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우크라] 원자재 시장, 자원 대국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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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입력 2022-02-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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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가운데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원유 및 천연가스 수출국일 뿐만 아니라, 알루미늄·니켈 등 이미 공급난을 겪고 있는 산업용 금속의 주요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역시 반도체 산업에 꼭 필요한 네온 가스를 비롯해 여러 원자재를 수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작전이 시행된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산업 중 하나는 에너지다. NPR는 러시아가 세계 원유 생산량 중 약 12%를 생산하는 최대 원유 생산국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에 돌입하면서 유가는 급등하고 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는 현지시간 24일 오전 3시 49분 현재 전날 종가에서 6.66% 폭등한 배럴당 103.29달러(약 12만4310원)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핵합의가 이루어지며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에 유가 상승폭은 제한됐지만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유가는 뛰어올랐다. 블룸버그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긴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라며, 유가 급등이 세계 경제의 성장 전망을 저해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가속이라는 이중고를 안겨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JP모건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2분기 유가가 배럴당 평균 11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평균 107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의 이전 전망치에서 각각 배럴당 22달러씩 높여 잡은 것이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다음 분기 동안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간 후, 배럴당 평균 90달러로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 중 17%를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우려를 느낀 천연가스 가격 역시 폭등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가격은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41%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이와 같이 보도하면서 석탄 가격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통신사 스푸트니크는 이날 유럽 시장에서 천연가스 선물이 1000㎥당 1400달러에 육박하며 전날 종가에서 약 35% 뛰어올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어떻게 제재할지에 따라 에너지 가격이 변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티야 야피마바 옥스포드에너지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망에서 배제하는 초강력 경제 제재를 동원할 수 있다면, 러시아 가스에 대한 결제 대금을 지불하는 것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지적했다. SWIFT는 세계 200여개국의 1만1000여개의 금융 기관이 가입되어 있는 비영리 조직으로, 회원 은행들 간의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가 배제되면 러시아의 원유 및 천연가스 수출이 중단돼 에너지 가격이 극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선포한 가운데 원자재 시장 역시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원대국으로 원유와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알루미늄과 니켈 등의 광물 역시 대량으로 수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역시 수년간 세계에 점점 더 많은 원자재를 공급해 오며 입지를 굳혀 나갔다. 특히 세계 최대의 알루미늄 업체 루살 역시 러시아 기업으로, 2018년 당시 루살 회장이 미국 재무부의 제재를 받자 알루미늄 가격은 며칠 만에 35% 폭등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자원개발업체인 글렌코어 역시 2025년까지 루살과 장기 거래를 체결했다. 루살은 지난 2021년 약 380만톤의 알루미늄을 생산해 전 세계 추정 생산량 중 약 6%를 생산했다. 이에 24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알루미늄 가격은 장 초반 톤당 3443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는 전 세계 최대 정제 니켈 생산업체 노르니켈 역시 보유하고 있다. 노르니켈은 지난 2021년 약 19만3006톤의 니켈을 생산해 전 세계 추정 생산량 중 약 7%를 차지했다. 소니 쿠마리 ANZ 분석가는 "알루미늄과 니켈은 에너지 집약적인 금속"이라며 "높은 에너지 가격이 지속될 경우 채굴 비용이 늘어 더 많은 유럽 제련소가 생산을 중단하거나, 재가동 계획을 연기할 수 있다"라고 24일 로이터에 경고했다.

한편, 노르니켈은 세계 최대 팔라듐 생산업체이자 주요 백금 생산업체이기도 하다. 노르니켈은 지난해 전 세계 팔라듐 생산량 중 약 40%, 백금 생산량 중 약 10%를 채굴했다.

로이터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관계 악화로 구리와 코발트, 금, 강철 수출 역시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지질연구소(USGS)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92만톤의 구리를 생산해 전 세계 총 생산량의 약 3.5%의 구리를 생산했다.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의 주요 원료로 사용되는 코발트 역시 러시아의 주요 수출 품목 중 하나다. 러시아는 지난해 세계 총 생산량의 4% 이상인 7600톤의 코발트를 생산하며,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국으로 12만톤의 코발트를 생산한 콩고민주공화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양의 코발트를 생산했다. 러시아는 또한 호주, 중국에 이어 세 번쨰로 많은 금을 생산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세계철강협회는 러시아가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거의 4%를 차지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네온 가스의 최대 생산국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은 지난 23일 전체 네온 가스 생산량 중 20% 미만을 우크라이나에서 조달한다면서도, 네온 가스를 조달할 수 있는 다른 국가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자재 시장은 이미 반도체 공급난과 공급망 차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반도체·전기차 등 첨단 사업의 주요 재료로 사용되는 광물 공급이 더 어려워지면 업계 전망이 어두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키어니의 퍼 홍 선임이사는 "미국 반도체 산업은 우크라이나가 제공하는 반도체 원료인 네온 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반도체·제트 엔진·자동차·의약품 등에 사용되는 주요 재료들을 공급해 왔다"고 이날 CNBC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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