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인플레 딜레마↑ "비용 늘어도 가격 못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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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12-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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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J 단칸지수 발표

일본 기업들의 교역환경이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은행(BOJ)은 13일 전국기업 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에서 대형제조업 업황 판단 지수가 18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이번 조사에서는) 매입 가격의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반면, 비용을 판매 가격에 충분히 전가하지 못하는 구도가 선명해졌다"면서 "엔저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원재료비는 오르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개인소비 등 수요는 여전히 약한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매체는 이어 "경기하강 우려 때문에 일본은행의 완화정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 수익의 회복세는 불투명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단칸업황판단지수는 지난 3분기 수치와 같다. 업황이 '좋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에서 '나쁘다'고 대답한 기업의 비율을 뺀 수치로, 플러스일수록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양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는 11월 10일부터 12월 10일까지 이뤄진 것이다. 대형 제조업 업황 판단지수는 작년 6월 -34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올해 9월까지 5분기 연속 개선됐었다. 한편 대형 비제조업 업황 판단지수는 3분기 '2'에서 '9'로 상승했다. 6분기 연속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 부담이 기업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재료 매입 가격이 상승했다고 대답한 기업의 비율에서 하락했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을 빼는 매입가격 판단 지수는 49를 기록하면서 12포인트나 상승했다. 고유가가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쳤던 2008년 9월 조사(당시 55)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국제유가 등 비용의 상승 압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최근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가 낮아진 것도 일본 기업들에는 큰 부담이 됐다. 

반면 판매가격이 상승했다고 대답한 기업의 비율에서 하락했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을 빼는 판매가격 판단 지수는 16으로 6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기업들이 원재료 가격인상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시키는 데 상당히 신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닛케이는 "올가을 이후에는 정부의 비상사태 선언이 전면 해제돼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기업들의 매출은 회복되고 있다"면서도 "음식·숙박 등 중소의 접객업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은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해 내년 3월 말에 끝나는 코로나 사태에 대응한 자금융통 지원책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이 부분은 빠르면 12월의 금융정책 결정 회합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한편 오미크론 확산세가 심해지면서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불안도 다시 부풀어 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 재확대가 본격화할 경우 일본 기업들의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현재 일본은행은 국내의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는 시점을 2022년 전반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외부에서 인플레 압력이 길어질 경우 개인소비가 수축되는 것은 물론, 기업도 수익의 압박을 받으면서 임금 인상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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