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명 목숨 앗아간 대만 화재 참사… 원인은 ‘모기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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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21-10-1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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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세 10만원 서민들 사는 40년 된 주상복합

  • 새벽, 노인 많고, 공용공간에 잡동사니... 피해 키워

14일 대만 남부 가오슝의 13층짜리 주상복합건물에서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불을 끄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대만 남부 도시 가오슝시의 한 노후 주상복합 건물에서 난 불로 최소 46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화재의 원인은 모기를 쫓기 위해 피운 향으로 전해졌다.

14일 대만 중앙통신사와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가오슝 옌청 소재 청충청빌딩에서 이날 오전 2시 54분쯤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건물은 40년 된 13층짜리 주상복합 건물로 지하와 지상 1∼5층은 폐쇄된 상태였고 7∼11층에 약 120가구가 거주하고 있었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소방차 75대와 소방관 159명을 투입해 오전 7시 17분쯤 화재를 진압했다.

리칭슈 가오슝 소방국장은 구조 작업이 끝난 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오후 3시까지 모두 46명이 숨지고 41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당초 사망자는 8명으로 집계됐지만 오후 들어 20명을 넘어서더니 다시 46명으로 불어났다.

이 중 32명은 화재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호흡이나 맥박이 없어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40명 가운데 14명이 병원에서 숨졌다.

가오슝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가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진 원인을 새벽시간 발생, 높은 노인 거주 비율, 계단에 가득 쌓인 잡동사니, 소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가 인테리어 자재 등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 건물의 한 주민은 중앙통신사에 "6층과 7층 사이에 원래 방화벽이 있었는데 아마도 어떤 주민이 몰래 뜯어다가 팔아버려 불길이 곧바로 위로 올라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이 빌딩은 백화점, 노래방 등 유흥시설이 밀집한 번화한 건물이었으나 상권이 쇠락하면서 입점한 상가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이후 치안이 악화되면서 이 건물엔 주로 취약계층이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빌딩의 방값은 저렴한 곳은 월세가 2000대만달러(약 8만4000원) 수준으로 낮았다. 

경찰은 화재 참사 용의자로 1층에서 모기향을 피워 놓고 술을 마시던 황모씨를 지목했다. 대만 연합보에 따르면 황씨는 이날 오전 1시쯤 건물 1층 골동품 가게에서 일행들과 술을 마시며 모기를 쫓기 위해 향을 피웠다. 이후 제대로 꺼지지 않은 향을 쓰레기통에 버렸고, 이때 쓰레기통에 난 불이 옆에 있던 가스난로에 옮겨 붙으면서 대형 화재로 번진 것으로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천치마이 가오슝 시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희생자와 유족 및 시민들께 사죄드린다"며 "이번 화재에 대해 책임을 지고 현행 안전기준 관련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청리옌 가오슝 시의회 의장도 이 자리에 참석해 애도를 표하고, 시의회 차원에서 철저한 검사 요구와 화재 안전기준 개선 계획을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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