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백신 의무화' 시도 좌초...대법원 "민간기업엔 권한 밖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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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2-01-1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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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자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추진했던 '백신 의무화' 시도가 좌초할 위기에 부딪혔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민간 대기업을 상대로 냈던 백악관의 조처를 무효화한 것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연방대법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임시 행정명령에 따른 대기업(100인 이상 사업장)과 의료 종사자를 상대로 한 2건의 백신 의무화 지침에 대한 판결을 내놨다. 

각각은 미국 노동부 산하 직업안전보건청(OSHA)과 보건복지부(HHS) 산하 건강보험서비스센터(CMS)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한 조처로, 연방대법원은 지난 7일 당시 이에 대한 특별 심리를 3시간 30분 넘게 진행한 바 있다. 

이날 9명의 연방대법관 사이에선 두 조처에 대한 판단이 갈렸다. 대기업에 대한 백신 접종 의무화 조처에 대해서는 반대 6명 대 찬성 3명으로 '과도한 권한 행사'라고 판단을 내렸고, 의료종사자에 대해서는 찬성 5명 대 반대 4명으로 조처를 유지할 수 있다고 결론냈다. 
 

미국 연방대법관 모습. 왼쪽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브렛 캐버노, 엘러나 케이건, 닐 고서치, 에이미 코니 배럿, 소니아 소토마요르, 스티븐 브라이어, 존 로버츠,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알리토. [사진=AP·연합뉴스. ]

현재 미국 연방대법관은 존 로버츠(대법원장, 보수 성향, 조지 W. 부시 지명), 클래런스 토머스(보수, 조지 H. W. 부시), 새뮤얼 알리토(보수, 조지 W. 부시), 소니아 소토마요르(진보, 버락 오바마), 스티븐 브라이어(진보, 빌 클린턴), 엘러나 케이건(진보, 버락 오바마), 닐 고서치(보수, 도널드 트럼프), 브렛 캐버노(보수, 도널드 트럼프), 에이미 코니 배럿(보수, 도널드 트럼프) 등 총 9명으로 보수 우위 성향을 띠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백신 의무화 조처에선 보수 성향의 연방대법관 6인이 모두 미국 연방정부가 민간 사업장에 이를 부과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의료종사자에 대한 조처의 경우, 진보 성향 대법관 3명과 존 로버츠·브렛 캐머노 등 2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은 지난해 미국 의회가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백신 의무화 조처를 담은 법안 제정에 실패한 사례를 "입법부가 이와 유사한 조처의 법 제정을 거부했다"고 표현하며 OSHA의 조처를 법적 근거가 부족한 과도한 권한 행사로 규정했다. 

또한 이들 대법관은 "코로나19는 집, 학교, 스포츠 경기장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든 퍼지기에, 범죄·공해·여타 전염병에 따른 일상적 위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오히려 "백신 접종 강제가 다수 직원의 일상과 건강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은 "대법원이 작업장의 보건 긴급사태에 대응하려는 책임감에 근거해 정부 당국자들이 내린 판단을 뒤집고 있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한편 의료종사자에 대한 조처에 대해서는 연방헌법이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환자의 건강과 안전에 필요한 요건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이든 행정부의 법률 대응을 연방대법원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의 백신 의무화 정책은 힘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명령은 대기업에 소속한 8000만명 이상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했는데, 이는 미국 전체 노동력에 3분의2에 해당하는 숫자다. 반면 백신 의무화 조처를 계속 적용받는 의료종사자의 규모는 미국 전역에서 7만6000개의 의료시설에서 근무하는 1030만~1040만명 수준이다. 

또한 이번 판결로 법적 근거가 생기면서, 백신 의무화 조처에 따라 백신 미접종으로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인사 징계를 받았던 이들의 취소 요구 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문을 통해 지난 7월부터 추진된 백악관의 백신 의무화 조처로 자국 내 백신 미접종자가 9000만명에서 3500만명 미만으로 줄었다면서 "해당 조처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더 많은 사망자와 입원환자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방대법원이 과학과 법에 모두 근거한 대기업 노동자에 대한 상식적인 인명 구조 요구(백신 의무화 조처)를 차단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에 실망했다"면서 해당 조처가 기업에 '매우 가벼운 부담'을 지울 뿐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제 사업장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결정은 각 주정부와 개별 고용주에게 달려 있다"면서 "포춘(미국 경제 전문지) 선정 100대 기업 중 3분의1이 이미 백신 의무화 조치를 시행 중인 만큼, 기업인들이 즉시 이 대열에 합류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백신 접종을 의무화 방침을 지난해 7월 천명하고 9월부터 임시 행정명령에 본격적으로 서명했다. 

이는 해당 기관·조직이 대상자들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할 수 있게 하고 일정한 유예 기간 이후에도 백신을 미접종할 경우에는 징계와 휴직·퇴직 처리도 허용하는 방안이다. 다만 백신 미접종자에 대해서는 정기 감염검사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요구하고, 이를 제대로 기업이 관리·감독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물도록 했다. 

백악관은 이와 같은 조처를 지난해 9월과 10월에는 각각 미국 연방정부 소속 직원·계약노동자와 군인을 대상으로 발효했으며, 대기업 직원과 의료 종사자를 상대로 한 조처는 지난해 11월 발효했다. 
 
다만 해당 조처를 시행한 이후 미국 내 백신 의무화 반대파들의 불복 여론이 강했다. 이는 대체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의 이들이며, 미국 각지에서 불복 소송이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일부 주정부와 기업의 주도로 첫 관련 소송이 제기되자 미국 제5 연방항소법원은 "민간 사업장에서 시행하는 백신 의무화 조치가 지나치게 광범위해 헌법적 문제가 있다"면서 잠정 중단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미시시피·알래스카·애리조나·아칸소·몬태나·와이오밍주 등 공화당 인사가 주지사로 있는 11개 주정부 역시 재차 소송을 제기했고, 여기에서 앞선 판결은 뒤집어졌다. 지난해 12월 제6연방항소법원이 "OSHA가 직장에서 전염병이 퍼지지 않도록 규제할 권한이 있다"면서 '합헌'으로 판정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불복한 백신 의무화 반대파는 전미자영업연맹(NFIB)를 대표자로 세우고 연방대법원 상고를 진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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