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앞으로 대출금리 오름세가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185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규모에 금융당국 역시 대출규제 강화 기조를 이어가면서 주택담보대출은 연 6%, 신용대출도 연 5% 돌파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 한은, 기준금리 인상 가속도…“실질 기준금리, 여전히 마이너스”

25일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1%로 인상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로 꼽히는 주상영 금통위원이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지난 8월(0.50→0.75%) 이후 3개월 만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경기침체가 가시화되자 한은은 당시 1.25%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0.75%로 인하하는 이른바 '빅컷'을 단행했다. 같은 해 5월에도 기준금리가 또 한 차례(0.25%포인트) 내리면서 역대 최저 수준(0.5%)에 도달했다. 1년 이상 이어지던 초저금리 기조는 올해 8월 인상 모드로 전환하며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금통위의 이번 금리 인상은 금융불균형과 국내외 경기회복, 물가상승 등 여파가 복합적으로 반영됐다는 분석이 높다. 무엇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경기 악영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18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따른 '금융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이 한은의 시각이다. 또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경제 주체들의 위험 선호 사상, 그중에서도 과다한 차입을 통한 자산 투자 등 전반적인 금융불균형 현상이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온 상황"이라며 "코로나 상황 속 국내 경제 성장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 상승압력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현 상황을 유의해야 한다는 판단하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일찌감치 시장 안팎에서 예상해 온 대목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국내 채권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전문가 100명 중 90명이 이달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이 공개한 지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2명의 위원들이 기준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내는 등 다수 위원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은은 현 금리 수준이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주열 총재는 "실질 기준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이고 중립금리보다 낮은 수준에 있다”며 “경제 상황에 달려 있겠지만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인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 두 차례에 걸쳐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1.75~2%까지 상향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투자은행 JP모건의 박석길 서울지점 본부장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인 건 시장 기대와 일치한다"며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내년 1분기와 3분기 두 차례에 걸쳐 상향 조정돼 연말까지 약 1.5%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준금리 따라 대출금리도 우상향…연내 주담대 최고금리 ‘6%대’ 가능성도

한편 이 같은 기준금리 움직임에 발맞춰 대출금리 또한 일찌감치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의 고정형(금융채 5년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85~5.191%로 작년 말(2.69~4.20%)과 비교해 약 1%포인트 상승했다. 최고 금리가 이미 5%대를 넘어선 것이다. 변동형(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도 같은 기간 2.52~4.054%에서 3.58~4.954%로 올라 5% 진입이 목전이고, 신용대출(1등급·1년 만기) 역시 3.40~4.63%로 상승하며 최고금리 5% 돌파 초읽기에 돌입했다.

문제는 그동안 초저금리를 이용해 은행 빚을 낸 대출자의 이자 상환 부담도 금리 상승기를 맞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주담대 차주의 80% 이상이 변동금리인 데다, 신용대출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에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일례로 지난 8월 3억원의 주담대를 30년 만기, 4%로 빌린 차주는 월 143만원을 부담하면 되지만 연내 6%에 육박할 경우 해당 금리로 빌린 차주는 월 18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불과 3~4개월 만에 월 30만원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한은은 '금융안정상황보고서'를 통해 지난 8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뒤이은 0.25%포인트 추가 인상으로 인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작년 말보다 5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같은 기간 271만원에서 301만원으로 30만원 불어나는 것이다. 해당 추정치 기준이 2분기 가계부채 잔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분기 수치를 대입할 경우 가계 이자부담은 6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역대 최대 신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1년 3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3분기(9월 말) 현재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증가액은 117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81조2000억원)보다 35조원가량 많다.

특히 한은이 내년 초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대출금리 상승세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11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진 예대금리차도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다 이날에 이어 내년 초에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돼서다. 국내 은행의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9월 말 기준 2.14%포인트로 2010년 10월(2.22%포인트) 이후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화정책이 정상화 궤도에 오른 만큼 당분간 대출금리는 추세적으로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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