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대선이다] 역대 정부 아킬레스건 '산업정책 부재'…李도 尹도 '거기서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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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1-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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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공약 숨은 1인치 ⑥기업 정책>

  • 李·尹 모두 기업 상생·규제 철폐 약속

  • '당선 유력' 여야 후보 정책 유사한 셈

  • "산업 정책 있어야 경제 성장" 우려도

  • "여야 모두 표심용 정치적 정책 남발"

"산업 정책의 큰 그림이 없다." 그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은 '산업 정책 부재' 논란이 차기 정부에서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내 산업구조 개편'에 대한 뚜렷한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대신 그 자리엔 현금 살포 공약이 자리 잡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적 피해 보상을 명목으로 앞다퉈 현금 지원을 공약하고 있다. 재정과 수요에만 의존해 경제성장을 유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재정주도성장'이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이 되풀이되는 게 아닌지 우려가 커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 SKV1 아쿠아픽 센터에서 중소ㆍ벤처기업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李 "벤처투자 예산 10조원" vs 尹 "80개 대표규제 폐지"

이 후보는 8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SK브이원을 찾아 상생경제 등 중소·벤처기업 관련 7대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이번 공약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확립과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 전환, 규제 철폐 등에 방점이 찍혔다.

이 후보는 우선 독일처럼 '중소기업이 강한 경제구조'로 전환하겠다며 정부 출범 시 국정 과제로 '중소기업 제품 제값 받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오는 2027년까지 정부 벤처투자 예산을 10조원으로 확충하고 매년 30만곳의 신기술과 신산업 창업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또 규제샌드박스 및 규제자유특구를 활성화해 벤처기업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국내 '유니콘 기업' 100개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유니콘 기업이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가리킨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서도 △공정거래 질서 확립 △'중소기업이 강한 경제' 구축 △정부 벤처투자 대폭 확대 △소상공인·전통시장 경쟁력 증진 등 중소기업 정책 4대 비전을 제시했다.

윤 후보가 지난 9월 발표한 경제 공약 역시 이 후보의 기업 정책과 흡사하다. 윤 후보는 당시 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차기 정부 출범 즉시 규제영향분석 전담기구를 신설, 80여개 대표 규제를 과감히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1일 충남 천안에 위치한 충남북부상공회의소를 방문해서는 기업인 간담회를 열고 상속세와 최저임금제, 주52시간제 등으로 애로를 겪는다는 기업인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기업인의 경우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우리나라가 터키와 함께 주휴수당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여서 사실상 최저임금이 정해진 것보다 훨씬 높다"는 등 상속세와 현행 최저임금제를 비판,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우는 한편 기업친화적인 발언을 내놨다.

윤 후보는 또 지난달 30일 2차 전지 설비·제조 강소기업인 '클레버'를 직접 찾아 "최저 시급제나 주52시간제도 중소기업 운영에 비현실적이란 말씀을 들었다"며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정책의 대상이 되는 분들한테 물어보고 하겠다. 정부가 마음대로 하는 것은 확실히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도입을 추진한 현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열린 청년문화예술인과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與野 모두 표 얻기 위한 정책만 남발"

두 후보 경제정책이 닮은 듯 다른 모습이지만, 산업 정책의 큰 그림이 부재한 점은 마찬가지여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고, 이를 통해 성장한 기업이 투자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산업구조 개편 없이는 기업 성장부터 일자리 창출까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성장의 근본적 처방인 산업 정책을 추진하기는커녕 소주성 정책을 추진해 비판받았다. 소주성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일반 서민의 소득을 늘려 가계 소비를 늘리고 이를 통해 기업 투자와 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게 핵심이었지만, 오히려 일자리가 감소, 실업자와 국가 부채만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특히 이런 재정, 통화 정책은 경제가 과열되거나 침체될 때 안정화 차원에서 처방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산업 정책 없이 오로지 재정, 통화 정책만 사용해 논란을 불렀다. 차기 정부로서는 산업 정책 추진이 더더욱 시급하다는 뜻이다.

이 후보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성장을 못하니까 기회가 부족하고 기회가 부족하니까 젊은이들끼리 싸우는 것"이라며 수차례 밝혔다. 혁신 성장을 통해 기회 총량 확장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히지만, 이 후보 또한 뚜렷한 성장 정책은 내놓지 않았다.

경제 전문가이자 경제시민운동 1세대인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과 특임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 나라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생존 경쟁을 벌이다시피 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은 미래 산업을 어떻게 이끌지 제대로 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여야 후보 모두 경제를 살리고 국민이 잘살아가게 하기 위한 근본적인 정책은 내놓지 못하고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인 성격의 정책만 남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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