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 교수]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지난 세기 내내 노화방지를 위해서 운동을 권장하여야 하는가는 학계의 큰 논쟁거리가 되어 있었다. 20세기 초 독일의 루브너(Max Rubner)가 노화의 생체활동률설(Rate of Living Theory of Aging)을 제안하면서 생명체는 일생 동안 소모하는 에너지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발표한 이래 격한 논쟁들이 시작되었다. 직업적으로 광부와 같은 육체노동자들이 일반인보다 단명하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운동의 부작용과 수명단축효과가 거론되기 시작하였으며, 체중이 큰 동물이 작은 동물보다 더 오래 사는 이유도 대사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졌다. 이에 미국의 펄(Raymond Pearl)은 “게으른 사람이 오래 산다”라고 기고하여 일반인들에게 강한 영향을 미쳤다.

때마침 생명활동의 근본은 “당+산소=물+탄산가스+에너지”라는 이론이 발표되면서 생명체가 먹고 숨쉬며 살아가면서 활동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 방정식이 유클리드 공리(公理)와 같은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에너지인 ATP가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성되는 과정에서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가 불가피하게 발생하며, 사용되는 산소의 2~5%가 ROS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고 밝혀져 활성산소의 발생은 생명현상의 필요악(必要惡)으로 규정된 것이다. ROS는 생체 기능과 구조를 담당하는 단백질을 산화하고 지질을 과산화지질로 바꾸며 유전체인 DNA 및 RNA핵산도 산화함으로써 결국 세포손상, 조직손상을 초래하여 암, 당뇨, 고혈압 및 각종 퇴행성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실험결과들이 연이어 보고되었다.

더욱 하먼(Denham Harmon)은 노화도 ROS에 의한 산화적 손상이라는 학설(Oxidative Stress Theory of Aging)을 발표하여 노화원인의 이론적인 근거를 제공하였다. 그 결과 산소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더 많은 ROS가 발생하기 때문에 산소이용도가 높은 운동은 노화도 촉진하고 퇴행성 질환을 유도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더욱 노인의 경우는 산소소모에 의한 ROS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운동은 금기나 마찬가지로 여겨졌다. 운동의 노화촉진 효과에 대한 많은 실험 결과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급기야 날개를 떼어 운동을 못하게 한 초파리의 수명이 길어진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운동의 부정적 효과는 정설처럼 여겨졌다.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하며 항산화제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기대되었고 대중에게는 항산화제가 바로 노화를 방지하는 물질이라는 착각을 가지게 하였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폐쇄공간에 갇혀있는 실험동물들이 아닌 직접 사람을 대상으로 전향적 역학조사와 노화종적관찰연구가 수행되고 운동에 의한 수명연장과 건강개선효과들이 보고되면서 기존의 산화적 손상설에 강한 반론이 제기되었다. 이후 운동의 다양하고 복합적이며 전신적인 건강증진효과가 차례로 밝혀졌다. 우선 면역기능을 증진하여 감염을 방지하고, 심혈관과 폐기능 개선과 근육 강화 및 골밀도 증진과 생체염증반응 저하라는 신체 생리기능 개선이 밝혀졌다. 또한 인지기능과 정서적 반응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향상한다고 발표되어, 운동에 의한 부정적 영향을 강조하였던 기존의 학설을 파기하기에 이르렀다. 오히려 운동은 암, 당뇨, 고혈압, 퇴행성질환을 방지하며, ROS로 대표되는 프리라디칼은 생체의 손상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생체에 유익한 기능도 있음이 제안되어 그 작용기전에 대해서 새로운 해설을 고대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응내성(應耐性, Hormesis)이라는 생리적 현상이 주목받게 되었다. 소량의 독물투여가 결국 고농도 독물에 내성을 가져 생체를 보호한다는 응내성은 오래된 독물 반응 연구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학계가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일본 원폭피해자 중에서 고강도 방사능을 받은 사람들은 암에 걸려 크게 희생되었지만, 저(低)강도 방사능에 노출된 경우는 일반인들보다 암 발생비율이 낮았다는 보고 때문이었다. 저강도 방사능조사를 통해서 결국 강한 방사능에 조사되어도 저항성을 갖는다는 현상은 방사능뿐 아니라 독성 화학물질 또는 열과 같은 물리적 화학적 스트레스에 대하여서도 모두 적용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응내성 현상이 학계의 관심을 더욱 끌게 된 이유는 특정 요인에 의한 내성 유도가 다른 불특정 요인에 의한 독성 자극에 대하여서도 보편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시사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약물이나 방사능과 같은 환경적 스트레스가 아니더라도, 일상 생활 활동도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이러한 맥락에서 운동의 건강장수 증진효과가 새롭게 해석되었다. 운동이 발생하는 저강도의 ROS가 생체에 스트레스를 주어 전신적인 항산화 효소계를 활성화하고 부활하여 생체보호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고 제안되었다. 물론 과도한 운동은 생체에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음이 분명하다. 심한 육체노동이나 장기간 과도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은 적절하게 운동한 사람들에 비하여 사망률이 높다는 U 패턴의 사망률 곡선은 전형적인 응내성의 예이다. 또한 젊은이들보다 노인의 경우 운동의 건강보호효과가 더 효율적이라는 보고가 나오면서 지난 세기 내내 노인들에게 운동을 제한하라고 권장하였던 주장을 혁파하는 대역전이 이루어졌다. 노인의 경우 능동적으로 하루 30분 이상 한 시간씩 매일 빠른 걸음 정도의 운동이 적절한 강도로 권장되고 있으며, 중요한 조건은 매일 규칙적으로 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일상생활에서의 응내성 효과는 소량의 음주나 소식도 적절한 대사적 자극이 되어 사망률을 낮추고 장수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며, 일본인이 일상생활의 목욕을 통해 지속적 열 자극을 받아 장수를 이루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생활에서 저강도의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궁극적으로 강한 위기적 스트레스에 대한 생존능을 높여 줄 수 있다는 응내성은 생리적으로 가동하는 중요한 생체 보호방안이 아닐 수 없으며, 백년 넘게 이어 온 논쟁이었던 건강장수를 위해서는 운동을 적극 권장하는 방향으로 매듭짓게 하였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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