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맨친발 강세장' 온다?..."시장, 연준 '금리인상 불가'에 베팅"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지현 기자
입력 2021-12-24 17:5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연준 매파 선회에도 미국 금융상황지수는 최저점 맴돌아

  • 일각에서 인프라투자법 무산으로 추가 유동성 지원 기대

  • 내년 금리인상 시기 임박해야 긴축 금융환경 체감할 수도

내년 뉴욕증시에 '유동성 강세장'이 다시 도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돌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역점 경제 정책인 인프라 투자 계획(더 나은 재건 법안·Build Back Better Act)가 무산할 위기에 처하면서, 내년 중 또다른 '통화·재정 지원책'이 나올 수 있다는 셈법에서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급격하게 매파적(통화 긴축 정책 선호 성향)으로 돌아섰음에도 미국 금융시장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비둘기적(통화 완화 정책 선호)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가 개발한 미국 금융상황지수(US Financial Conditions Index·US FCI)를 인용해 최근 금융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FCI는 100p(포인트)를 기준점으로 해 이 아래로 내려가면 금융시장 상황을 비둘기적인 것으로,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금융시장 상황을 긴축적인 것으로 풀이한다. 

이는 △기준 금리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 등 장·단기 국채수익률 △기업의 신용도 스프레드(금융 차입비용) △미국 달러화 가치(교역가중 환율) 등 5개의 핵심 변수와 뉴욕증시 상황을 비교해 금융 상황을 측정하는 지수다. 
 

골드만삭스의 미국 금융상황지수(US FCI) 추이.[자료=파이낸셜타임스(FT) 갈무리]


골드만삭스의 US FCI는 지난 2020년 초 102p에 근접하며 근 10년 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연준과 미국 행정부가 대규모 통화·재정 지원책을 내놓자 올해까지 97p 수준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 들어 연준이 꾸준히 매파 성향으로 전환하려는 조짐을 보였음에도 97p 수준에서 크게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연준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돌입하고 지난 14~15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선 내년 3월 테이퍼링 종료와 최대 3차례의 금리인상을 시사했음에도 US FCI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사 누빈(Nuveen)의 브라이언 닉 수석 투자 전략가는 FT에서 "(미국의) 금융 상황이 이렇게 느슨한 상태를 유지하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투자자들이 (내년 미국의)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 둔화할 것으로 보고 연준이 목표했던 대로 금리를 인상하지 못한다는 예상에 베팅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닉 전략가는 이와 같은 전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민주당 소속 조 맨친 상원의원의 인프라 투자법 반대 선언을 꼽았다. 그는 "인프라 투자법이 공개적으로 무너지고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내년 1분기 경제 성장 전망이 흐릿해지면서 연준이 예상보다 긴축 조치를 취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맨친 의원은 지난 19일 아침 폭스뉴스에 출연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우려와 연방정부의 부채 확대, 오미크론 등을 언급하며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주 주민들에게 바이든 정부의 BBB 법안의 정당성을 설명할 수 없다면 표결에 참여할 수 없다. 나는 더 나아갈 수 없다. 반대다"라고 선언했다. 

법안 통과를 위해 상원에서 민주당 소속(성향) 상원의원(전체 100명 중 50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 상황에서 맨친 의원은 그간 지속적으로 BBB 법안에 반대해왔다. 이 여파로 BBB 법안의 일환인 2차 인프라법의 규모도 당초 약 4조 달러(약 4750조원)에서 1조7500억 달러까지 크게 축소된 상황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은 축소된 규모라도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맨친 의원과 계속 협상을 진행하며 협력해왔는데, 민주당 지도부가 목표했던 법안 처리 시한인 이달 24일을 앞두고 맨친 의원이 갑작스레 폭탄 선언을 한 것이다. 

특히,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내년 미국의 경제 회복세가 둔화할 경우 바이든 미국 행정부나 연준이 추가 재정 지원책 혹은 통화 지원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는 기대감도 퍼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 복구와 내년 11월 중간선거(미국 상·하원 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지난해와 올해 뉴욕증시 강세장을 촉발했던 '유동성 장세'가 다시 한 번 펼쳐질 수도 있다. 

매체는 실제로 거래가들 사이에서도 연준의 긴축 움직임에 회의감을 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전문 거래가들은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성(리스크) 방지를 위한 헤지(Hedge) 수단으로 국채담보 익일물 RP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을 거래한다. 

이와 관련해 FT는 최근 해당 거래 추세를 내년 연준이 기준금리를 3회 미만으로 인상하고 2024년 중에는 1.4% 수준에서 정체할 것으로 전문 거래가들이 전망한다고 풀이했다. 이는 연준이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 제시한 점도표와 큰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당시 점도표에서 FOMC 위원들은 내년 중 3회 최대 2.1% 수준까지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이와 같은 전망이 실제 내년 현실화할 지를 놓고 일부 전문가들은 회의감을 표하기도 했다. 아직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가 임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예상이 나온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TCW그룹의 스티브 케인 공동 채권 최고 투자 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게 유지된다면, 연준은 더욱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 실패로 인한 여론 악화를 의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상황을 더욱 촉진할 대규모 통화·재정 완화 정책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또다른 자산운용사인 누버거버먼의 에릭 크누첵 멀티에셋 부문 최고 투자 책임자(CIO) 역시 "내년 연준의 자산 매입량이 급감하고 2022년 3월 중 금리인상과 관련한 논의가 본격화하기 시작한다면 금융 여건이 타이트해지고 시장 변동성이 커진다는 점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뉴욕 월가의 황소상. [사진=로이터·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