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정자동, 수내동 등 '분당의 분당'..."용도변경 후 귀신같이 고급단지로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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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1-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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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계도 "상식 밖 특혜에 기가 차"

  • 오세훈 시장 "지방공사의 토지개발권 남용한 최악의 사례"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면서 그의 '윗선'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사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5일 성남 판교 대장동의 아파트단지 앞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공공개발 명분으로 용도변경 인센티브를 준 지역에는 귀신같이 고급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섰습니다. 매번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을까요?"

대장동에 이어 백현동, 정자동, 수내동 등 성남시 알짜 부지에서 이뤄진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특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모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당시 진행했던 개발이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지자체장의 인허가권을 사적으로 남용해 특정 업체의 배를 불린 최악의 사례"라며 "부동산 불로소득을 100% 환수하겠다는 공약안에 '시민'만 있고 '법인'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라는 비난이 가열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비리에 이어 백현동에서도 이 전 성남시장 재임 당시 특혜가 의심되는 개발비리가 발견됐다. 거론된 지역은 대장동 아파트와 비슷한 시기에 사업이 진행돼 지난 6월 입주한 '판교더샵퍼스트파크' 아파트다.

이 아파트 부지는 공공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이 있던 자리로 당초 자연녹지였지만 '임대주택 건립'이라는 공공성 인센티브를 적용받아 용적률이 준주거지역으로 상향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용적률은 건물의 높이를 결정하기 때문에 부동산 개발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자연녹지는 용적률이 100% 이하지만 준주거지역은 용적률이 500% 이하다. 지구단위계획으로 진행된 이 사업의 결정 및 고시권자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지사다.

이 사업을 진행한 A사는 2015년 2월 수의계약을 통해 해당 부지(11만2861㎡)를 자연녹지 감정평가 가격인 2187억원에 매입했지만 성남시는 이 부지를 2015년 9월 준주거지로 상향조정했다. 성남시가 이 부지의 용적률을 높여준 이유는 공공성 확보를 위한 임대 아파트 건립이지만 2016년 12월 돌연 일반분양으로 계획을 바꿨다.

특히 이 아파트는 산을 깎아 무리하게 부지를 조성하는 바람에 단지 주변 옹벽 높이가 50m까지 높아져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산지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아파트 비탈면(옹벽 포함)의 수직높이는 15m 이하가 되도록 사업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산지관리법 위반 사항 및 산지전용 협의권자 역시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지사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A사는 이 아파트 분양으로 약 1조원의 분양매출을 올렸다.

이달 입주를 앞둔 분당구 정자동 '분당더샵파크리버' 아파트 개발 역시 비슷한 사례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215번지 한국가스공사가 이전한 부지를 주거단지로 개발한 이 프로젝트는 부지가 갖춘 교통망, 자연환경, 교육시설, 생활 인프라 등으로 개발업계 러브콜을 받았다.

당초 이 부지는 중심상업용지(UO)로 용적률과 건폐율이 각각 400%, 80% 이하였지만 성남시는 공공시설 인센티브(성남시의료원 간호사 숙소 건립) 조건으로 용적률을 560%로 대폭 상향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개발 특혜 시비가 일기도 했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지사는 "분당에 필요한 건 아파트가 아니라 기업유치로 인한 일자리"라며 "이재명이 있는 한 이 부지는 주거용으로는 절대 변경 불가하다“고 주장했지만 돌연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을 허가했다.

용적률을 무리하게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경관심의 등 사전 절차와 성남시의회 도시계획위원회 의견절차도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당사업을 진행한 B사는 이 사업으로 5400억원의 분양매출을 달성했다.

내년 3월 입주하는 분당구 수내동 분당지웰푸르지오도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용적률 특혜를 받아 개발된 고급 주거지역이다. 수내동 1-1번지에 위치한 이 부지는 당초 성남시 소유의 부지로 미국 어린이전문기업인 펀스테이션에 20년간 무상임차했다가 펀스테이션이 부도를 내면서 성남시가 경매로 넘긴 부지다.

당초 토지용도는 어린이교육문화시설 부지였지만 몇 차례 유찰되자 성남시가 주상복합, 업무시설로 용지용도를 변경했고, 신영그룹의 계열사 대농이 1072억원에 매입했다. 이 부지의 용적률은 320% 이하였지만 매각 당시에는 608%의 용적률로 배 가까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자치단체장의 공권력을 사유화해 남용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개발과정에서 다양한 특혜의혹이 나올 순 있지만 해도 너무했다"면서 "비리가 상식과 도덕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업에서 가장 강력한 권리인 지자체장의 인허가권을 사유화한 최악의 사례"라면서 "법적, 절차적 문제는 없지만 상식 밖의 업무절차와 특혜 몰아주기로 개발비리의 종합백화점 같은 최악의 오점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 "지방공사가 가진 토지 독점 개발권, 수용권, 용도지역변경 제안권 등은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하는 특별권한"이라며 "공공이 참여했다는 명분으로 헐값에 토지를 수용하고 그렇게 조성된 택지에 민간 매각으로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고가에 아파트를 분양해 사업 시행자에게 떼돈을 벌게 해주는 이런 기술은 다른 지자체장들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최첨단 수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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