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돋보기] 쓰레기 줍고 행복 찾는 사람들... 제주도에 부는 '플로깅'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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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11-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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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걷거나 뛰며 쓰레기 줍는 '플로깅' 국내서 유행...네이버 검색 횟수만 4만4600회

  • MZ세대에 플로깅 인기 끌자 기업 오너들도 참여…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인증샷'

  • 플로깅 운동 효과는? 스쿼트·런지 동작과 유사해 조깅보다 운동효과↑칼로리 소모량도↑

[사진=제주나운라이온스클럽 제공]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제주 삼양해수욕장 일대에 집게와 붉은 마대 자루를 양손에 쥔 사람들이 등장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들이다. 이들은 해수욕장 인근 도로와 모래밭에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이곳에도 있다", "돌 틈에 많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쓰레기로 채워진 마대 자루는 성인 남성 머리 높이의 돌담을 넘길 만큼 쌓였다.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이 날 행사는 제주나운라이온스클럽이 쓰레기를 행운으로 인식하고 쓰레기를 주워 담아 환경을 지키자는 취지로 시행한 '행운 줍기 환경 지킴' 캠페인이다. 출발선에서 '행운 줍기'라고 적힌 에코백을 받은 뒤 해수욕장 이대 쓰레기를 주워 인증샷을 남기면 친환경 소재로 만든 생활용품도 받을 수 있다.


 

[사진=제주나운라이온스클럽 제공]


캠페인 이름이 쓰레기 줍기 대신 행운 줍기인 이유는 무엇일까. 변동진 제주나운라이온스클럽회장은 "쓰레기 줍기를 남이 버린 운을 줍는다고 인식하는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선수의 말에 영향을 받아 이런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다시 말해 해안 쓰레기 줍기가 바다를 살리는 행운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변 회장은 "지역주민과 체육회, 부녀회 등이 이번 행운 줍기 캠페인에 참여했으며, 우리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청정 제주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자는 의미를 담았다"며 모두 160팀이 참가했다고도 덧붙였다. 제주시 이도동에 사는 학부모 조윤희씨는 "겉으로 보이지 않던 쓰레기들이 걷다 보니 구석구석에서 나왔다. 돌 틈에 낀 해양 쓰레기는 마대 하나가 모자랄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들어 산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보호 활동이 일종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지키는 방법으로 떠오른 것이다. 대표적으로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한 플로깅(Plogging)이 있다. 플로깅은 스웨덴어로 '이삭을 줍다(Plocka upp)'와 '조깅(Jjogging)'을 합친 단어로, 일정한 장소를 걷거나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말한다. 국내엔 '줍다'와 '조깅'을 더한 '줍깅'이란 단어로도 알려져 있다.

플로깅은 동네 주변을 걸으며 가볍게 실천할 수 있어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하는 주부들이 모인 지역 커뮤니티에도 플로깅 참가자를 모집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약 1시간 동안 플로깅을 하면서 600㎖ 페트병 두 개 분량의 담배꽁초를 주웠다. 앞으로도 플로깅을 계속할 계획이니 언제든지 참가해달라"고 글을 썼다. 플로깅 열풍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네이버 검색 트렌드 분석 사이트 블랙키위에 따르면 네이버에서 플로깅을 검색한 횟수는 4만4600회(9월 기준)에 달한다. 작년 11월(8230회) 대비 441% 증가한 셈이다.

 

[사진=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건강과 환경을 중시하는 젊은이들 사이에 플로깅이 인기를 끌자 기업 오너들도 경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활발한 인스타그램(팔로워 70만명) 활동으로 소통에 적극적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4월 인스타그램에 "지구의 날(4월 22일)을 맞아 이마트 성수점과 주변에서 플로깅을 실천했다"며 화단에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줍는 사진을 올렸다.

실제로 플로깅에 적극적인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는 친환경에 관심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성장관리 앱 그로우가 MZ세대 928명을 대상으로 가치소비(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삼는 소비 방식)에 대해 설문한 결과 '제품·브랜드 선택 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영향을 받는다'(5점 척도)가 평균 3.5점을 기록했다. 이 중 10명 중 6명 이상(64.7%)이 환경에 가장 관심이 높다고 답했다. 아울러 응답자의 78.2%는 플로깅을 비롯해 리사이클링과 플라스틱 프리 등 환경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플로깅이 칼로리 소모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스웨덴 피트니스 모바일 앱 라이프섬(Lifesum)에 따르면 30분 동안 조깅을 한 참가자의 평균 칼로리 소모량은 235칼로리였다. 하지만 같은 시간 동안 플로깅을 할 땐 288칼로리를 소모했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무릎을 구부려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이 스쿼트나 런지 동작과 유사해 더 큰 운동 효과를 본 셈이다.

한편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10월까지 제주 해안에서 수거된 쓰레기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발견된 해안 쓰레기는 담배꽁초(22.9%)였다고 전했다. 환경운동연합은 "90% 이상이 플라스틱 재질인 담배 필터가 바다로 유입될 경우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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