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음주운전해도 측정 거부하면 장땡?...허점 노린 편법 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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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10-1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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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주 측정 거부,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보다 처벌 수위 낮아

  • 농도 0.2%면 치사량 수준...사후 음주 여부 조사로 덜미 잡히기도

  • 재범은 윤창호법 적용 받아 측정 거부해도 음주운전과 처벌 같아

래퍼 장용준(노엘)이 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장씨가 음주를 했다는 정황을 확인했지만, 음주운전이 아닌 음주 측정 거부 혐의를 적용했다. 이를 두고 음주 측정 거부가 관련 법의 허점을 노린 편법으로 사용된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음주운전해도 측정 거부하면 형량 줄어든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성관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장씨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장씨는 지난 7일 무면허 운전을 하다 적발돼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장씨에게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무면허운전‧재물손괴), 공무집행방해, 상해 등 5개 혐의를 적용했다.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장씨의 음주운전 정황을 감지했지만, 음주 측정을 진행하지 못했다. 이후 장씨 혐의 중 ‘음주운전’이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장씨가 사고 당일 방문한 주점 폐쇄회로(CC)TV 영상까지 확보했지만,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음주운전을 해도 측정을 거부해서 형량 줄이기를 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음주 측정 거부 건수는 4407건에 달했다.

현행법상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은 혈중알코올농도 수준에 따라 나뉜다. 혈중알코올농도 0.03~0.08% 수준은 징역 1년 이하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혈중알코올농도 0.08~0.2% 수준은 징역 1~2년 또는 벌금 500만~1000만원,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은 징역 2~5년 또는 벌금 100만~2000만원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자는 징역 1~5년 또는 벌금 500만~2000만원으로 처벌된다. 즉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인 경우에는 음주측정을 거부한 것과 형량을 같거나 더 적게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인 사람은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돼도 자신의 형량을 고려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한진 을지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2%이면 아무 판단을 못 하고 치사량에 가까운 수준이다. 의식을 잃기 바로 직전 정도의 상태가 되거나 호흡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측정 거부해도 처벌받을 수 있어... 개정안도 발의

무면허 운전과 음주측정 거부·경찰관 폭행 등 혐의로 입건된 장제원 의원의 아들 장용준(21·예명 노엘)이 30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음주운전을 거부해도 사후 음주 여부 추정을 통해 음주운전을 적용할 수 있다. 사후 추정에는 통상 ‘위드마크(Widmark)' 공식이 활용된다. 위드마크 공식이란 사람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시간당 평균 0.015%씩 감소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마신 술의 도수와 음주량, 체중, 성별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방식이다.

위드마크 공식을 바탕으로 한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치가 재판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음주 당시 상황 등 명확한 조건이 입증돼야 한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CCTV나 영수증을 통해서 음주량을 측정해서 음주 사실을 입증할 수도 있지만, 결국 불확정적이라 음주운전으로 기소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전했다.

다만, 음주 측정을 거부해도 결국 관련 처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승진 변호사(법무법인 세웅)는 “위드마크 공식은 추정치일 뿐이고 정확한 수치가 나올 수는 없어도, 판사 입장에서 음주 측정 거부로 입건된 사람에 대해서는 당연히 술을 마셨으니 측정을 거부했다는 점을 양형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충윤 변호사(법무법인 해율)는 “음주측정거부죄의 주된 목적은 음주운전에 대한 입증과 처벌을 용이하게 하려는 데 있다. 오히려 음주측정거부의 경우 재판부가 음주 측정을 거부한 이유와 당시 정황, 과거 음주운전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량이 정해질 수 있어 음주측정거부가 음주운전보다 강한 처벌을 받을 소지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2진 아웃’인 윤창호법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의 경우 측정거부와 음주운전 모두 처벌 수위가 같다.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 불응으로 2회 이상 적발된 사람은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앞서 장씨의 경우도 구속 심사에서 결국 윤창호법이 적용됐다. 장씨는 2019년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후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하고, 도주한 혐의로 지난해 6월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음주운전 관련법을 보완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5명은 지난 1일 음주측정 거부 처벌 수위를 음주운전 처벌 중 최고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과 같게 만드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 의원은 “최근 래퍼 장용준씨의 무면허 음주 측정 거부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높다. 법 개정을 통해 음주운전으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보호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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