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차량용 반도체 직접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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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1-10-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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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급난 장기화·수요 증가로 불가피 분석

  • 현대모비스 팹리스와 통해 국내외 기업과 협업 강화할듯

현대자동차그룹의 차량용 반도체 자체 개발설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비용 증가와 전문성 부족 등으로 그동안 그 가능성이 적다고 평가됐으나,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의 장기화 등으로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한 자체생산보다는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화를 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은 이날 외신 기자들과 만나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자체 개발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는) 많은 투자와 시간이 걸리지만, 이것은 우리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라며 “현대모비스가 자체 반도체 개발 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원론적인 차원의 발언을 넘어서는 내용이다. 실질적인 움직임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차량용 반도체 기술 내재화 움직임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1월 현대모비스가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부문을 인수한 게 대표적인 예다. 올해 초에는 연구개발(R&D) 부문 내에 반도체 설계 섹터도 신설해 차량용 반도체 설계 경쟁력을 강화했다. 국내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기업)와도 협업을 위해 접촉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반도체의 계열사 조달을 위해 자체 기술 역량도 지속해서 키워왔다”며 “현대차그룹이 자체 생산은 어렵지만, 현대모비스를 통해 기술을 내재화하고, 국내외 파운드리와 협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쓸 수 있다”고 전했다.

“차량용 반도체 자체 생산은 없다”는 공식적 입장과 달리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차량용 반도체 역량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최근 불거진 ‘공급난’과 향후 ‘수요증가’가 있다.

먼저 최근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실질적인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국내외 공장 생산 중단과 재가동을 수차례 반복한 탓에 상반기에만 각각 7만대·6만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문제는 하반기에 완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는 달리 더욱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장이 집중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생산의 차질을 빚은 결과다. 이로 인해 현대차 충남 아산공장은 지난달 9~10일, 15~17일 생산을 중단했다. 울산 4공장도 13~14일 문을 닫았다. 미국 현대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컨설팅업체 앨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올해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생산 감소는 770만대, 매출 손실은 2100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 5월 전망했던 생산 감소 380만대, 매출 손실 1000억 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반대로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2018년 418억 달러에서 2023년 597억 달러 규모로 확대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우 전동차를 중심한 미래차 전환이 완료될 경우 현재 사용량 10배 이상의 차량용 반도체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이 각종 돌발 악재로 인해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르는 시대가 됐다”며 “완성차업체들이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서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 다양화뿐만 아니라 국내 파운드리업체와 협업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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