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대등주의 (對等主義) 기반한 21세기 '바이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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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2022-03-0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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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교수]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권모술수와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격동의 대선 정국을 거치면서 정치란 무엇인가 되새겨보게 한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규제하고, 생활 패턴과 사고방식까지 영향을 미치는 정치의 의미는 엄중하다. 정치의 핵심 단어는 정의(正義)이고 이를 실현하는 방안이 법(法)이다. 인간 사회를 위하여 바람직한 정치 패러다임을 설정하기 위해 생명의 원리에서 그 원형을 찾아본다. 생명 원리란 생명체를 온전하게 오래 유지하는 원칙이며, 이를 완벽하게 지키고 이행하였을 때 생명체는 건강해지고 장수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경제·사회·문화에 생명 원리가 운용되는 인간 세상은 보다 건강하고 온전하며 더 오래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이러한 세상이 바로 바이오토피아(Biotopia)이다.
 
개체로서 온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생명체는 구성 성분인 장기나 조직들이 일률적인 평등 상태가 아닌 각각 고유의 기능을 담당하도록 철저하게 분화된 상태로 되어 있다. 어떤 조직이나 장기도 다른 부위의 기능을 대신하거나 대체할 수 없는 독립적인 구성 단위들이 생명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생체 구성 요소들 간에는 상하나 우열을 구분하는 관계가 있을 수 없다. 모든 구성 요소들은 오로지 개체로서 생명이라는 목적을 위하여 대등하고 병립적인 관계를 가진다. 간은 간대로, 뇌는 뇌대로, 심장은 심장대로 나름의 독자적 기능을 성실하게 수행하여야만 비로소 개체로서 온전한 삶이 이루어진다. 생명이라는 대명제는 각 부분이 자신의 역할을 성실하게 해내고 온전하게 집합하여 어울림이라는 과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체의 미분(微分)된 구성 요소들은 다른 부위의 상황을 수집·판단하고 정보를 서로 주고받는다. 환경적 자극이나 변화를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보는 감각 수용기가 있고, 대사 산물의 양과 질을 감지하는 효소계와 호르몬이나 신경전도 물질과 사이토카인의 수용체들이 세포에 고루고루 갖추어져 있어 능동적이고 동시적인 소통을 추진한다. 생체는 서로 다르게 분화한 구성 단위들이 정보 교환 장치를 통하여 긴밀하게 상호 조율하고 있지만, 추가로 각 부위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분석하여 개체적 대응을 하기 위한 특별한 장치를 가지고 있다. 바로 생체정보의 적분(積分) 센터인 뇌다. 뇌는 감각신경을 통하여 들어온 정보를 종합 분석하여 필요한 활동을 입안하여 신속하게 신경망을 통하여 지시하면 운동신경을 통하여 각 부위로 전달되어 적절한 대응을 하게 한다. 외부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처리하는 중추신경계와 기본적 생명 활동을 위해 생체 상태를 일정하게 보장하는 자율신경계가 가동하여 생체가 균형과 조화를 유지한다. 이러한 다각적이고 긴밀한 어울림을 통하여 생명의 정의(正義)인 생존과 번영이라는 공동선(共同善)이 달성된다.
 
법(法)이란 정의를 구현하기 위하여 강제화할 수 있는 사회적 규범이다. 생명체의 정의인 공동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생명의 법이 철저하게 준수되어야 한다. 생명의 첫 번째 법은 공존성(共存性)이다. 어떤 조직만이, 어떤 세포만이, 또는 어떤 분자만이 특별하게 살아남고 증식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는 명제가 생명의 법이다. 생체의 모든 구성 요소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은 생명의 당위(當爲)이며 존재의 이유이다. 생명의 두 번째 법은 조직과 세포와 분자의 운명이 공익성(公益性)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다. 개체로서 온전한 삶의 존속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상황도 생명의 법은 규제하고 징계한다. 생체의 구조와 기능을 담당하는 모든 분자들의 생합성과 분해는 개체의 보존과 번영이라는 측면에서 양적·질적으로 완벽하게 조절되고 있다. 필요에 따라 만들어 내지만 조금이라도 과잉이라면 또는 쓸모가 없어졌다면 이내 생성을 중단하고 과감하게 처리하여 버린다. 세포도 마찬가지다. 특정 세포가 혼자 마구잡이로 증식·성장할 수 없다. 해당 조직의 다른 세포들과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조직은 또 개체의 부분으로서 만족하고 견제받으며 성장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간 조직은 70%를 제거하면 간세포들은 증식을 거듭하여 두세 달 내에 거의 원상에 가깝게 회복된다. 그러나 원래 정하여진 자신의 크기와 모양을 되찾으면 더 이상 증식은 중단되어 버리며, 세포 자체의 이기적 욕심에 의한 무제한적인 팽창을 할 수 없다. 과잉의 세포들은 세포 사멸이라는 방법으로 제거해버리면서 오로지 개체로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을 최우선으로 한다. 만일 이러한 징계가 통용되지 못하면 생명의 법은 개체에게 암이라는 질환을 선고하여 궁극적으로 개체의 죽음이라는 처형을 내린다. 생명의 세 번째 법은 공정성(公正性)이다. 생명의 법을 집행하는 과정을 보면 가혹할 만큼 철저하다. 생체는 단위 분자에서부터 세포, 조직 그리고 개체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없이 각각의 수준에서 공동선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못하는 답답하고 융통성이 없는 처사이지만 바로 이러한 공정한 처리가 생명의 소이(所以)이다.
 
생명의 원리는 개별 구성 요소의 절대성을 인정하고 분화를 통한 상대성의 다름(差異)을 수용하면서 개체의 생존과 번영이라는 공동선을 이루는 데 목적이 있다. 분화는 어울림을 통한 상호 간의 균형을 전제로 하며, 각 부위가 살아야 전체도 살고, 전체적으로 조화되어야만 각 부분도 살아갈 수 있다. 이러한 생명의 공존성은 지방분권이나 개인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이며 어울림의 조건이다. 공존을 위하여서는 자기희생을 망설여서는 안 된다. 필요가 없어졌을 때 사라져 가는 분자와 세포들은 이웃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조용히 처리될 수 있도록 생체가 보장하고 있다.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를 제한하면서 전체를 위한 공익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심이 없어야 한다. 오로지 온전한 삶을 향하여 모든 구성원들이 예외 없이 참여하여야 하는 공정성이라는 법이 요구된다. 바이오토피아의 정치는 각 구성원의 평등과 독립 속에서 전체를 위한 엄정한 질서 유지를 요구한다. 바이오토피아는 일반적인 평등(平等)이 아니고 구성원이 각자 맡은 바 사명을 완수하고 당당하게 어울려서 전체로서 삶을 이루어야 한다는 개념에 바탕을 둔 대등주의(對等主義)가 핵심이다. 모든 구성원이 연령에 상관없이, 빈부에 상관없이, 인종·성별·학벌·출신 지역에 상관없이 더불어 어울리면서 건강행복사회라는 공동선을 향하여 공존·공익·공정을 누리는 대등주의가 바로 21세기 바이오토피아의 중요한 정치이념이 되면 어떨까 고민해본다. 생명의 법과 정의를 따르면 바이오토피아의 정치도 완성되고 건강하고 장수하는 사회를 이룰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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