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연말마다 찾아오는 지로 통지서…아차 하면 돈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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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11-2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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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말이면 우편함에 꽂혀있던 지로 통지서…알고 보니 '적십자 회비'

  • 세계 191개국 중 지로 방식으로 회비 모금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

  • 대한적십자사 "2023년엔 지로 통지서 모금 방식 폐지 예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천 검단신도시에 사는 30대 주부 A씨는 연말마다 우편함에 꽂혀있던 지로 통지서를 보고 매년 꼬박꼬박 내왔다. 전기세나 수도세처럼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공과금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과금인 줄 알았던 금액이 사실은 적십자 회비였단 사실을 알게 되면서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적십자 회비 지로 통지서가 세금 고지서와 흡사해 깜빡 속았단 기분이 들면서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적십자 회비 지로 통지서가 올해도 세대별 우편함에 배송될 예정이다. 특히 12월과 1월은 대한적십자사가 집중모금 기간으로 정한 기간이다. 이때 납부하지 않으면 내년 2월에 2차 통지서가 날아온다.
 

적십자회비 [사진=연합뉴스]

적십자사는 각 세대주 정보를 어떻게 알고 지로 통지서를 발송하는 걸까.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적십자사 운영과 사업 수행에 필요한 회비 모금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이때 요청받은 국가와 지자체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적십자사는 이렇게 얻은 개인정보로 지로 통지서를 발송하고 있다. 일반 세대주는 1만원, 개인 사업자는 3만원, 법인은 5만원 이상이다.

그렇다면 적십자사는 왜 지로 방식으로 모금하는 걸까. 적십자사는 "지로는 모든 은행 지점과 ATM 기기 등을 수납 창구로 활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또 참여자가 누구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급 결제 수단으로 여러 곳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적십자사가 있는 세계 191개국 중 지로 통지서를 발송해 회비를 모금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적십자회비 집중모금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적십자 회비 지로 통지서가 세금 고지서와 흡사해 오인하기 쉽다는 점이다. 적십자사는 지로 상단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국민 성금"이라고 명시했다지만, 지로 통지서에 세대주 이름과 주소, 납부기한이 적혀 있어 납부 의무가 있는 것으로 혼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적십자 회비 지로 통지서 발송을 중단하란 내용의 글이 매년 올라오고 있다.

한 청원인은 "적십자 회비 지로 통지서가 정기적으로 우편함에 꽂혀 있어 공과금인 줄 알고 납부해왔다. 의무사항처럼 청구돼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 드신 부모님도 꼭 내야 하는 금액으로 알고 납부해 왔다"고 꼬집었다.
 
청원인이 지적한 대로 적십자 회비 납부를 의무사항이라고 여기는 노인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적십자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7~2019년 적십자 회비 납부율이 높은 10개 상위 시·군·구는 모두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경남 합천군과 남해군은 납부율이 최고 110%에 달하기도 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적십자 회비 납부율이 낮은 하위 10개 시·군·구는 젊은 인구가 몰려 있는 수도권과 광역시였다.

적십자 회비 지로 통지서를 세금 고지서로 혼동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적십자사의 지로 통지서 발송 건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적십자사의 지로 통지서 발송 건수를 보면 △2014년 1704만건 △2018년 2070만5784건 △2019년 2178만9387건 △2020년 2048만4776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적십자 회비 지로 통지서 발송 건수가 증가하는 만큼 원치 않는 기부를 하는 노인들도 그만큼 많아질 수 있는 셈이다. 지로 통지서를 제작해 발송하는 비용도 증가 추세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적십자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로용지를 제작해 발송하는 비용도 △2018년 35억6422만원 △2019년 36억3706만원 △2020년 37억5252만원을 기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로 통지서를 통한 적십자 회비 모금이 반강제적이란 비판이 이어지자 적십자사는 2023년부터 지로 통지서 모금 방식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신희영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구주를 대상으로 한 적십자 회비 지로 통지서는 2023년까지 폐지할 예정이며, 새로운 모금 아이디어 실행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적십자 회원에게는 지로 통지서를 그대로 발송한다.

그렇다면 세금으로 착각해 납부한 적십자 회비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 납부한 지 2주 안에 적십자사 고객센터로 환불을 요청하면 본인이 낸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지로 통지서에 있는 ARS 적십자 회비 참여라고 적힌 번호로 전화할 땐 중복으로 납부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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