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시장·소상공인 온라인 사업 지원에 예산 쏟아… 효과는 부진
  • 권칠승 장관 “문제점 인지··· 도전적 시각으로 지원 확대”
  • ‘소상공인 플래그십 스토어’ 전망은… O2O 채널 효과 볼까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소상공인의 디지털(온라인) 전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소비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디지털 역량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관련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확산은 전통 소상공인 영업에 치명적 타격을 주고 있지만 대부분 소상공인의 대응은 취약한 실정이다. 실제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해 9월 소상공인 7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소상공인은 15.4%이며 그 필요성을 느끼는 소상공인도 29.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부터 스마트상점, 스마트공장, 온라인 판로 개척 등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관 기관들도 디지털 전략 부서를 신설·재편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관련 예산도 확대되는 추세다. 중기부는 올해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 지원 사업에 726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내년에는 875억원으로 늘려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소상공인 온라인 플랫폼 ‘가치삽시다’, 수십억 예산에도 판매 부진
하지만 중기부의 지원 노력에도 이렇다 할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상공인 온라인 쇼핑몰 ‘가치삽시다’가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가치삽시다'는 2019년 12월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개설돼 지금까지 약 55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올린 매출 실적은 총 19억3600만원으로 투입 예산의 3분의1 수준에 그치는 등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가치삽시다' 입점업체 2066곳 중 625곳은 매출을 전혀 내지 못했으며, 나머지 업체들도 매출이 평균 100만원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치삽시다'를 통해 판매된 상품도 지나치게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당 김정재 의원이 중소기업유통센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가치삽시다'에서 판매하는 상품(종류 기준) 2만871개 중 78%인 1만6222개가 판매되지 않았다. 

'가치삽시다'에서 판매하는 것과 동일한 상품을 민간 플랫폼에서 팔 경우 실적 차이는 더욱 두드러졌다. 한 중소 조미료 제조기업은 '가치삽시다'에 141개 상품을 올렸으나 단 1개 상품만을 팔아 1만2640원의 매출을 냈다. 반면 민간 플랫폼에서는 같은 상품에 2058개의 후기가 달리는 등 인기를 끈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민간 플랫폼과 '가치삽시다'의 상반된 실적은 상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가치삽시다' 플랫폼을 찾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수십억원의 혈세가 투입됐지만 소상공인의 매출 증가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가치삽시다 홈페이지 갈무리]

 
전통시장 온라인 지원에 예산 7.6억··· 매출은 5.4억 그쳐 
유독 디지털 전환에 취약한 전통시장에 대한 사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재 의원이 소상공인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통시장 디지털 매니저 지원 사업’에 참여한 38개 시장 가운데 매출 하위 14개 시장, 448개 점포의 평균 매출은 70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매출이 0원인 곳도 7개 시장, 227개 점포에 달했다.

전통시장 디지털 매니저 지원사업은 전문 인력(디지털 매니저)을 전통시장에 1대1 매칭해 온라인 사업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장 인근 고객을 대상으로 식재료‧반조리 제품을 당일 배달하는 ‘온라인 장보기’와 전국 각지에 택배 배송이 가능한 상품을 발굴해 온라인 플랫폼 입점 교육을 지원하는 ‘전국 배송형’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사업에 참여한 점포의 매출은 지원된 예산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투입된 예산은 7억6000만원이지만 전체 점포의 매출은 5억4000만원에 그쳤다. 한 점포당 평균 누적 매출은 39만원대로 집계됐다. 이처럼 미미한 성과에도 올해 예산은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늘어 24억원으로 책정됐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실적은 전통시장 디지털 매니저 지원사업이 졸속사업이라는 방증”이라며 “올해도 부실한 사업 운영으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업 추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권칠승 장관 “사업 문제점 인지··· 도전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중기부도 이런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관련해서는 ‘예산을 많이 썼는데도 효과가 미미하다’ 혹은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데 모두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효율적으로 더 많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디지털 전환 사업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권 장관은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상당 부분 실패와 문제점이 있을 거란 걸 인지하고 간다”며 “벤처기업을 도전적인 시각에서 지원하는 것처럼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도) 같은 궤도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실패는 성공의 과정이다. 새로운 것을 계속하며 부딪쳐야 성공에 도달한다”며 “최대한 실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쌈지길에서 열린 소상공인 플래그십 스토어 개장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소상공인 플래그십 스토어’ 첫선··· 민간 주도·오프라인 연계 효과 볼까
중기부가 최근 도입한 ‘소상공인 플래그십 스토어’도 새로운 도전의 차원으로 해석된다. 소상공인 플래그십 스토어는 중기부와 민간 유통사인 백팩커가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매장이다. 백팩커가 운영하는 온라인 핸드메이드 마켓 ‘아이디어스’와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해 O2O(온·오프라인 연계) 채널로 운영한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마포구 서교동 등에 문을 연 오프라인 매장 ‘소담상회’에서 소상공인의 상품을 체험‧전시하고 온라인몰인 아이디어스에서의 판매와 연결한다. 온라인 전용 지원 사업의 성과가 순탄치 않은 만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구매할 수 있는 쇼핑 체계인 ‘옴니채널’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기부는 민간 유통사 주도로 소상공인 플래그십 스토어 판매장을 설치·운영한다는 점에서 소상공인의 온라인 채널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은 물론 소비자의 유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팩커는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매년 2000여개의 우수 소상공인 제품을 발굴해 교육‧컨설팅, 시제품 제작‧테스트, 홍보‧판매 등 전 과정을 연계 지원할 계획이다.

권 장관은 “소상공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디지털 전환의 메카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면서 “이를 통해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디지털 격차 완화를 이루고 소상공인이 디지털 시대의 당당한 주역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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