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매화에 이르는 길] ③ 치매와 건망증은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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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기자
입력 2022-03-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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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홍승완 기자]

치매(Dementia, 癡呆)라는 병은 정상적이었던 뇌가 기질적으로 손상돼 지능·학습·언어 등 인지기능과 정신기능이 저하되는 복합적인 임상 증후군을 이르는 말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치매 환자의 수는 급증하고 있고, 이로 인하여 생기는 다양한 문제들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어떤 이는 치매의 한자를 '치매(癡呆)'가 아닌 '치매(致梅·매화에 이르는 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치매(致梅)는 무념무상의 세계에 이른다는 뜻으로,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가 되는 병이라는 낭만적으로 표현이죠.

아주경제는 '나는 치매를 다스릴 수 있다'의 저자인 뇌신경외과 전문의 최낙원 박사와 함께, 치매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조기 진단을 통해 치매를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의 열쇠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Q. 치매와 건망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가스불을 끄지 않는 등 기억 장애를 겪으면 '이러다가 치매에 걸리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치매와 건망증은 엄연히 다르다. 

치매와 건망증의 결정적 차이점은 누군가 힌트를 줬을 때 자신이 잊은 사실을 알아채는지 알아채지 못하는지에 있다. 

일상 생활에서 나타나는 증상들로 치매와 건망증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표=최낙원 박사] 

Q. 건망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건망증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스트레스, 피로, 수면 부족이 건망증을 유발한다. 여성은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와 우울증으로 건망증 증세가 심해지기도 한다. 

40~50대 이후 건망증이 심해졌다면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적 노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의학계에서는 기억력과 관련한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분비하는 신경계와 측두엽, 대뇌백질 간의 기억 회로에 문제가 생기면서 건망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아세틸콜린 : 수많은 신경계 또는 시냅스와 골격근의 운동 신경 종판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 주로 근육의 수축과 부교감 신경에 작용함. 

<건망증 발생 원인>

1. 지속적 스트레스 및 긴장감으로 뇌 기능 감퇴
2. 우울함이나 불안감이 오래 지속되고 생각을 집중했을 때
3. 몸의 피로
4. 떨쳐 버리지 못하는 특정한 생각이나 사건에 집착하는 강박증이 있을 때
5. 지속적 흡연, 커피, 음주
6. 수면 부족
7. 불규칙적 활동(문화·예술 종사자, 외과 전문의 등)
8. 비타민 결핍
9. 단순 노동이나 가사 등에 종사하는 중년 여성
 
Q. 치매처럼 건망증 증세는 왜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날까?
건망증이 심한 환자의 60% 이상이 여성이며, 주부의 80% 이상이 건망증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기억 장애와도 관련이 있다. 폐경기 여성은 호르몬 변화도 강하게 느끼지만, 자신이 늙어 간다는 불안감, 여성성 상실에 따른 스트레스와 같은 중압감에도 시달린다. 

이러한 심리적 문제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이다. 주부에게 건망증이 많이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하고 반복되는 가사노동으로 뇌에 지적 자극이 없는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Q. 건망증은 우울증으로 이어진다고 하던데요?
건망증을 호소하는 대부분의 환자는 불면증이나 우울증 등 정서적 장애를 가진 경우가 많다. 이때는 단순히 건망증을 치료하기보다는 우울증부터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다. 

건망증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심하지는 않지만 젊었을 때보다 기억하는 반응 속도가 느려지거나 단기 기억력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일상생활에서 집중력, 사고력, 판단력도 다소 떨어졌음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변화들은 자기 자신이 늙어간다는 불안감과 함께 와서 비관적이고 우울한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이 치매에 걸렸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이는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만약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상이 있다고 느끼는 정도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증세가 심각하다거나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전문의를 찾아가 검사를 받아 보는 편이 좋다. 

[사진=PxHere]

Q. 건망증이 심해지면 치매가 될 수 있나요?
건망증이 심해지면 치매가 오는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한다. 그 답은 '알 수 없다'이다. 

가벼운 기억력 상실이 치매 초기 증세인지, 단순한 건망증인지 구별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말하려는 순간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언어 장애, 시간과 장소를 혼동하는 판단력 장애 등도 건망증과 초기치매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매와 건망증은 원인이 전혀 다르고, 건망증이 심하다고 해서 치매에 걸리지는 않는다. 

만약 자신의 건망증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거나 치매 의혹이 생긴다면 치매 전문병원에 방문해 보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병력을 자세히 들어 본 뒤 원인과 상태를 점검해 준다. 상담을 통해 신경심리검사로 하는 기억력 평가, 뇌 영상 촬영, 혈액검사를 통해 초기치매 여부를 알 수 있다. 
 
Q. 그렇다면 적어도 치매와 건망증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것인가요?
그렇다. 건망증은 일종의 단기 기억 장애 또는 뇌의 일시적 검색 능력 장애다. 

시공간적 맥락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고리인 기억 현상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기억 훈련이나 주의 집중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 

반면에 치매는 뇌 신경조직이 손상되어 지적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질병이다. 치매는 단기 기억뿐 아니라 기억력 전체를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것은 물론, 판단력과 언어 능력, 작업 능력도 현격히 떨어뜨린다. 

뇌 기능 영상사진을 찍어 보면 치매 환자의 뇌세포는 상당 부분 위축되어 있는 반면, 건망증은 뇌 손상 없이 정상으로 나타난다. 

한편,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치매와 쉽게 혼동하는 질환은 건망증 외에 '가성 치매'와 '섬망'이 있다. 

<건망증 자가 진단법>

1. 사람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자주 잊어버린다
2. 약 먹는 시간을 자주 놓친다
3.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다
4. 여러 가지 물건을 사러 갔다가 한두 가지를 빠뜨린다
5. 며칠 전에 들었던 중요한 이야기를 잊는다
6. 가스 불 끄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음식을 태운 적이 있다
7. 오래전부터 해 오던 일은 잘하지만 새로운 것은 배우기 힘들다
8. 물건을 둔 장소를 잊어버리고 엉뚱한 곳에서 찾는다. 
9. 반복되는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겼을 때 빨리 적응하기 힘들고, 당황한다
10. 어떤 일을 해 놓고도 했는지 안했는지 몰라 확인한다
11. 본인에게 중요한 일(가족 생일, 결혼기념일 등)을 잊을 때가 있다
12. 물건을 두고 다니거나 가지고 갈 물건을 놓고 간다
13. 같은 사람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한다
14. 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15.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헤맨다
16. 약속해 놓고도 잊을 때가 있다
17. 남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18. 이야기 도중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잊을 때가 있다
19. 과거에 가 본 장소를 기억하지 못한다

▶해당 사항이 6개 이하면 정상, 7~14개면 건망증 예방 훈련이 필요한 위험군, 15개가 넘으면 스스로 치료할 수 없으니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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