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할 권리, 소비자 권익과 환경보호 위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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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기자
입력 2021-11-2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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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애플이 아이폰12와 13 등 일부 모델에 대해 수리용 부품과 도구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수리할 권리, 즉 수리권(Right to Repair)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미국의 전자기기 수리권 논의 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수리권은 소유자가 제품을 고쳐서 쓸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말한다. 현재 수리권은 자동차, 의료기기, 농기구, 전자기기 등 생활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수리권은 크게 장기간 보증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 수리 방식과 업체를 선택할 권리, 필요한 부품과 장비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 수리가 쉬운 제품을 선택할 권리 등을 말한다. 일례로 프랑스는 분해나 수리 난이도를 표시하는 '수리 가능성 지수'를 도입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환경보호와 자원절약, 소비자 권리보호를 위해 전자기기 수리권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전자폐기물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명이 남은 전자기기를 폐기하고 새 기기를 구매하는 것은 환경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2019년 전 세계 전자폐기물 양은 5360만 톤으로, 2014년보다 21% 증가한 수치다. 이 추세라면 오는 2030년에는 7000만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 연평균 1인당 전자폐기물 배출량은 7.3㎏이지만, 우리나라는 1인당 15.8㎏으로 두 배 이상이다.
 

[자료=국회입법조사처]

소비자 권리 보호를 위해서도 수리권이 필요하다. 전자기기는 소비자가 금전을 지급하고 구매한 제품이기 때문에 온전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현재 전자기기에 제공되는 보증기간이 길지 않고, 공식업체 외에 수리 선택권이 좁으며, 공식 서비스센터 수리 가격 등도 다뤄야 할 문제다. 예컨대 스마트폰의 품질보증기간은 2년이며, 배터리는 1년이다. 제조사가 예비부품을 보유하는 기간은 4년 내외다. 외관이나 성능이 멀쩡한 스마트폰도 배터리가 단종되면, 사용자는 어쩔 수 없이 새 스마트폰을 구매해야 한다.

반면 전자기기 제조업체는 여러 이유에서 수리권에 대해 반대한다. 사설 수리업체의 수리과정에서 제품에 대한 저작권이나 영업비밀이 유출될 수 있으며, 전문성이 부족한 수리로 인해 고장이나 폭발, 화재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수리가 쉽도록 제작하면 디자인 역시 제한된다. 가령 배터리 교체가 쉬운 스마트폰은 상대적으로 두껍고, 사용할 수 있는 소재도 제한된다. 반면 일체형 스마트폰은 뒷면에 강화유리 등 다른 소재를 적용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두께도 얇다. 이 때문에 소비자 선택 폭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개인이나 사설 업체를 통한 수리로 고장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책임을 제조사가 질 가능성도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수리권 도입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은 올해 3월을 기준으로 25개 이상의 주에서 수리권 관련 법안이 발의 혹은 통과됐다. 뉴욕주는 디지털 공정수리법안이 상원을 통과했으며, 매사추세츠주는 디지털 수리권법 관련 법률안이 하원 통과 후 상원에 상정됐다. 캘리포니아주와 인디애나주 역시 전자기기 수리권이 일부 도입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행정명령을 통해 제조업체의 불공정한 수리 제한 행위를 방지하도록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에 올해 7월 지시하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디지털 시대에서 전자기기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전자기기로 인한 환경 피해를 줄이고, 해당 시장에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의 경우 제조업체가 A/S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지만, 수리와 재활용 가능성 고려, 소모품 등 부속품 장기화 등 향후 전자기기 수리권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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