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경 칼럼] (15) 검은돈 400조 빨아들이는 사모펀드와 권력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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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주)프론티어M&A 회장
입력 2021-10-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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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성보경 회장] 



우리나라에서 M&A는 IMF 경제위기를 겪기 전까지만 해도, M&A용어 자체를 생소하게 여길 정도로 경영전략이나 투자금융분야에서 활용하지 못했다. M&A에 관한 전문자료도 1995년에 출판을 시작한 '월간 M&A'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약 25년이 지난 현재에는 M&A가 기업경영이나 투자금융분야에서 핵심업무로 자리잡게 되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첨단과학기술시대에 접어들면서 거대다국적기업들은 사업재편이나 첨단사업에 대한 완성을 위해 M&A에 열중하고 있어 M&A시장은 최대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전세계 M&A시장에 불이 붙어 M&A시장에는 태풍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M&A 실적 또한 사상최대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현대경영에서 M&A전략을 사용하지 않고 기업을 성장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이다. 그런데 M&A시장의 큰손은 대기업보다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PEF)들이다. M&A의 흐름이 대주주 지분과 경영권 매매를 통한 투자차익(Capital Gain)을 노리는 사모펀드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제 기업경영권(Control of Corporate)도 투자상품으로 거래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사모펀드 열풍에 따라 M&A시장의 주도권은 사모펀드로 넘어갔다. 사모펀드의 규모도 400조원을 넘어 국가예산의 3분의 2를 넘어섰다. 우리나라에 이 많은 자금이 도대체 어디에 있었나 하는 의구심마저 생긴다. 고리대금업을 하는 사채업자나 지하경제의 검은 자금 그리고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들이 대거 사모펀드로 몰리고 있다고 가정해도, 그 규모가 상식을 넘어설 정도로 커지고 있어 사모펀드의 자금출처에 대한 의문이 강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장기업에서 공금을 횡령한 자금이나 다단계금융사기로 끌어 모은 자금 그리고 암호화폐를 다단계 방식으로 팔아 끌어 모은 자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조성된 검은 돈들이 사모펀드(PEF)로 둔갑하여 M&A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조달한 자금의 성격이 나쁘면 자금운용도 정상적일 수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투자금융에 대한 경험도 적고 투자운영에 대한 실적도 미약한 상태에서 투자위험이 높은 사모펀드에 엄청난 자금이 몰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사모펀드는 자금에 대해 비공개로 모집이 가능하며, 출처에 대해서도 묻지 않기 때문인 것도 사모펀드가 활성화되고 있는 이유로 생각된다. 투자에 대한 위험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이 자금출처 비공개라면 자금의 내면에는 다양한 문제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사모펀드는 투자에 대한 위험이 높기 때문에 펀드운영자에 대한 과거실적과 경력 그리고 신뢰를 기반으로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한국의 사모펀드 시장에서는 이러한 공식이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

그래서 음성적 사모펀드들이 활개를 치고 있으며, 운영방식도 주가조작, 무자본 M&A, 상장폐지, 횡령 및 배임, 사기적 자금조달, 경영권 위협, 불법적 자금조달, 지하경제자금 운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모펀드 관련법규는 아직도 허점 투성이며, 감독기관의 관료들은 모럴 해저드의 수렁에 빠져 있다. 세상을 장기간 시끄럽게 했던 라임과 옵티머스 사건은 사모펀드업계의 비리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사모펀드는 'Barbarians at the Gate'와 같이 온갖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모펀드들은 자본시장의 연금술사라도 된 것인 양 행세하고 있다. 그러나 연금술은 사기와 속임수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며, 내막을 파헤쳐 보면 실제 그런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라임과 옵티머스는 사기적 연금술을 부렸던 사모펀드들이다. 권력형 비리나 사기적 자금운영에 관련된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조달한 자금의 출처를 조사하면 실체를 대강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자금출처는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고, 심지어는 범죄에 연루되어 있는 근거가 명백한 경우에도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는다. 사모펀드는 거의 대부분이 비밀이 보장되어 있는 고수익 고위험 금융상품이다. 하지만 금융범죄에 연루되어 있는 것까지 비밀이 보장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대부분의 투자가들은 고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고, 고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이 권력 또는 불법자금과 관련되어 있다면 문제는 심각한 것이다.

고위험 투자에 대한 기본상식이 있다면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연금술사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의 사모펀드는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실적도 적고, 경험도 일천하여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투자가들이 선택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사모펀드는 자본시장의 연금술사와 같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악명이 높은 사모펀드는 은행들이 연합하여 만든 유암코(Uamco)에서 운영하는 사모펀드들이다. 유암코는 출자사인 대형은행들을 등에 업고 횡포가 가장 심하다. 유암코의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M&A 전문가라기보다는 정치권이나 은행에서 퇴직한 낙하산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싸게 매입한 M&A 대상물건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매각한다. 부실기업을 인수한 후에는 대부분 '빨래짜기식 경영' 일색이다. 공적인 기능이 없으니 당연히 잡음도 많고, 유암코를 믿고 투자를 받아들인 경영자들도 불만이 많다. 많은 은행들은 정부의 간섭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형성되어 있는 부실기업들을 대개 유암코로 넘겨버린다. 유암코는 부실채권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행사하고 있으면서 대부분 경쟁을 통해 인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상기업에 대한 중요정보를 미리 선점하고, 교묘한 대출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공정성이 결여된 것이다. 언론들도 은행이 높은 수익을 올리면 시비를 걸지만, 사모펀드의 엄청난 수익에 대해서는 탁월한 투자기법이라고 찬양하는 보도 일색이다. 언론들이 사모펀드의 실체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에서 활동하는 사모펀드가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의 재벌기업들은 M&A전략을 활용하여 다국적기업(Multinational Corporate)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가 주요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국내재벌기업들이 공정거래법의 규제에 발이 묶여 있는 M&A의 한계를 사모펀드들이 해결해주고 있는 부분도 매우 중요한 시사점이 될 수 있다. 시장의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여 경쟁력을 높이거나 불완전하게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사업의 각 분야를 주도할 수 있는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 그리고 재무구조개선이나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M&A전략이 볼트 온(Bolt-On)전략이다. 동일한 기업이라도 누가 소유하고 경영하느냐에 따라 또한 어떤 시기에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가치는 달라진다. 미완성품인 퍼즐조각의 가격은 저렴하지만 완성된 퍼즐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도 있다. 볼트 온 전략은 전세계 첨단기업이나 플랫폼 기업 그리고 역량이 출중한 사모펀드들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M&A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모펀드들은 인수한 기업을 다시 매각하여 차익을 실현하기보다는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른 기업을 인수해 시너지를 첨부하여 매각하는 것을 선호한다. 매매차익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들도 기업을 인수해 IPO(기업공개) 또는 합병과 사업분할 등을 통해 투자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GE가 세계 초우량기업의 지위에 있을 때 가장 활발하게 사용했던 M&A기법이다. 볼트 온 전략이 유용하게 사용되는 이유는 인수자금의 수십 배에 달하는 우량자금을 M&A와 볼트 온 전략을 활용하여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볼트 온 전략은 가장 쉽게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M&A의 연금술이다.

문제는 M&A에도 양극화가 있다는 것이다. M&A에 의해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도 있고 승자의 저주를 받아 몰락하는 기업도 있다. M&A로 비약적인 성장을 한 대표적인 기업은 SK그룹이고, 승자의 저주를 받은 대표적인 기업은 과거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SK그룹은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해 세계적인 메모리반도체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SK그룹의 핵심기업이 되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SK그룹은 삼성그룹을 제치고 국내 1위 기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것이 M&A전략의 진면목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이듬해 대한통운을 인수하였지만 승자의 저주에 빠져 규모가 반토막이 되었으며, 생존의 위협을 받는 처지에 몰리게 되었다. M&A전략은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최악의 기업으로 추락시키기도 하는 야누스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 사모펀드가 도입된 것은 투자금융산업을 발전시키고,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에서 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사모펀드들의 대표적인 투자방법은 M&A전략이다. 저금리는 사모펀드와 M&A업계에도 대형 호재다. 자금조달이 쉽고 조건도 좋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자금조달능력이 매우 중요한데,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자금은 연기금, 해외국부펀드 등도 있지만, 지하경제의 자금, 부패한 권력의 자금 등도 섞여있다. 많은 사모펀드들이 전현직 정치권력 및 관료들과 연관을 가지고 있다. 자금조달이 용이하고, 특혜를 받을 수 있는 연결고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모펀드가 권력유착이나 검은 돈의 은신처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이에 따른 규제 정비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학교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및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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