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업계 "배터리 원자재 확보 전쟁…가격 떨어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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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입력 2022-01-1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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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업체들 간에 원자재 확보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 활황세로 수요가 늘어났지만 생산 차질로 공급이 어려워지며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주요 부품에 들어가는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부터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치솟고 있는 원자재 가격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리튬이다. 리튬은 전기차 외에 휴대폰·컴퓨터·반도체 등 전자기기와 태양열·풍력 에너지를 저장하는 등 이른바 미래산업을 위해 필수적인 금속이다. 15일(이하 현지시간) CNBC는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BMI)를 인용해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이 2030년까지 전체 리튬 수요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전자기기와 친환경 에너지 등에도 사용되고 있어 수요가 쉽게 둔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존 에반스 리튬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 역시 "리튬은 체내의 혈액과 같다"라며 "차세대 배터리를 찾고 있지만 리튬은 여전히 모든 배터리 기술의 공통분모로 남아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이미 사상 최고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리튬 가격 강세는 이어질 예정이다. 에너지데이터제공업체 리스타드에너지는 16일 주요 생산국인 중국과 남아메리카 국가들이 생산 지연과 공급망 차질로 인한 물류 문제로 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리튬 가격 강세가 적어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아시아에서 킬로그램(kg)당 35달러(약 4만2000원)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리튬 가격이 올해 하반기에는 50달러, 내년 1월에는 약 52.5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리튬 공급이 올해 내에 수요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리튬 공급은 2021년 49만7000톤에서 2022년에는 63만6000톤으로 증가하겠지만, 수요는 이보다 더 늘어 50만4000톤에서 64만1000톤으로 이를 웃돌 전망이라고 FT는 보도했다. 개빈 몽고메리 우드 맥킨지 배터리 원자재 연구 이사 역시 리튬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리튬 가격 상승세가 매우 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라며 "향후 몇 년 동안 리튬 가격은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배터리의 용량·수명 등 핵심 성능을 결정하며 생산 원가 중 약 40%를 차지하는 양극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니켈과 코발트 가격 역시 상승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니켈 3개월물 가격은 지난 12일 톤당 2만2745달러까지 급등해 10년래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중국 정부의 부양책 발표로 인한 산업 자재 수요 확대 전망과 전기차 수요 증가에도 중국 내 석탄 부족으로 인한 전력난에 니켈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LME가 승인한 창고 내 재고량이 51일 연속 감소했다. 이로써 재고량은 사상 최저 수준인 4859톤까지 줄어들었다. 블룸버그는 최대 니켈 공급국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가 니켈 원자재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한 것 역시 향후 니켈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13일 분석했다.

니콜라스 스노든 골드만삭스 상품분석가는 "니켈 재고가 심각하게 감소한 한편, 중국이 경기 부양 의지를 강조하자 수요 급증 전망에 힘이 실리며 니켈 가격은 크게 상승했다"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밝혔다. 세계 최대 상품거래소 중 하나인 트라피규라의 제레미 베어 CEO 역시 이러한 시각에 공감했다. 베어 CEO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된 광물전망포럼에 참석해 "(니켈 가격은) 세계 전역의 니켈 재고가 심각한 수준으로 감소한 것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금융정보제공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지난해 말부터 코발트 선물 가격이 2018년 7월 기록한 3년 반래 고점인 톤당 7만1750달러 부근에서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경 폐쇄가 코발트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이 올해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FT는 블룸버그NEF 자료를 인용해 2021년까지 꾸준하게 하향하던 배터리 가격이 올해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지난 2010년 킬로와트시(KWh)당 1200달러 이상의 가격을 기록했지만 기술 발전 등으로 인해 2021년에는 132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블룸버그NEF는 올해 가격이 다시 135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선언한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이미 원자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지난 2020년 미국 네바다주에서 리튬 추출 권리를 확보했다. 같은 해 BMW 역시 모로코 코발트 생산업체 마나젬과 코발트 공급을 위해 1억1300만 달러 규모의 5년 계약을 체결했다. 폭스바겐도 지난해 12월 벌칸에너지와 지열을 이용해 리튬을 생산하며 탄소배출량을 줄인 리튬 공급 계약을 맺었다. 도요타 역시 도요타가 약 20% 지분을 갖고 있는 도요타통상과의 협력을 통해 2030년까지 사용할 리튬을 포함한 배터리 원자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후카오 산시로 이토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원자재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배터리 제조업체와의 협상에서 실패해 값비싼 배터리를 구매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더 저렴한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세계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완성차 비용을 높이는 높은 배터리 가격은 치명적일 수 있다"라고 FT에 밝혔다. 후카오 연구원은 "지난해 반도체 차질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처럼 배터리 원자재 부족 역시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지금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10년 후 전기차 경쟁에서 우위 선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블룸버그NEF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전기차 지원책, 배터리 생산 기술 개선, 충전 시설 확대, 자동차 생산업체들의 방향 전환 등에 힘입어 2020년 310만대 수준이었던 전기차 판매량이 2025년 1400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2021 전기차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다봤다. 또한 폭스바겐·BMW는 2030년까지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포드는 전 세계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을 4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에 대해 미온적 반응을 보여왔던 도요타 역시 2030년에는 전기차 350만대를 파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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