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실 급식' 논란에 국방장관 사과했지만, 11사단서 유통기한 지난 카레 배식
  • 11사단 "5명이 해당 카레 먹었지만, 이상 징후 없다…앞으로 정성 기울일 것"
  • 軍, 식자재 조달 경쟁체제로 전환 선언했지만…군납농가 "생존권 위협" 반발

서욱 국방장관 [사진=연합뉴스]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

군 장병들의 부실 급식 논란이 계속되자 서욱 국방부 장관은 6개월 전 이같이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최근 강원도의 한 육군부대에서 똑같은 문제가 또 발생하면서 온라인에선 "수통도 안 바뀌는데 무슨(드라마 'D.P. 중 대사)"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5월 '군 급식 개선 종합 대책'을 내놓으며 식단 개선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불량 급식 논란이 재발한 것이다.

21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따르면 강원도 홍천의 육군 11사단에서 유통기한이 3개월 지난 식자재가 급식에 사용됐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사진=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제보자는 "지난 19일 화요일 점심에 유통기한이 3개월 지난 카레가 나왔다. 부대엔 급식 담당 간부(급양관)가 있지만, 전문 지식이 없는 간부들이 급양관을 무분별하게 편성해 운용 중"이라고 폭로했다.

실제로 제보자가 첨부한 사진을 보면 카레 소스 포장지 전면에 적힌 유통기한은 7월 10일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장염과 복통,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 11일에 배식한 삶은 계란도 흰자 일부가 썩은 듯 회색빛을 띠었다.

제보자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 사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부대장도 이를 알고 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회색 계란도 이상이 있어 보여 보고했지만, 조리 중 생긴 문제로 보인다며 그냥 넘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11사단은 육대전에 "계란은 대대장이 현장에서 확인한 뒤 전량 폐기했고, 참치김치볶음으로 대체했다. 또 유통기한이 지난 카레는 급식 중에 확인해 즉각 폐기했으며 짜장으로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해당 카레를 먹은 인원은 5명이지만, 이상 징후는 없다"고 해명했다.

11사단은 "장병과 부모님께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대 관리에 세심한 정성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지난 5월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온 11사단 예하 부대의 점심 메뉴 [사진=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하지만 11사단은 지난 5월에도 쉰내 나는 배추김치와 먹다 남은 토마토를 장병들에게 배식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에도 "급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어 약속을 지킬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납 김치 봉지 안에 발견된 식칼 [사진=안규백 의원실 제공]


식칼·개구리·철사···이들의 공통점은 장병들이 먹을 음식에서 나온 이물질이라는 점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위사업청과 육군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육군 부대 군납 식품에선 매년 수십건의 이물질이 나왔다. △2016년 48건 △2017년 35건 △2018년 23건 △2019년 30건 △작년 34건이다. 가장 많이 발견된 이물질은 머리카락과 비닐, 플라스틱 조각이며 철사와 곤충, 개구리, 식칼 등이 발견된 적도 있다.

문제는 이런 이물질이 나왔더라도 문제가 된 해당 업체들의 군 납품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안 의원에 따르면 한 군납 업체는 최근 5년간 22건의 이물질이 나와 시정조치를 받았지만, 올해 97억원 규모의 신규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 의원은 "이물질이 검출돼도 수수방관하고 반성하지 않는 업체가 다시는 군납에 참여할 수 없도록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방부는 농·수·축협과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던 주요 식자재 조달도 2025년 이후에는 전량 경쟁계약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수의계약은 경쟁과 입찰 과정 없이 임의로 상대를 선택해 맺는 계약을 뜻한다. 수의계약을 하게 되면 경쟁 상대가 없어 공정성이 떨어지고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국방부는 기존 농·축·수협과 맺은 수의계약을 2024년까지 유지하되 계약 물량을 올해 기본급식량과 비교해 △내년 70% △2023년 50% △2024년 30% 수준으로 줄여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후 2025년엔 전량 경쟁조달로 바뀐다.

하지만 군 급식 식자재 조달체계 계약 방식 전환 방침에 군납 농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군납을 맡아온 농가의 생존권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창천 한국농업경영인 강원도연합회(한농연) 회장은 춘천KBS에서 진행된 한 토론회에서 "일부 부대의 자체적인 운영 부족을 현행 군납시스템 문제로 호도하고 있다. 현행 군납 체계는 문제가 없으며, 부족한 점이 있다면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계약 체계를 통해 대형 유통사들이 군납 시장에 진출하게 되고 지방의 골목상권을 점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래픽=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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