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에 죄송합니다”…어느 산골 마을 가족의 사과글에 응원 물결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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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박종석 기자
입력 2021-11-1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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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SNS에 올린 코로나19 확진 사과글에 격려와 응원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강원 화천군의 한 산골 마을 전경.[사진=박종석 기자]


강원 화천지역 내 작은 산골 마을이 SNS에 올린 코로나19 확진 사과글에 격려와 응원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이 마을에 사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은 주민들에게 자신의 아이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며 이 지역 SNS에 사과글을 올렸다.

이 가족은 SNS에서 마을 주민들에게 “우리 아이가 코로나19에 걸려 주민 여러분에게 걱정과 심려를 드려 죄송하다”며 “더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바로 선별검사 받고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다. 저희 아이도 어딘 가에서 감염될 수 있다. 너무 자책하지 말라는 등 힘내라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용기를 내 글을 남긴다”며 마을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SNS 글에 00번 확진자 가족이라고 밝힌 이 부모는 “아이가 양성이라는 결과를 받자마자 죄송스러운 마음과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우리 가족 때문에 확진자가 더 발생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과 어른도 받기 힘든 검사를 학교 아이들 모두를 받게 해야 한다는 미안함이 앞섰다. 그리고 동네 분들 모두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며 “제 가족은 00번 확진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확진자와 부모 1명은 생활치료실 입소 예정이고, 나머지 가족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며 “격리 기간 동안 철저히 격리 수칙을 잘 지키도록 하겠다”고 썼다.

이 같은 글에 주민들은 주위에서 직·간접적으로 비난하거나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는 감염 사실을 스스로 밝힌 확진자 가족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해당 글에 주민들은 “어머니의 용기있는 행동과 감동 어린 글에 작은 산골 마을이 동요했습니다. 힘내세요”, “빠른 쾌유 기원해요. 아이에게 힘이 되어주시고요”, “힘내세요. 잘 극복하시길 기도드릴게요”라고 응원했다.

또 “누구의 책임을 따질 수 있는 시기는 아니겠지요. 빠른 쾌유 바랍니다”, “마음이 찡합니다. 뭔가 모르게 보듬어 드리고 싶어요. 결코 한 가정 이야기가 아닌 우리 화천의 마음이기에 맘껏 응원하고 위로 전합니다”라는 글과 “절대 죄송할 일은 아닌 듯싶습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요. 혹여나 아이가 상처받지 않았을까 걱정입니다. 치료 잘 받고 나오면 고생했다고 꼬옥 안아 주세요”라고 힘을 보탰다.

이어진 댓글 역시 “저희 아이들도 비염에 감기를 달고 살아서 그 마음 알 것 같아요. 매번 아이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검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우리 아이들 아프지 않고 잘 지내고 돌아올 거라 믿어요. 힘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한 맘이 들어요. 힘내세요”와 “마음고생이 심하시네요. 아이들이 얼마나 놀랐을까요. 아이들이 모든 병고에서 해방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격려했다.

아래는 확진자 가족이 지역 SNS에 올린 사과문 전문.

안녕하세요. 00번 확진자의 학부모입니다.

먼저 좋지 않은 이야기로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어 죄송합니다.

어제 아이 말로는 목에 약간의 이물감이 느껴진다고 하였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감기에 걸렸나보다 하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별검사를 받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양성이라는 결과를 듣자마자 죄송스러운 마음과 두려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우리 가족 때문에 확진자가 더 발생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 어른도 받기 힘든 검사를 아이들 모두 받게 해야 한다는 미안함, 동네 분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죄송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선별검사 받고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하고, 저희 아이도 어딘가에서 감염된 걸 테니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격려해 주시고, 갑작스러운 격리에 힘내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렇게 용기를 내서 글을 남깁니다.

갑자기 이런 피해를 끼쳐 죄송합니다. 그리고 동네 분들에게 전해주신 위로와 격려의 말씀 너무 감사드립니다.

현재 저희 가정은 00번 확진자를 제외하고는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확진자와 부모 1명은 생활치료실 입소 예정이고, 나머지 가족들은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모든 식구가 격리 기간 동안 철저히 격리 수칙을 잘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더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랍니다.

-00번 확진자 가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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