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탄소중립 요구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대전환 시대를 맞았다. 기존의 탄소배출이 많은 플라스틱, 석유제품 사업에서 폐페트병, 폐비닐 재활용 사업으로 주력사업을 전환하면서 기업 체질개선에 나섰다.

다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대기업 중심의 친환경 사업은 시운전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중소기업은 정부의 규제에 묶여 독립적인 사업추진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24년에나 국내 상용화...중국 시장 진출은 먼 얘기
22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SK지오센트릭(전 SK종합화학)은 2024년까지 연산 10만톤(t) 규모의 열분해유 공장을 건설하고 상업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해당 공장 건설에는 약 1500억원이 투입된다.

당장 내년 여름에는 대전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인근에 100t 규모의 데모 설비를 짓고 상업생산에 앞서 철저한 준비를 한다는 방침이다.

SK지오센트릭은 국내 유통 대기업인 애경과 손잡고 친환경 포장재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일부 제품에 폐플라스틱, 폐페트(PET)를 재활용한 친환경 포장재가 적용된 상태다.

롯데케미칼도 SPC 등과 손잡고 저탄소 친환경 포장재 개발에 힘쓰고 있다. 국내 대기업이 추진 중인 폐플라스틱·비닐을 활용한 재활용 친환경 사업은 2024년에나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글로벌 진출은 그 후의 일이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우선 국내에서 열분해유, 친환경 패키징 사업을 본격화한 후 해외 진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제품의 20%를 사용하는 중국은 이미 올해부터 플라스틱 제한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부터 발포플라스틱 음식용기와 미세플라스틱 조각을 포함한 화학품은 전국에서 생산을 금지했으며 분해 불가 비닐봉지,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 등도 관광지나 특정 도시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2026년에는 이를 확대해 사실상 대부분의 주요 도시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이나 분해 불가 비닐 사용이 금지된다.

이 같은 분위기에 중국 내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은 급성장 중이다. 2019년 기준 연간 6300만t에 달하는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해 재활용 시장도 초고속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내 대기업들의 중국 진출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SK지오센트릭은 현지에 SK중한화학과 SK지오센트릭 상하이지사를 통해 중국 시장과 접촉하고 있지만 국내 설비도 3년 후에나 갖춰지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시장선점은 불가능해 보인다. 반면 외국 대기업들은 유통기업을 중심으로 중국 정부의 정책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 내 맥도날드, 피자헛, 월마트, 도미노피자 등 유통 대기업들은 이미 빨대나, 식기, 포장재를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기 시작했는데 주요 납품사들은 유럽연합(EU) 내 석유화학 기업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친환경 플라스틱 기술을 생산할 능력이 있음에도 다소 늦은 사업전환으로 인해 세계 최대 시장을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인천 소재 뉴에코원 공장 창고에 쌓여 있는 폐비닐. 이 비닐은 에코크리에이션의 공정을 거쳐 고품질의 열분해유로 다시 태어난다. [사진=김성현 기자]

대기업 아니면 허가도 안 내줘...중소기업 사업길 막혔다
지나치게 대기업 위주로 추진되는 친환경 사업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중소기업이 친환경 사업을 하려면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부터 받아야 한다. 공장 용지를 선정하고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설계를 해도 지자체가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공장 설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폐비닐을 활용해 고품질의 열분해유를 생산하는 기술을 가진 에코크리에이션의 경우 지자체가 4년여간 허가를 내주지 않아 기술을 갖고도 공장을 짓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민원이나 혹시 모를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허가가 쉽지 않다는 것이 지자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장을 짓는다고 해도 열분해유를 판매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산업부와 환경부가 중소기업에 이 같은 허가를 내준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에코크리에이션의 경우는 SK지오센트릭이 산업부와의 규제 완화 협약에 성공함으로써 열분해유를 판매할 수 있었다. 이 역시 SK지오센트릭과의 협업을 통해서만 가능했으며, 판매처도 SK이노베이션 울산CLX 공장에 한정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찾아가면 매번 다음 시장 때 하자고 말하는 공무원들이 대기업은 서로 유치하려고 난리”라며 “우리나라는 결국 기술을 개발해도 대기업 없이 독립적인 사업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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