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녹색미래를 향한 협력 파트너 코스타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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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진 대구가톨릭대학교 스페인어중남미학과 교수
입력 2021-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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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진 대구가톨릭대학교 스페인어중남미학과 교수 [사진 = 외교부 제공]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겨울이었다. 당시 내가 머물던 숲속 작은 호텔에는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없었다. 욕실에도 헤어드라이어와 일회용품은 비치되지 않았다. 전기 소모량을 줄이기 위해 가전제품을 최소화하고 일회용품 사용 절감으로 탄소발자국을 줄이겠다는 실천이었는데, 우리에게 친환경이라는 말이 낯설던 그때 이미 생태관광의 낙원이었던 그곳은 중미의 작은 나라 코스타리카다.

지속적인 자연보호정책 추진으로 자연과의 평화를 정착시켰고, 개발에 있어서도 포용적인 녹색산업을 지향한다. 2007년 세계 최초로 탄소배출 제로국가 실현을 선언한 후 국가로는 최초로 지구챔피언 상을 수상했고, 환경보존국 세계 5위와 단위면적당 생물다양성 세계 2위에 올랐다. 전력 생산 99%를 수력, 지열, 풍력 발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있고 탈탄소 국가경제계획을 발표하며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호, 생물다양성 분야에서 국제적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동물원을 폐쇄하고 동물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중이다.

기후변화, 환경 등 국제사회에서 선진 의제를 주도하고 있는 코스타리카는 1948년 군대를 폐지한 이후 민주주의, 평화, 인권을 향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해오고 있다. 1981년 로드리고 카라조 대통령이 제안해 제정된 유엔(UN) 세계평화의 날은 전쟁에서 인류의 평화로 전환시킨 역사적인 이정표가 됐고, 미주인권재판소와 유엔평화대학을 유치하며 코스타리카는 평화, 민주주의, 인권의 오아시스가 됐다.

1987년 미국이 니카라과 내전에 개입하기 위해 코스타리카에 군대를 주둔시키려고 했을 때다. 오스카르 아리아스 대통령은 미국의 원조 중단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미 의회에서 “코스타리카 안보는 무기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교육이 지킨다”고 연설했을 만큼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려는 의지는 결연했다. 그리고 두 달 후 아리아스 대통령은 중미 5개국 평화협정 체결을 이끌어내 중미지역 내전 종식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 이후 쿠바인에 대한 미국의 이민 특혜 폐지가 예상되자 중미를 경유해 미국으로 가려는 1만명 가까운 쿠바 난민이 코스타리카로 유입됐는데, 외교장관이 수개월의 시간을 들여 직접 난민들의 절박함을 경청하고 미국으로 안전히 입국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코스타리카가 국제사회에서 평화와 민주주의를 상징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은 민주주의와 교육이다. 1964년부터 시작한 시민교육을 통해 유치원 때부터 민주주의 가치를 가르치고, 연대하며 협력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을 강조하고 있다. 제2 부통령이 사회연대경제와 지자체 발전을 총괄하고 있을 만큼 경제 활동에 있어서도 민주적이고 포용적이다. 전국적으로 90만개 넘는 협동조합이 조직되어 있고, 국민의 16%는 직접 고용돼 일하고 있다.

이처럼 연대와 협력을 중시하는 친환경 녹색국가로서 코스타리카는 중미 지역의 통합과 민주주의 확산, 포용적 성장을 강조하는 강소국이다. 2050년까지 3D경제(탈탄소화, 디지털화, 지방분권화) 구축을 통해 경제구조 다변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게 되는데, 우리의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정책과의 정책 방향과 지향이 같으므로 미래성장을 위한 실질협력을 증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양국은 민주주의·인권·평화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에 기후변화 대응, 포용적 녹색회복 협력, 중미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 같은 글로벌 현안 대응에 있어서도 연계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은 한국과 코스타리카 수교 60주년을 맞는 해이다. 이번 코스타리카 대통령 국빈방한을 계기로 양국 간 파트너십이 한층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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