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꽃 '대체육'...식품 기업이 눈독 들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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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2-02-2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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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류 공급 제한적인데, 외부 환경 변수 커져

  • 환경·동물복지 이슈에도 자유로워

  • 대체육 기술 경쟁력에 조 단위 가치평가

  • "관련 기술 선점하는 기업이 글로벌 식품 사업 주도"

2023년에는 글로벌 대체육 시장이 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사진=아주경제DB]

“정보통신기술(IT) 업체들에 인공지능(AI)은 성장 수단이자 생존을 위한 기술이다. 식품 업체에는 대체육·비건식품을 연구하는 푸드테크 기술이 AI와 비교될 만큼 중요한 영역이 됐다.”(식품업계 관계자)
 
식품업계가 미래 식량 패권을 결정지을 푸드테크 연구개발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외부 환경 변수에 영향을 덜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공급할 수 있는 미래 기술에 식품 업계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육고기 맛과 영양소를 그대로 구현하는 대체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도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테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세계 대체육류 시장 규모는 오는 2026년 309억2000만 달러(약 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2020년 기준 대체육 시장이 133억1000만 달러(약 16조원) 수준이었는데, 매년 15%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출시했다. 식물성 식품을 활용해 만든 비건 만두 제품은 기존 고기 만두의 식감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대체 우유 제품, 균사체 제품 등으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글로벌 대체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식품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CJ제일제당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식문화 키워드로 ‘푸드테크’와 ‘ESG, 지속가능식품’을 꼽고 관련 기술 투자에 나서고 있다. 대체육의 일종인 배양육 기술 개발을 위해 관련 업체와의 협업을 늘리는 한편, 미래 식품산업을 이끌 스타트업 발굴 프로젝트 '프론티어 랩스(FRONTIER LABS)'를 통해 식품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 테이블(Plan Table)’을 론칭하고, 비건 비비고 만두를 선보이면서 대체식품의 국내시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인구는 계속 증가하지만, 육류 공급은 제한적이다. 기후, 질병 등 외부 변동성을 최소화하면서 환경적인 우려를 줄일 수 있는 대체육 시장은 향후 기술 개발과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는 거대한 시대 흐름이었다. (기존 육류 제품을 대체육으로 전환하는 과정도) 하나의 큰 흐름이지 않을까 싶다. 식탁의 풍경은 이미 바뀌고 있다. 관련 기술을 빠르게 선점하는 기업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식품 사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심이 오는 4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오픈할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 농심은 비건 식품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관련 사업을 확장 중이다. [사진=농심]

농심도 오는 4월 잠실에 ‘포리스트 키친(Forest Kitchen)’을 열고 비건 레스토랑 사업에 도전한다. 친환경 가치소비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대체육을 포함한 비건 푸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선제적 투자다. 지난해에는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을 론칭하면서 실제 육류 식감과 육즙을 구현하는 기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비건 푸드에 대해 차별화된 맛과 경험을 제공하며 비건 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레스토랑이 되겠다"라고 말했다.
 
육즙 살리면 기업가치 올라간다
미국에서는 대체육 기술 하나로 상장해 조 단위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대체육과 비건 상품에 대한 수요가 트렌드를 넘어 식품산업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식물성 대체육 회사 ‘비욘드미트’는 한때 시가총액 149억 달러(약 18조원)까지 올라서며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한 물류 비용 상승과 인건비 증가 등을 이유로 31억 달러(약 3조7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국내 대표 식품업체의 시가총액(CJ제일제당 5조6002억원, 농심 1조9008억원)과 비교해 봐도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비욘드미트가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육류 대체품과 세포 배양을 통한 인공 고기 생산 기술은 지금도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동원F&B가 수입·유통하는 비욘드미트의 대체육 제품. 비욘드미트의 시가총액은 한때 18조원이 넘어섰다. [사진=동원F&B]

또 다른 미국 대체육 스타트업 임파서블 푸드는 누적 투자금 규모가 20억 달러(약 2조3000억원)에 달한다. 대체육류 패티를 넣은 ‘임파서블 버거’가 버거킹, 디즈니 테마파크 등 전 세계 7000여곳에서 판매되는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4만여 미국 레스토랑 체인과 2만여 슈퍼마켓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임파서블푸드는 올해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를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도 대체육 관련 스타트업의 몸값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날씨와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고 농산물을 생산하는 '스마트팜'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대체육 시장 성장과 함께 국내에서도 경쟁력 있는 대체육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관련 투자 또한 증가하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 전문 스타트업 ‘알티스트(ALTist)'는 지난해 10월 키움프라이빗에쿼티 등으로부터 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4년 설립된 이 회사는 대체육뿐만 아니라 대체해산물까지 개발해 국내외 투자자의 이목을 끌었다. 식물성 혁신푸드를 연구하는 ‘올가니카’는 중국 최대 국영기업인 중신그룹(CITIC)의 시틱캐피털(CITIC Capital)에 3600만 달러(약 428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가니카는 비건 중심의 제품을 생산하면서 최근에는 식물성 대체육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VC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물성 대체육 시장은 2020년 기준 200억원 규모 수준이지만, 대체육, 비건 식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국내시장도 시간이 흐를수록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스타트업 투자는 미래를 보고 결정한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기존 식품을 생산하는 업체보다 푸드테크 관련 기업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받는 사례도 나타날 수 있다. 쿠팡이 전통적인 유통업체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것처럼 식품업계도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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