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단건배달 경쟁이 배달비 인상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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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2-01-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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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수수료 가파르게 인상…수도권 평균 5000원~6000원

  • 배달대행업계 "단건배달로 라이더 이탈 심각...배달수수료 인상 불가피"

  • 자영업자 "수수료 4000원대에 할증 500원…남는것 없다"

  • 소비자 "배달비 부담돼 매장 들러 직접 포장"

 

지난해 7월 19일 점심시간 서울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거리 식당가에서 라이더들이 배달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저희나 소비자, 업주들도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거죠. 배달 플랫폼들이 건당 만원짜리 배달수수료를 내걸고 있는데 4000원을 들이밀면 라이더들이 쳐다나 보겠습니까” 서울 강남 서초구 일대에서 배달대행업을 운영 중인 A씨는 최근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 대행 수수료를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렸다. 거래 중인 가맹점주 이탈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라이더들이 없으면 당장 사업 운영을 이어갈 수 없기에 어렵게 내린 결정이다. A씨는 “단건배달이 시작된 이후로 회사 내 라이더 절반이 수수료가 높은 배달 플랫폼으로 이탈한 상황”이라며 “생존을 위해 가맹점 이탈까지 고려하며 어렵게 올린 배달 수수료지만, 여전히 라이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토로했다.

새해부터 치솟은 배달비로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배달대행업계 일각에선  대형 배달 플랫폼들의 무리한 속도경쟁이 배달비 인상을 초래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이 파격적인 대우로 라이더들을 휩쓸어 가다 보니 라이더 이탈을 막기 위해 배달료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고, 결국 배달비 줄인상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배달 대행 업체들이 1월부터 배달 대행 수수료를 500~1000원 인상했다. 지난해 평균 3300원이던 수도권 기본 배달대행료는 4400원 수준으로, 1년 만에 30% 정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플랫폼들이 적게는 2배 많게는 3배 이상의 배달비를 주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한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이제 5000원 이하 배달건은 라이더들이 쳐다도 보지 않아 주문 처리를 위해 20만원 웃돈까지 얹어준 적이 있다”며 “배민, 쿠팡이츠와 달리 우리는 배달 주문을 처리하지 못하면 주 고객층인 음식 점주들이 계약을 해지하고, 그로 인한 매출 피해까지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배달대행업체는 3~4곳의 음식을 묶어서 배달하는 일반대행만 취급한다. 배달 앱이 주문을 보내면 바로고, 부릉 같은 배달 대행 플랫폼의 프로그램에 따라 음식을 전달한다.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은 배민과 쿠팡이츠가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라이더를 직접 관리하고 있다.

배달비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음식 판매 이후에도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매출을 내고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자영업자의 근심도 깊다.  배달료 부담이 가중되면서 불가피하게 음식값 또는 배달 팁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서다. 배달료는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나눠서 부담하며 부담 비율은 업주가 정한다. 다만 기본배달료를 인상하면 자영업자가 메뉴 가격이나 배달 팁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 부담 또한 커지게 된다.

서울 강남구 인근에서 죽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배달비 인상으로 음식을 팔아도 원가만큼도 남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재료비에 인건비, 임대료, 중개수수료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팔면 팔수록 적자만 쌓이는 구조”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소비자들도 높아진 배달료에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배달 수수료를 절약하기 위해  한 가게에서 음식을 시킬 사람을 모아 한 번에 주문하거나, ‘포장 주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배달 앱 요기요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기준) 포장 주문 건수는 전년 대비 100배 폭증했다. 요기요 포장 주문 서비스는 2015년 8월 도입됐지만 지난 5년간 실제 이용객은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용자 수가 급증했다. 배민에서도 포장주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월 3.5%에서 9월 12.6%로 네 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배달료 인상에 대한 책임을 배달 플랫폼에만 떠넘기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배달대행업체들도 생존을 위해 배달 수수료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피해를 보는 건 자영업자와 소비자인 건 마찬가지”라며 “배민과 쿠팡이츠는 높은 배달 수수료에 대한 일부를 본인들의 자금력으로 채우고 있지만 배달대행업체의 경우, 소비자와 업주에게 그 부담을 일부 전가하는 수익 구조라 이들 역시 배달비 인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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