창작자와 함께 성장해왔다"고 말했다.

다음은 카카오가 진행한 띵똥 작가와 인터뷰 내용 일부.

-이모티콘 작가가 되기 전 어떤 일을 했나. 이모티콘 작가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일반 사무직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끄적거리고 낙서하는 건 좋아했지만 미술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가 소소하게 시작한 온라인 쇼핑몰 규모가 커졌고, 결국 잘 안됐다. 감당하기 어려운 큰 빚을 지게 됐고, 우울증이 왔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지금의 남편이 그림을 그려 보라며 태블릿을 사줬다. 웹툰을 따라 그려보다 '이모티콘도 한 번 그려볼까' 했던 게 여기까지 왔다."

-와다다다 곰은 이모티콘 플러스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많이 놀랐다. 내 인생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하고 생각했다. 그냥 대화할 때 부담없이 쓸 수 있으면서도 유쾌한 이모티콘을 만들고 싶었다. 평소 추임새가 많은 편이라 그런 면도 좀 녹였고. 30대에게 인기가 가장 높은데, 내 또래들이 비슷한 마음이었나 보다."

-이모티콘 시리즈에 곰·토끼·병아리·고양이 등 동물이 많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림을 잘 그리는 편도 아니고, 상상력이 엄청 뛰어나지도 않다. 그래서 주변에서 보이고 들리는 것들을 그리게 된다. 유치원생인 아이때문에 집에 동물 인형과 캐릭터가 많다. 이모티콘의 모션(움직임)은 토끼처럼 귀가 부각되면 표현하기가 쉽더라.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춤을 추거나 '와다다다' 뛰는 아이의 움직임도 모션에 많이 녹였다. 가끔은 직접 거울을 보고 움직여 보기도 한다. 멘트 역시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소스를 얻는다. 특히 두 살 터울인 여동생이 정말 웃겨서… 여동생 지분이 가장 크다.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소셜미디어, 유튜브는 물론 TV 예능 프로그램도 많이 본다."
 

띵똥 작가가 작업하는 모습[사진=카카오]


-소셜미디어에 직접 업로드하는 짧은 이야기도 재밌다. 와다다다 곰 등 캐릭터에 스토리를 더하니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평소 소셜미디어를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었다. 생활 속 이야기를 간단하게 그려 업로드했는데, 많이 알아봐 주시더라. 온 국민이 쓰는 카카오톡의 파급력이지 않을까. 내 친구, 자신의 이야기처럼 공감하면서 내가 제작한 이모티콘을 사랑해주시는 분들과 소통하며 소셜미디어의 순기능을 새삼 느끼고 있다."

-이모티콘 작가로 일할 때의 장점은 무엇인가.

"현 상황에서는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감사하다. 시간과 공간에 제약없이 일할 수 있다. 태블릿만 있으면 카페는 물론 이동하는 차 안, 잠들어 있는 아기 옆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다. (산후)조리원에도 태블릿을 들고 갔을 정도다."

-육아와 이모티콘 창작 활동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을텐데, 작업량과 소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시리즈를 포함해 한달에 4~6개 개별 이모티콘을 넣는다. 작년 10월 둘째 아이를 출산했는데, 그 전에는 8개씩 넣을 때도 있었다. 일단 생각이 떠오르면 그려서 제안서를 넣어본다. 미승인 되면 보완해서 다시 보내고, 다른 아이디어로 전향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미승인과 승인의 비율이 7대3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만큼 많이 시도하는 편이다. 다행히 손이 빠른 편이라 초반에는 아이디어 구상 1~2일, 모션 작업은 2~3일이면 끝났다. 그런데 지금은 사랑받은 만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아이디어만 1주, 모션도 1~2주 정도 걸린다. 둘째 출산 후 육아휴직 중인 남편 덕분에 하루에 6시간 정도는 꾸준히 작업하고 있다."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하며 생긴 습관이나 삶의 변화가 있다면.

"일단 모든 사물을 이모티콘과 결부시키는 습관이 생겼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면서도 이모티콘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수입 면에서 가장 큰 변화가 생겼다. 사업으로 진 빚을 거의 갚아갈 때쯤 이모티콘이 잘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남편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가 사준 태블릿으로 지금 열심히 은혜를 갚고 있다. 매일 이게 현실이 맞나 하고 생각하다. 시도를 한 그 순간, 그 결정에 감사한다. 마트 가서 장볼 때도, 석양을 보면서도, 잠들기 전에도 '이모티콘 작업하길 정말 잘했다'고 되뇐다."

-많은 사람들이 띵똥 작가처럼 되길 바라고 있다. 이모티콘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내가 도전할 때도 레드 오션(치열한 경쟁 시장)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더 치열해졌다. 예전에는 하루 10개 미만으로 출시됐는데 요즘은 20개도 올라오더라. 그런데 요즘 치열하지 않은 분야는 없는 것 같다. 치열하다는 건 그만큼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거다. 나 역시 막연하게 꿈꿨던 사람 중 하나인데,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더라. 일단 머릿속에 있는 걸 끄집어 내 그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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