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찾은 李, 이재용에 "기본소득 얘기하면 어떨까" 제안

"SERI 측, 이 후보 제안에 듣고만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차문중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을 과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제안했던 사실을 3일 언급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경제연구소(SERI)를 방문, 모두발언에서 "사실 제가 이재용 부회장님한테 '삼성이나 이런 데서 기본소득을 얘기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씀을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는 "왜 그런 말씀을 드렸느냐 하면 미국의 디지털 글로벌 기업 CEO(대표이사) 중에 우리가 잘 아는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이런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도입하자'고 나왔다"면서 "왜 그럴까. 디지털 기업들 특성은 영업이익률이 엄청 높다는 것 아니냐. 영업이익률이 높으니까 나중에 시장이 고갈될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장이 다 죽는 것"이라며 "수요가 결국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기업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고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최소한의 경제 순환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하면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 특히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감소를 대비해야 할 시대에 하나의 대책, 완벽한 대책은 아니더라도 하나의 대책으로 (기본소득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저는 '성공한 디지털 글로벌 기업 CEO들이 왜 그런 말을 할까, 단순한 자비심에서 하는 얘기일까' 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며 "저도 많이 배우고 가면 좋겠다. 저한테 묻지 말고 많이 가르쳐달라"고 요청했다.

이 후보는 또 자신의 친노동 이미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제가 친노동 인사인 건 맞는데 '친노동은 곧 반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다행히 우리 국민들이나 경제 전문가들은 광역단체장 중에선 제가 가장 압도적으로 친기업적 인사라고 평가해주셨더라. 놀랍지 않으냐"고 말했다.

더불어 "실제로 저는 '친기업, 친노동이 양립 불가능한 게 아니다. 사실 가장 친노동, 친기업적인 게 가장 친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노동과 자본이 협력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경제 성장 발전이, 기업 발전이 가능하겠냐.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과 자본이 상호 윈윈하는 길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면서 "결국 정부 제도로 구현되긴 하는데 이왕이면 민간 영역에서도 이런 길로 가자고 제시할 수도 있고 상호 합의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도 최근 삼성그룹에서 상생과 협력을 위한 조치들이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다"며 "경기도에서도 MOU(업무협약)도 많이 하고 있는데 그런 장기적 비전을 같이 나눠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 측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인 홍정민 의원은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 제안과 관련한 질문에 "저도 처음 듣는 얘기라 (이 후보와 이 부회장이) 언제 만났는지 모르겠다"고 우선 답했다.

홍 의원은 또 "오늘 발언에서도 '지속적으로 대기업 경제연구소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 미국에서 큰 규모 대기업 디지털 기업에서도 자비적 성격이 아니라 경제 수요가 유효하게 있어야 하기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대기업이나 경제연구소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면서 "언제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사한 말씀을 하신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이 후보의 이 같은 제안에 SERI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홍 의원은 "그냥 듣고 있었다. 따로 그런(연구해보겠다는) 말씀은 없으셨다"며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보다는 주장에 가까웠기 때문에... 편하게 재밌게 말씀하셨다"고 부연했다.

홍 의원은 "이 후보가 민간 싱크탱크에 방문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라고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