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ck, 글로벌] “지도는 살아있는 생물...구글맵 대항할 스타트업 여기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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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1-12-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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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맵 ‘파토스맵’ 개발 김동호 파토스 대표 인터뷰

  • 영토 주권만 중요?..."지도 주권 주목해야"

  • 트럭 등 물류 생태계 혁신...“미래 모빌리티 시대 핵심 데이터”

[편집자 주] 5000만 인구의 한국 시장은 좁습니다. 국적과 물리적 공간, 언어의 장벽이 희미해지는 시기에 국내시장에만 머무를 이유는 없습니다. 빠르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은 창업 순간부터 79억 해외시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인력도 마케팅 비용도 부족하지만,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립니다. 서울창업허브가 제공한 해외 ‘PoC(Proof of Concept·개념 증명) 사업’ 기회는 낯선 땅을 개척하려는 이들에게 반가운 보급품입니다. 아주경제는 해외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는 개척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의 도전을 ‘Knock, 글로벌’을 통해 전달합니다.
 
지도는 공짜가 아니다. 매일 아침 지도앱을 켜고 행선지를 찾는 개인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위치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알고 있다. 지도는 돈이 많이 드는 서비스다. 구글맵을 활용하면 사용자의 모든 위치 데이터는 구글이 가져간다. 사용료를 지불해도 데이터는 가질 수 없다. 위치 데이터의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지금도 활용되고 있는 광고·마케팅 분야뿐만 아니라 미래 무인·자율주행 시대에 지도의 역할은 더 커진다. 단순히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던 시대는 끝났다. 시시각각 변하는 지도 정보는 국가별 제작 능력, 활용 능력에도 큰 차이가 있다.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토 주권 못지않게 ‘지도 주권’은 모두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국가 경쟁력 중 하나가 됐다.
 
글로벌맵 제작 기업 중 최강자는 구글이다. 전 세계에서 구글맵을 사용하지 않는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다. 직원 수 25명의 한국 스타트업 ‘파토스’는 공룡이 바라보지 못한 틈새를 노리고 있다. 자체 개발한 지도 플랫폼을 바탕으로 중앙관제 플랫폼을 구축하고, 무인 주행 시대의 나침반 역할을 목표로 한다. 파토스 김동호 대표는 “영토 주권은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이제는 지도 주권도 하나의 영토로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각 국가가 글로벌 기업이 아닌 자체 지도 제작 능력을 갖춰 지도 주권을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호 파토스 대표. 지도·내비게이션 전문가인 김 대표는 2016년부터 구글을 대체할 글로벌맵을 만들고 있다. “평균 20~25년 경력의 동료들이 의기투합한 결과, 창업하자마자 중년 기업이 됐다”며 농담을 던졌지만,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19년에는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했고, 현재 태국 왕실 기업 계열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 중이다. [사진=파토스]
 

- 파토스는 어떤 회사인가.
“지도와 내비게이션 분야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2016년 나와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도를 만들고, 특정 지역 내에서 움직이는 트럭이나 셔틀 차량, 항만에 적용할 중앙관제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무인 주행에 필요한 지도를 구축 중이다. 글로벌 지도 시장은 구글이 점령하고 있는데, 새로운 개념의 지도를 제작해 ‘파토(파투)’를 내보려고 한다.”
 
 - 지도 주권을 강조했다.
“과거엔 지도를 만들기 위해 직접 측량하고, 손으로 그렸다. 이제는 드론 띄우고, 자동차에 라이다·레이더 달아서 데이터를 모은다. 지도를 정교하게 제작하는 기술은 나날이 발전 중이다. 파토스는 맵핑 컴퍼니다. 이미 그려진 지도를 웹이나 앱을 통해 볼 수 있도록 서비스 맵을 제공한다. 보통 1km당 1억원이 드는데, 한 국가의 맵을 다 만들면 300억~400억원이 투입된다. 문제는 지도가 변한다는 사실이다. 지리적 여건이 계속 바뀌니까 매년 업데이트해야 하는데 그 비용만 또 300억~400억원이다. 반면 파토스 알고리즘을 도입하면 비용을 10분의1로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지도 제작 과정을 효율적으로 대체하는 것이 경쟁력이고 노하우다.
 
지도 제작에 있어 로우(미가공) 데이터를 수집하고, 서비스맵을 만드는 데 굉장히 고도화한 기술이 필요하다. 또 위치 데이터를 국가가 관리해야 미래에 가상현실 세계를 만들 때도 활용할 수 있다. 이 작업을 다른 나라의 글로벌 업체에 맡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지도를 하나의 영토로 생각하고 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 아직 작은 스타트업이다. 구글과 경쟁할 수 있겠나.
“파토스는 모든 기술을 다 우리가 개발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로컬(현지)의 정부 기관이든 민간 업체든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파트너사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로컬과 상생하는 전략을 시행한 지 벌써 3년이다. 처음에 싱가포르나 태국, 인도네시아를 돌아다니면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태국 왕실 기업과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구글맵을 사용하면 현지인 정부나 기업은 데이터를 전혀 받지 못하지만 ,우리는 기술적인 플랫폼 구축에 도움을 주고 로컬 기관이 직접 운영한다. 구글맵을 사용하는 선택이 당장은 달콤해 보이지만, 3년 뒤에는 시장이 장악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어필했고, 공감을 얻고 있다.”
 

파토스가 자체 기술로 제작한 글로벌맵. [사진=파토스]

무궁무진한 지도의 활용성..."메타버스 시대의 길잡이"
- 서울창업허브 PoC 사업에서는 어떤 실험을 했나.
“싱가포르 정부 소속 사회복지사들이 불편한 분들을 돌봐주는 과정에서 지도 기반 위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모바일에서 관련 업무를 다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동안은 관련 내용을 종이로 기록하고, 수기로 입력해왔는데, 디지털 전환을 실험하는 데 서울창업허브의 도움을 받았다. 이후에는 소셜 워커들의 앱으로 진화해 서민 아파트 주변에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매칭하고, 사회복지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 지도의 확장성이 궁금하다. 단순 길 찾기 외에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 서비스인가.
“요즘 관심 많이 받는 키워드가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 아닌가. 이런 개념은 나중엔 모두 지도를 기반으로 구축해야 한다. 평면에서 이모티콘이 가상 공간을 움직이는 정도가 아니라 현실에 있는 건물을 가상으로 들어갔다 오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처럼 버추얼(가상) 세계에서 리얼월드(현실)로 연결되려면 지도 기반이 필수다.
 
가깝게는 스마트시티와 무인 주행에도 지도가 기반이 돼야 한다. 지도를 구축하고, 그 위에 관제 플랫폼을 연계해 디지털 운송을 실현할 수 있다. 2023년 정도면 무인 주행 소프트웨어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도는 우리 실생활 모든 영역에서 적용되고 있다. 포털이나 앱에서 보는 지도뿐만 아니라 리얼월드와 버추얼의 연결의 기본이 된다. 지도는 활용성이 무한하면서 필수불가결한 아이템이다.”
 

- 목표를 말한다면.
“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가 록다운되면서 2년 가까이 사업 확장에 주춤했다. 내년부터는 싱가포르와 태국에 우리 서비스를 안착시키려고 한다. 특히 태국에서는 정부 및 민간 파트너십을 구축해 국민 지도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다. 지도는 알게 모르게 굉장히 많은 키를 쥐고 있다. 각 국가가 자신들이 원하는 지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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