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70cm 길이의 막대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어린이 스포츠센터 대표에 경찰이 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가운데, 검찰도 경찰과 같은 혐의로 판단해 재판에 넘길지 주목된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이날 오전 7시 43분께 살인 혐의를 받는 A씨(41)를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대문구의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에서 직원인 20대 남성 B씨의 항문에 플라스틱 막대를 찔러넣어 장기 파열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막대는 지름 3cm, 길이 70cm로 확인됐다. 당시 A씨는 과음한 상태로, A씨와 B씨는 당시 소주 6병과 맥주 4캔을 나눠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A씨는 당일 새벽 2시 10분께 “누나가 폭행당하고 있다”며 신고했지만 당시 출동한 현장에는 누나가 아닌 B씨가 하의를 벗은 채로 누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동한 경찰은 B씨의 맥박과 체온 등을 확인한 후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 돌아갔다. 이후 A씨는 범행 7시간 후인 다음날 오전 9시께 “자고 일어나니 직원이 의식이 없다”며 신고했다.
재차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그러나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견을 토대로 살인죄로 혐의를 변경했다.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긴 봉이 몸에 들어가면 사망하는 건 상식”이라며 “본인이 한 행위를 기억 못 할 뿐이지 위험한 행위를 한 것 자체는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향후 기소를 할 경우 ‘살해의 고의성’에 대한 판단 여부에 따라 A씨에 적용할 혐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상해치사에서 살인죄로 혐의를 바꾼 것처럼 A씨의 혐의가 기소 단계에서 상해치사로 변경될지, 살인죄가 유지될지에 대한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이충윤 법무법인 해율 변호사는 “무려 70cm 길이의 막대기를 중요한 여러 장기들이 손상될 정도로 찔러넣었다면 살인의 의도가 있었거나, ‘죽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볼 소지가 다소 존재한다”며 “다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 확정적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보다 양형이 감경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감 변호사도 “70cm에 이르는 막대기를 신체에 찌른 것은 충분히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가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지른 점에 대해서도 “처벌을 면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B씨가 먼저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정황이 없는 이상 살인죄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하진규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변호사는 “상해의 고의까지는 인정될 수는 있으나 살인의 고의까지 인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막대기의 생김새도 쟁점이 될 수 있는데, 막대기 끝이 뾰족하면 살인의 고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둔탁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는 “범행동기, 막대기 모양, 피해자가 숨진 시각 등 범인과 범행에 대한 사실관계에 대한 분석이 더 나와야 살인죄와 상해치사죄 중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며 “혐의 적용과 관련해 경찰에서 조사한 사실관계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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